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C/CEO

‘반도체 영업 귀재’ 김주선 사장, SK하이닉스 '스페셜티 메모리' 사업 진두지휘

Numbers 2023. 12. 8. 17:53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공장 전경과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Infra) 사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최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AI 인프라(Infra)'조직을 진두지휘할 김주선 사장은 주로 반도체 영업 현장을 지킨 '영업통'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SK하이닉스가 '스페셜티(특수)' 메모리반도체 기업으로 변모하는 가운데, 공정 기술과 생산능력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미리 파악해 개발까지 이끄는 기획과 영업 역량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데 따른 조치다. 영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김 사장이 고객의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읽어낼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부터 영업까지 30년 '하이닉스 맨'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Infra) 사장이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 뉴스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김 사장은 1991년 현대전자 반도체 팹(FAB) 생산팀으로 입사해 줄곧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1966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해 현대전자, 하이닉스반도체에 이어 지금의 SK하이닉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을 쌓았다. 반도체 생산에서 국제 대외협력, 재무 등 범위가 넓다. 그는 SK하이닉스 미주법인장을 담당하던 지난 2021년 SK하이닉스 뉴스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SK하이닉스와 함께한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인사와 조달을 제외한 모든 부서에서 근무한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임원이 된 이후에는 주로 영업기획과 마케팅전략 분야에 주력했다. 상무 시절에는 영업기획팀장, 마케팅전략그룹장 등을 역임했다. SK하이닉스가 고객과의 접점에서 사업, 기술적 협력관계를 주도하기 위해 'GSM(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을 신설한 뒤는 줄곧 GSM 영업본부장으로 일했다. SK하이닉스의 GSM은 영업과 마케팅, 상품기획 등이 융합된 조직이다. 고객의 요구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기술 개발을 이끌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AI 수요를 타고 주목받는 HBM 역시 GSM 산하 D램상품기획이 개발부터 제조, 판매 계획을 짜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김 사장은 뛰어난 고객 대응 능력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는 미주 담당을 겸했다. GSM 산하에는 각 지역별 영업 담당 부서가 편재돼 있는데, 김 사장은 미국에 있는 SK하이닉스 판매법인을 이끌며 엔비디아와 인텔 등 미국에 있는 대형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최근 조직개편과 임원인사에서 김 사장은 승진과 함께 SK하이닉스의 AI 인프라 조직을 담당하며 회사의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책임지는 핵심 임무를 맡았다. SK하이닉스 내에서 사장 직위를 가진 인물은 대표이사인 곽노정 사장과 김동섭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김 사장을 포함하면 세 명에 불과하다. AI 인프라 조직의 규모와 위상이 대표이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높다는 의미다.

AI 인프라 조직은 산하에 기존 GSM에 더해 신설된 'HBM 비즈니스(Business)'와 'AI&넥스트(Next)'를 뒀다. HBM 비즈니스는 부문별로 흩어져있던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조직이다. AI&넥스트는 차세대 HBM을 비롯해 AI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을 한다.

 

SK하이닉스 '스페셜티' 사업 이끈다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로드맵. (사진=SK하이닉스)


김 사장의 승진과 AI 인프라 조직 신설은 SK하이닉스의 사업구조 변화의 시작이다. 그동안 키워온 영업 역량을 AI 메모리반도체 중심으로 결집하는 신호탄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일찍이 영업과 고객 대응 역량을 강화했다. 모바일(MX)사업부라는 우량 고객이 있는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별도의 캡티브마켓(계열사 간 내부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모바일용 D램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주로 서버에 탑재되는 D램 시장에서 존재감이 강한 편이다. 서버용 D램은 최종 고객이 소비자인 모바일용 메모리반도체보다 기업간거래(B2B) 성격이 짙다. 그만큼 실제 수요 기업을 관리하고, 성능이나 품질과 관련된 고객 대응이 더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일찍이 미국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와 협업해 외장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향상을 위해 HBM을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당시 HBM은 특수 D램으로 큰 매출을 일으키는 제품은 아니었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선두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기 위해 고객 요구에 맞춰 신제품을 만들었다.

SK하이닉스의 고객 대응 역량은 최근 HBM 시장 확대와 함께 빛을 발했다. HBM 시장은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와 AI 반도체 팹리스(설계업체), 설계자산(IP)업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기업)에 이어 최종 수요처인 데이터센터 운용사까지 복잡한 생태계 구조를 구성하는 데다 고객의 성능과 생산량 요구에 맞춰 최종 양산이 진행되는 수주형 사업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 수요를 예측해 HBM을 생산하기 위한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특수한 후공정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시장이 갖는 특수성은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요구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강점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이 AI 인프라 조직을 이끌게 된 배경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기존 범용 제품 중심에서 고객 맞춤형 수주 중심으로 판이 바뀌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AI 인프라는 향후 HBM과 AI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사업구조 변화를 꾀하는 SK하이닉스의 핵심 조직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곽 사장 역시 "메모리반도체를 범용 제품에서 스페셜티 제품으로 혁신할 것"이라며 "과거 방식을 벗어나 고객을 만족시키는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기사원문 바로가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