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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지평 경영권 분쟁 대응센터에 2024년은 도약의 해다. 팀 단위였던 조직을 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내부 조직을 분쟁 대응, 회사 자문, 형사 대응, 회계, 소송으로 세분화해 전문성과 대응력을 강화했다.
센터는 굵직한 실적도 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를 대리해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이끌었다. 센터 소속 변호사들이 집필한 두 번째 책 '경영권 법률실무'가 빛을 보기도 했다. 이 책은 변호사들이 경영권 분쟁 대응과 해결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 이론, 판례를 정리한 것이다.
성장의 중심에는 센터장 김동아 변호사(연수원 24기)가 있다. 김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광주고등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21년간 판사로 근무했다. 특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경제·보건 사건 전담 형사재판장, 기업 사건 전담 민사재판장을 지냈다. 지평에 합류 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사건, 다올증권과 효성 간 손해배상 사건, 다수의 공정거래 관련 업무 등을 처리했다.
배기완 변호사(37기)는 지평에 경영권 분쟁팀이 꾸려지기 전부터 관련 업무를 하며 조직 신설과 발전에 기여한 핵심 인물이다. 현재 센터 분쟁 대응 팀장, 기업금융소송그룹 부그룹장을 맡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사건, 좋은사람들 경영권 분쟁 사건, 사조산업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사건 등이 배 변호사를 거쳐 간 성공 사례다.
이들과 함께 윤성원(17기) 지평 대표변호사와 장기석(26기), 신민(30기), 이태현(36기), 김형우(39기), 서동천(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 등이 센터 주요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서 역량 발휘..."경영권 방어책 훈련돼 있어야" 조언
-경영권 분쟁 대응센터로 확대 개편한 계기는 무엇이며, 어떤 효과가 있었나.
△김 변호사=지평에 의뢰가 들어오는 경영권 분쟁 사건이 많아지면서 팀에서 가용할 수 있는 분야와 인력의 한계가 있었다. 경영권 분쟁 중 발생하는 각종 상황에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고민도 있었다. 규모와 전문성을 고려한 개편이었다.
△배 변호사=센터는 개편을 통해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어떤 사건이라도 처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돋움했다. 주요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센터가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동력도 만들어졌다. 전문가를 찾는 고객들에게 '지평 경영권 분쟁 대응센터'라는 선택지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성공 사례는 무엇인가.
△김 변호사=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건이다. 마치 종합예술처럼 여러 쟁점이 섞인 사건이었다. 주주 제안 측이 대규모 상장회사 이사회의 다수로 선임돼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향후 유사한 상황에 있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많은 참고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고객의 회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회사에 온전하게 전달되기를 바랐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7년간 매달린 끝에 성공한 경영권 분쟁 사건이 있다고 들었다.
△배 변호사=국내 PE사와 증권회사가 프랑스 전문 번역 회사 '시스트란'의 인수와 관련해 국내 회사에 투자했는데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프랑스 로펌과 공동으로 현지에서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을 하며 치열하게 다퉜다. 우리나라로 치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해 법원의 인용을 받아냈다. 의뢰인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 대리해 온전한 회수를 도왔다. 2016년에 시작해 지난해에 끝난 사건이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경영권 분쟁 건도 다수 진행하고 있다. 기업 규모에 따른 분쟁 양상과 대응 전략을 소개해달라.
△김 변호사=대기업은 경영권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기 때문에 경영권 위협은 현실적인 위험이 아니다. 오히려 대기업과 소수주주 간 이익 충돌 문제가 일상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경영권이 안정된 대기업은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내부자 거래 등을 확인한 후 중견기업을 공격하는 사례도 많다. 중견기업 정도 되면 공격할 만한 기대 이익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들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해 공격당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배 변호사=벤처기업, 중소기업에서는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빼앗아 그 회사를 지배하는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투자자들이 경영진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 뒤 경영권은 내주고 주식은 더 가져간다. 이후 대표의 횡령이나 배임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고소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를 지배한다. 감자를 통해 대표를 몰아낸 사례도 있었다.
안타까운 건 경영진 측이 상법에 따른 방어책을 잘 알지 못해 소송 진행 시기를 놓치고 나서야 변호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현실적으로 경영권을 뺏길 가능성이 큰 회사이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처 방법이 잘 훈련돼 있어야 한다. 상시로 경영권을 뺏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고 세부적으로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법률 등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배 변호사=우리나라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는 잘 구축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전반적인 의사 결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 있다. 다만 회계장부 열람·등사의 경우 무분별하게 허용되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 공격하는 수단으로 장부만 가져가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장부를 통해 내부 정보가 유출되고 회사 발전과 투자는 어려워진다.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장부 열람의 목적을 살피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는 판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변호사=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등은 법령에 최소한의 규정만 있기 때문에 사실 법원의 재량이 크다. 대법원의 기본 판시 자체는 막연한 의심 정도로는 허용해 주지 말고 누가 봐도 그럴듯하다는 정도의 강력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라는 것이다. 제도 자체가 판사에게 일률적인 기준을 부여해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판사가 사안을 맡느냐에 따라 약간의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구조적인 한계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력 있는 주장과 소명 자료를 구성해 방어해야 한다. 결국 법률 대리인의 역량이 중요한 부분이다.
