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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배터리' SK이노서 30년 김양섭, SKT 'AI 컴퍼니 전환' 어떻게 이끄나

Numbers 2023. 12. 11. 21:27

 

김양섭 SKT Corporate Planning 담당(CFO). (사진=SKT)


김진원 SK텔레콤(SKT) Corporate Planning 담당(CFO)과 김양섭 SK이노베이이션의 재무부문장(CFO)이 2024년 임원인사를 통해 맞교체됐다. SKT는 조직개편을 통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4대 사업체계를 구축했다. 신임 김양섭 CFO는 SK이노베이션에서 30여년간 근무한 정통 ‘재무통’으로 새로운 조직에서 성공적인 AI 전환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양섭 CFO는 1966년생으로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사와 미시간주립대학교 파이낸스(Finance) 석사 과정을 밟았다. 1991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 경리부에 입사한 이후 원가회계팀, 전략재무팀, 경리팀장 등을 거쳐 2016년 구매실장, 2018년 재무2실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올해 말까지 재무부문장을 역임하다 연말 인사를 통해 SKT CFO로 이동했다.

역대 SKT의 CFO를 살펴보면 재무 전문가가 아닌 엔지니어, 혹은 사업부서를 고루 거친 인재들이 재직했다. 그러다 지난 2022년 전임자였던 김진원 CFO부터는 재무 전문가가 회사의 곳간을 맡는 기조로 바뀌었다. 신임 김양섭 CFO도 30년 이상 재무·회계 관련 부서해서 일해온 ‘재무통’이다.

이번 김양섭 CFO의 인사는 유독 이례적으로 보인다. 그간 SKT의 역대 CFO는 모태 SKT 출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SKT의 사업단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 선임됐다. 김양섭 CFO는 유공시절부터 SK이노베이션까지 줄곧 한 직장에 몸담은 인물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배터리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로 통신·인프라 사업을 담당하는 SKT와는 사업적 연관성이 적다. 통신 산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인재가 SKT로 오게된 점이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설립된 대한석유공사(유공)가 모태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실도 역사가 깊은 조직으로 순혈주의가 강하며, 파벌보단 조직의 안정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다고 알려졌다. SKT는 1994년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이 한국이동통신의 민영화와 함께 인수하면서 설립된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과는 사뭇 다른 업종과 문화의 SKT에서 김양섭 CFO는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김양섭 CFO 주요 약력. (자료=SKT)


최근 수년간 SKT는, 이번 인사에서 2선으로 물러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단 중심으로 운영됐다. 박정호 대표 시절 현 유영상 SKT 대표와 윤풍영 SK㈜ C&C 대표가 CFO로 재직했다. 유영상 대표 체제에서는 김진원 전 CFO와 합을 맞췄다. 김진원 전 CFO는 2015년 SK㈜와 SK C&C의 합병 과정에서 박정호-유영상-윤풍영과 연을 맺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에 전혀 관련이 없던 김양섭 CFO가 SKT로 이동하면서 SKT도 새로운 체제 변환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T는 SK그룹의 핵심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수조원대의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다. 때문에 SKT의 곳간을 담당하는 CFO 또한 위상이 높다. 또 SKT의 역대 CFO 출신들 대부분이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로 이동하는 엘리트 코스의 정석을 밟았다. SK이노베이션 또한 그룹의 역사를 자랑하는 핵심 계열사다. 두 회사의 위상을 고려할 때 이번 맞교체는 좌천 성격의 인사라기보단 전환 배치의 성격이 강하다.

김양섭 CFO는 지난 3년간 SK이노베이션의 어려운 시기를 이끌었다. 지난 2019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ITC(무역위원회)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기술인력을 영입해 기술을 도용했단 이유에서다. 결국 소송에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게 2조원의 합의금을 지급하게 됐다.

이후 취임한 김양섭 CFO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게 됐다. 당시 주력 사업이었던 정유 부문은 실적이 악화됐으며 신성장동력인 배터리(SK온) 사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양섭 CFO는 유상증자, 프리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수조원대의 자금을 수혈해 사업을 안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연결기준 매출 34조5499억원, 영업손실 2조4203억원에서 2022년 매출 78조569억원, 영업이익 3조9173억원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김양섭 CFO는 SKT에서 유영상 대표와 함께 AI 중심 4대 사업체제를 꾸려갈 예정이다. AI 사업은 AI서비스사업부와 Global/AITech사업부로 나뉜다. 이 조직은 글로벌 PAA(Personal AI Assistant)와 함께 통신 특화 LLM(거대언어모델)을 만들기 위해 자강과 협력을 추진한다. T-B Customer사업부와 T-B Enterprise사업부는 유무선 통신, 미디어, 엔터프라이즈 등 전 사업 영역에서 AI를 적극 도입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적극 발굴한다. 이에 따라 SKT의 실적체계도 김양섭 CFO 산하에서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번 정기 인사에서 정재헌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이 SKT 대외협력 담당(사장)으로 승진 이동, 유경상 SK㈜ 디지털투자센터장이 SKT의 Strategy&Development 담당(CSO)으로 이동했다. 김양섭 CFO는 이들과 신설된 조직 ‘톱 팀(Top Team)’ 임원으로도 활동한다. SKT는 글로벌 시장에서 AI 솔루션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톱 팀을 만들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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