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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VC)의 글로벌화도 필요하지만 국내에서는 역외펀드 출자 자체가 어려워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가 쉽지 않다.”
최근 해외 기업 투자를 위한 역외펀드를 조성 중인 한 국내 VC 관계자가 토로한 현실이다. 역외펀드란 투자사가 속한 국가가 아닌 제3국에서 조성된 펀드를 말한다. 투자 혹한기가 이어지자 해외에 지사를 세우고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 역외펀드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는 국내 VC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펀드 조성 난이도는 국내펀드보다 훨씬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VC들이 해외 유망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여러 출자자(LP)들을 설득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LP들은 국내 VC들의 해외 투자 경험 및 포트폴리오가 적다는 판단때문에 출자를 망설인다.
그러나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당장 해외 투자를 늘리는 것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유망한 딜은 기존에 형성된 현지 VC 사이의 네트워크에서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통창구가 부족한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하기엔 애로사항이 많은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VC와 해외 VC가 공동 운용(Co-GP)하는 펀드도 늘어나고 있지만 펀드 결성에는 1년 이상 걸린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VC로 거듭나는 것은 국내 VC라면 어디든 꿈꾸는 목표다. 현재로서는 국내 VC 중 운용 자산(AUM)이 수조원에 이르는 소수의 운용사 외에는 의미있는 규모의 역외펀드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가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주최한 벤처캐피탈 업계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VC 육성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의견이 다수 제시됐다. 주로 국내 VC가 해외 LP들과 접촉할 수 있는 홍보 채널이나 방안 확충 및 해외 전용 펀드라도 국내에 20%를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의무 등의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이었다.
글로벌 투자 자금을 국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은 이미 속속 마련되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달 글로벌 투자유치 규모를 지난해 2000억원에서 2027년 1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담은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로 국내 VC의 해외 투자를 촉진시킬 전략은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국내 VC들의 해외 투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조차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역외펀드 조성은 정부의 관심 밖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해외 VC의 국내 진출을 통한 국내 스타트업 성장도 중요하지만, 국내 VC의 해외 진출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최근 만난 한 국내 VC 관계자는 “해외 톱티어 VC와 협력해야 유망한 해외 기업을 발굴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해외 투자 경험과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한데 아직 국내 사정상 쉽지 않다”며 “LP들이 VC를 믿고 자금 운용을 맡길 수 있으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해외투자 육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가영 기자 kimgo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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