-공격자 측을 대리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배 변호사=고객이 원하는 것이 단순히 진행되는 소송에서 이기는 것인지, 그 과정에서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인지 등을 파악해 섬세하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나 이사해임의 소 등의 소송에서 승소해 경영권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무익한 소송만 할 수 있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해 경영권을 가져와야 한다면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기관투자자에 대한 설득을 계속해야 한다. 자문 기관의 의견도 갈릴 수 있기 때문에 공격자 측에서는 판세를 잘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출간한 '경영권 법률실무'에서 '국내 증권시장의 변화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보호장치는 발전하는 순기능도 존재했지만, 소수주주권 악용 등으로 기업들이 경영권 침해에 노출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어떤 경우가 있나.
△배 변호사=제조업 기반으로 잘 성장한 기업들이 계속 돈을 빌려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다 보니 투자를 받기 시작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우호적이었던 투자자들이 엑시트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회사를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오너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같은 편일 때는 용인하고 넘어갔던 경영상 문제점이 공격의 빌미가 된다.
결국 투자자들은 기존 경영진의 지분이 약해지는 상황을 만들어 편하게 엑시트하고, 오너는 소수주주로 남아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형태로 구조화한다. 소수주주권을 통해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은 회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처럼 투자 수익을 얻을 목적으로 법에서 정한 소수주주권이 활용된다면 그 폐해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김 변호사=지분 구조만 취약할 뿐 회사의 성장이나 경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소수주주가 플랫폼을 악용해 공격하고 이후에는 헤지펀드들이 공격하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고려한 책 출간...고객 저변 확대 목표
-'경영권 법률실무' 등 책을 출간한 이유는 무엇이고, 독자들 반응은 어땠나.
△김 변호사=세상이 다 알 만한 경영권 분쟁 사건은 기존에 관련 업무를 해온 대형 로펌들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평은 틈새시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중소기업, 중견기업 경영진이 편하게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책 출간이었다.
'실무가들을 위한 핸드북'을 컨셉으로 철저하게 실무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려고 했다. 사전 조사를 해보니 비슷한 유형의 책이 없었다. 빠르게 대응책을 찾아볼 수 있으면서 양적으로 부담되지 않도록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
△배 변호사=특히 기업 사내 변호사,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오너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분쟁 대응 절차와 전략이 쉽게 서술돼 있고 통독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경영권 법률실무' 2탄도 준비 중이다. 이번에 출간한 '경영권 법률실무'는 주주총회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2탄은 이사회 중심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경영권 분쟁 업무를 처리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김 변호사=경영권 분쟁은 궁극적으로 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측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분쟁을 겪으면 회사 내부의 문제가 표면화하고 새롭게 선임된 경영진은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경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주의 권리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그렇게 변모하는 회사를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배 변호사=분쟁을 이겨내고 회사가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때다. 지평이 자문했던 '좋은사람들' 사건이 그랬다. 사건 당시 경영진이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분쟁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했고 회생 절차에서 인수합병(M&A)을 거쳐 새로운 주주가 들어왔다. 이후 거래가 재개돼 회사가 건실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김 변호사=변호사로서 회사에 이익을 많이 가져다 주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지만 20년 동안 법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공적인 이익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의뢰인의 이익이 정말 중요하나 지켜야 할 한계는 분명히 있고 어느 선을 넘어가야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고민이 된다. 최소한의 공적인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 차원에서 의뢰인의 이익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 현재의 생각이고 앞으로도 변할 것 같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경영권 분쟁이라는 정글 같은 싸움터가 최소한의 규칙을 가지고 페어 플레이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다.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피해 보는 사람이 없도록 돕는 것이 1차 목표다. 그렇게 된다면 법률가로서 가장 보람 있을 것 같다.
△배 변호사=고객의 저변을 확대하고 센터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법리 발굴에도 힘쓸 생각이다. 판례가 나오면 실무가 많이 바뀌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계약서에 이 내용을 넣으면 판례에 따라 이길 것"이라는 식으로 오해가 생기고, 그러한 방향으로 시장이 작동할 수 있다. 법리, 판례가 잘 정립되도록 기여하고 싶다.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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