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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사라진 인터넷뱅크 가치 금융업으로 회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기준 시총 3조원대 예상
혁신의 DNA로 다시 또다른 꿈꿔야 가치 성장
2020년 하반기 이후 코로나 국면에서 전세계적 기술주 중심 주가상승 국면을 설명하는 ‘키워드(Key Word)’로 PDR (Price to Dream Ratio, ‘꿈‘대비 ‘주가’ 비율)이 유행했다. 이듬해 8월 카카오뱅크 상장도 ‘PDR 신드롬(Syndrome)’ 영향을 크게 받았다. 거래 첫날 공모가 3만9000원보다 38% 오른 가격으로 출발해 6만9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대표주’ KB금융 시총 22조원 보다 10조원이 더 많은 33조원으로 단숨에 ‘업종대장주’ 반열에 올랐다.
카카오뱅크보다 앞서 영업을 시작한 케이뱅크가 올해 하반기중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심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PDR 신드롬이 사라진 지금 2022년 10월 1차 IPO 시도 중단 이후 재추진중인 케이뱅크의 몸 값이 얼마로 책정될 지 궁금하다.
카카오뱅크 IPO 당시에는 국내 비즈니스 사례가 없어 해외 유사기업의 기업가치를 참조해 공모가격을 산정했었다. 브라질의 금융 기술회사 패그세구로(Pagseguro Digital, 당시 PBR 8.8배)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스웨덴 등 해외 4개 유사 기업의 PBR 등을 참조했다. 하지만 이번 케이뱅크 IPO 공모가격은 카카오뱅크가 이미 거래되고 있어 불필요한 논란은 많지 않을 것 같다.
7월 24일 현재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9조8500억원으로 PBR 1.61배, PER 27.7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상장 당시 시가총액 33조원 대비 3분의 1 이하로 내려와 있다. 상장 초기 카카오뱅크 비즈니스모델을 은행업 관점에서 바라보는 애널리스트는 10조원, 기술(IT) 기반의 가치공유 플랫폼 혁신기업으로 이해한 애널리스트는 최대 30조원까지 기업가치를 전망했다. 이제 카카오뱅크 본업이 은행업이라는 사실에 이견은 없는 것 같다.
케이뱅크 IPO 환경은 카카오뱅크보다 훨씬 불리하다. 한국 인터넷뱅크는 더이상 꿈(Dream)을 먹고 사는 IT 기술기반의 독보적 가치공유 플랫폼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인터넷은행의 자본이 충분히 여유가 있어도 마음대로 성장전략을 추진할 수도 없는 규제대상 기업임이 분명해졌다. 규제는 혁신과 거리가 멀다. PDR을 꿈꿀 수 없다.
그럼에도 인터넷뱅크는 낮은 비용부담, 민첩한 조직운용, 기술 활용능력, 고객 흡입과 비즈니스 확장성 등 여전히 기대되는 차별적 요소가 다수 있다. 이러한 차별적 경쟁요소가 반영돼 지금도 카카오뱅크가 KB금융의 기업가치 보다 3~4배 더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제 꿈이 현실화되면서 레거시뱅크(Legacy Bank)와 인터넷뱅크의 가치평가 차이(Value Gap)가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역대 분기 최대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의 7월 24일 시가총액은 34조5000억원으로 PBR 0.57배, PER 7.38배이다.
현재 시장이 카카오뱅크를 바라보는 잣대로 평가해보면 케이뱅크 기업가치는 3조원 남짓이다. 카카오뱅크의 7월 24일 기준 PBR 1.61배와 케이뱅크 3월말 순자산 1조 9천억원을 감안한 숫자다. 케이뱅크 주주나 돈을 빌려준 사모펀드 등 투자자들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일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의 가치를 넘어서는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시장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시장은 케이뱅크 IPO 흥행을 걱정하는 것 같다.
케이뱅크 대주주인 BC카드가 2021년 6월 4250억원을 추가 출자하며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 사모펀드 자금 7250억원을 유치할 때 받았던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주당 6500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현재 카카오뱅크 기업가치와 케이뱅크 재무실적 등을 감안하면 케이뱅크 공모가격이 크게 높아질 여지는 크지 않다. 6조원 이상을 바라보는 사모펀드들의 기대치와 차이가 너무 크다.
그럼에도 시장은 케이뱅크가 IPO를 강행할 가능성에 무거를 두고 있다. 2021년 5월 투자 유치시 BC카드는 사모펀드에게 2026년 7월까지 IPO를 약속하고 불이행시 추가수익 보장과 함께 보유지분 34%를 모두 강제로 넘기는 주주간계약(Call and Drag Along)을 체결했다. 사모펀드와 맺은 옵션계약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사모펀드 투자금 7250억원은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값비싸게 조달한 자금을 적절한 마진으로 충분히 운용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24년 3월말 케이뱅크 CET1(보통주자본)비율은 12.53%, BIS(총자본)비율은 13.7%로 경쟁사 카카오뱅크의 27.67%, 28.82%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카카오뱅크의 올해 말 PBR은 1.5~1.6배 내외로 현재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드러난 카카오뱅크 지배구조 리스크를 논외로 해도 비즈니스 전망으로 레거시뱅크 PBR보다 4~5배 이상 높아질 여지는 크지 않다. 특히 케이뱅크 IPO시 신주 공모뿐 아니라 사모펀드가 보유한 구주 매출(기존 주주보유주식을 공모가로 공모 투자자에게 파는 것)까지 감안하면 높은 프리미엄을 받기 더 어려울 것이다. 구주 매출은 신주 매출과 달리 공모로 유입된 자금이 회사가 아닌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내부정보를 가진 기존주주들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시장에 좋지 못한 시그널을 주고 실제 공모 후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모 시가총액 4조원을 가정해도 2024년 3월말 순자산 1조9200억원 기준 PBR이 2.1배로 카카오뱅크 1.61배 보다 높다.
정부가 올해중 제4 인터넷뱅크 허용을 추진중이다. 기존 레거시뱅크의 견고한 과점시장구조를 흔들어 변화를 이끌고 앞서 진출한 인터넷뱅크 사업모델을 넘어서는 혁신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우리 금융산업이 다시 꿈꿀 수 있게 인터넷뱅크가 당초 기대했던 제 역할을 할 때 시장은 좋은 평가를 할 것이다.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 가치를 넘어설 수 있을까?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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