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DB아이앤씨, DB하이텍 지배력 강화 '재무부담' 후폭풍

Numbers_ 2024. 8. 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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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아이앤씨, DB하이텍 지배력 강화 '재무부담' 후폭풍

DB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DB아이앤씨(DB Inc)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 주력 계열사 DB하이텍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그간 행동주의 펀드 KCGI와 분쟁을 계기로 지분을 꾸준히 늘렸고 관계기업으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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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DB하이텍


DB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DB아이앤씨(DB Inc)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 주력 계열사 DB하이텍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그간 행동주의 펀드 KCGI와 분쟁을 계기로 지분을 꾸준히 늘렸고 관계기업으로 편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을 진행했고 이자비용 증가 등 재무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 In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DB하이텍 주식을 매입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KCGI로부터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250만주(지분율 5.63%)를 매입했다. 매입가는 당시 주가에 13%를 할증한 1주당 6만6000원이었고 총 1650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전체 주식수는 829만3783주(18.68%)로 늘었다.

DB Inc는 올 상반기에도 추가로 DB하이텍 주식을 취득했다. 2월에는 장내에서 5차례에 걸쳐 20만1000주를 99억원에 매입했다. 또 3월에 장외에서 DB생명보험으로부터 8만주를 35억원에 양수했다. 이에 따라 보유 주식수는 829만3783주(20.07%)로 늘었다. DB가 보유한 지분율이 20%를 넘기면서 DB하이텍의 지위도 기존 기타특수관계자에서 관계기업으로 바뀌었다.

DB Inc는 이처럼 KCGI와 분쟁 이후 DB하이텍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재무적 부담이 따랐다. DB하이텍 지분 확보에 1784억원을 투입하면서 현금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 매입 대금은 보유 현금으로 지불했지만 상당 규모는 차입에 의존했다. 우선 지난해 12월 블록딜 금액의 72.7%에 달하는 1200억원은 차입금으로 해소했다.

 

실제로 DB Inc의 별도기준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총 차입금은 2978억원으로 전년 대비 67.2% 증가했다. 차입금 증가는 유동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은 66.9%로 전년 대비 19.5%p 떨어졌다. 반면 부채비율은 1년전보다 73.6%p 상승한 113%를 기록했다. 대규모 차입을 진행하면서 부채총계가 전년보다 289.9% 증가한 탓이다.

DB Inc는 이 같은 차입 과정에서 DB하이텍 주식 521만2783주를 담보로 활용했다. 우리은행으로부터 653억원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DB하이텍 주식 150만주,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2268억원을 빌리기 위해 521만2783주를 각각 담보로 제공했다. 담보 비율이 담보 유지비율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추가 담보를 설정해야 한다.

재무에 가해지는 부담은 올해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분 인수 과정에서 현금을 소진한 탓에 올 상반기 말 별도기준 현금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80.6% 감소한 374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17.2%로 소폭 올랐다. DB가 DB하이텍을 관계기업으로 편입시키면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손익)으로 잡히던 기타자본구성요소는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이는 자본총계 감소를 불렀다.

차입금 등 부채가 늘면서 이자비용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DB Inc는 올 상반기 별도기준 이자비용으로 66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265.4% 증가한 규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차입금이자가 가장 많은 61억원, 나머지 리스이자가 5억원을 기록했다.

한편 DB Inc는 최근 지주사 전환 이슈로 또 다른 부담이 제기되고 있다. 비금융 계열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는 그동안 DB하이텍 주가에 따라 지주사 전환 대상에 오르내렸다. 최근 DB하이텍 주가 상승으로 또 다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전환 통보를 받았다. 계열사 주식가액 합계액을 끌어올려 DB Inc 자산총액의 50%를 넘겼기 때문이다.

DB Inc는 이미 한 차례 DB하이텍의 주가 변동으로 지주사 전환 대상에 올랐다가 해제된 경험이 있는 만큼 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만일을 대비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DB월드 보유 주식 548만5287주를 모두 DB하이텍에 매도했다. DB하이텍은 기존 DB월드 지분 33.97%를 들고 있었다. 이번에 양수한 지분을 더해 57.94%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