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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요직을 거친 엘리트다. 특히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2대에 걸쳐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현대차그룹 내에서 최연소 대표에 오른 이력을 갖췄다. 해운사 현대글로비스에서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며 기틀을 잡았다.
정통 ‘현대맨’으로 커리어를 쌓던 김 사장은 2022년 HMM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HMM은 오랜 부진을 딛고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던 시점이었다. 그는 그간의 경험을 살려 사업 다각화 등 체질 개선을 꾀하며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家의 남자, 해운업 베테랑 CEO로 진화
김 사장은 HMM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현대차그룹의 핵심 인사로 경력을 쌓았다. 특히 현대그룹부터 현대차그룹 시절까지 오너 2대에 걸쳐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최측근으로 유명하다. 1964년생인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했다. 그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 비서실의 수행비서로 10년간 근무했다.
그는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요직을 꿰찼다. 김 사장은 2000년 현대자동차 미주법인 최고재무담당자(CFO) 부장, 2003년 현대글로비스 미주법인 CFO 이사로 근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영인으로서 경험을 축적했다. 3년만인 2006년 현대모비스 기획실장에 선임된 이후로 1년마다 승진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김 사장은 2007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서실장 상무로 선임되면서 오너 2대에 걸쳐 보좌하는 이력을 남겼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인사로 거듭나면서 2008년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전략실장 전무에 올랐고 1년만인 2009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45세 나이로 현대차그룹 계열사 최연소 대표이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어 2013년 현대글로비스 사장에 오르며 해운업 CEO로서 막을 올렸다.
김 사장은 현대글로비스에서 해운업 CEO로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했다. 특히 2009년 이사직을 꿰차고 2018년 현대위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길 때까지 10년간 장기 집권하며 당시 최장수 CEO라는 훈장도 달았다. 특히 재임 중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럽 물류기업 ‘아담폴’을 인수했고 KD와 중고차 경매 사업 등 유통업으로 다각화를 추진했다. 경쟁력을 강화해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적 성장이라는 성과도 남겼다. 김 사장이 취임한 2009년 연결기준 매출 3조6883억원이었지만 떠나기 직전인 2017년에는 16조3583억원으로 8년만에 343.5% 증가했다. 이 기간 자산총계도 1조3218억원에서 8조1857억원으로 519.3% 늘었다. 김 사장은 현대위아 대표를 수행한지 3년만인 2021년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김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화려한 이력을 뒤로하고 2022년 HMM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시 매각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채권단에서 새로운 대표 선임 필요성이 제기됐다. HMM은 현대글로비스에서 장수 CEO로 군림했던 김 사장을 상대로 “그동안의 경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HMM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HMM은 지난해 모처럼 호실적을 내며 오랜 부진에서 벗어났지만 컨테이너 사업 의존도가 높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여기에 새주인을 찾는 민영화 과제도 남았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하림그룹의 인수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최종 협상 과정에서 무산됐다. 당시 매각 과정에서 주요 걸림돌로 높은 몸값과 대규모 영구채, 그리고 12조원 이상 규모의 현금자산 활용법 등이 제기됐다.
김 사장은 공격적인 투자 전략에서 해법을 찾았다. 현대글로비스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대규모 투자와 사업 다각화에서 해법을 모색했다. 그는 취임 첫해부터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성장 구상을 발표했다. 곳간에 쌓인 현금은 자연스럽게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영구채는 실적을 개선해 확보한 자금으로 상환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 증가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HMM은 올해 또다시 대규모 투자 구상을 밝혔다. 최근 해운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기반으로 2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2030년까지 투자를 진행해 매출액 15조원, 자산총계 43조2000억원, 부채비율 50% 이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기존 ‘디 얼라이언스’ 소속인 HMM, 일본 ONE, 대만 양밍이 내년 2월부터 5년간 협력하기로 합의한 새로운 협력 체제다.
이처럼 김 사장은 매각 여부와 별개로 꾸준히 성장 구상을 실현시키고 있다. 다만 수익 성과에 따라 몸값이 오를수록 숙원 과제인 민영화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다만 그는 매각 재개 여부와 관련해 “채권단 대주주들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영구채도 “상환 시점이 돌아오면 바로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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