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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재무통 CEO’ 배출 등용문 I 현대건설①

Numbers_ 2023. 12. 15. 17:23
CFO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으로 재무담당임원(CFO)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중용하는 경향이 있다.  2011년 현대차그룹 품에 안긴 현대건설 CFO 계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다.

현대건설 CFO 자리는 2011년 이후 계속해서 현대차 출신들이 맡고 있다. 현대차에서 온 CFO들은 이후 CEO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CFO 자리가 향후 CEO 임명을 위한 시험대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건설사 최초 영업이익 1조 달성, CEO 승진 보상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가 된 이후 처음으로 CFO에 오른 인물은 당시 현대차 재경사업부장이던 박동욱 전무다.

박 전무가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으로 부임한 건 2011년이다. 당시 시장에선 현대건설실적 부진 우려가 컸다.

2006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현대건설은 당시 매출액이 5조849억원, 수주액이 9조4208억원에 달했다. 이후 매출과 잔고가 우상향하며 현대자동차그룹 편입 전인 2010년 매출액 10조448억원, 수주액 18조355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매출 증대로 외형이 커졌지만 시장에선 수익성 저하 우려가 컸다. 원자재 가격 상승, 해외 수주 둔화 등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는 게 경영진의 역할이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박 본부장은 비용 절감에 집중했다. 박 본부장 부임 이후 가장 먼저 바뀐 건 구매 시스템이다. 현대차그룹과의 구매 시스템 연동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원가 절감에 나섰다. 또 중국 지사를 현대차그룹과 공유하면서 영업망 확대에 들어가는 판관비도 절감했다.

해외 사업장 중심으로 고수익 프로젝트 선별 수주에 집중한 것도 우려를 믿음으로 바꾸는 데 한 몫했다. 현대건설은 2015년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넘기는 성과를 달성하며 업계의 불안감이 기우였음을 증명했다. 현대건설은 2016년에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2018년 현대건설은 박동욱 당시 재경본부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재무 담당임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중국통 CFO' 2년 만에 자회사 대표 승진

 

박 대표에 이어 재무 라인을 책임지게 된 인물이 윤여성 당시 현대모비스 중국사무소 담당(전무)이었다. 윤 전무 역시 현대차 출신으로 기아차 중국합작법인 기획본부장, 현대차 중국사업부장 등을 거친 중국통이다.

늘어난 해외 수주로 인해 외환 노출도가 커지면서 해외 사업장을 총괄해본 경험이 있는 윤 전무를 배치해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재경본부장으로서 2년간 부채비율, 잉여현금흐름 개선 등을 이끌어냈다.

2018년 기준 576억원이던 잉여현금흐름은 2019년 3690억원, 2020년 1조6563억원으로 개선됐다. 부채비율도 같은기간 117.7%에서 104.6%까지 낮아졌다.

다만 영업이익 하락으로 인해 CFO 자리를 오랜 기간 수행하진 못했다. 2016년 1조원을 넘겼던 영업이익은 윤 본부장 부임 직전 8000억원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2020년말 기준 영업이익이 5490억원까지 하락하면서 현대건설은 또 한번 CFO를 교체하게 된다.

영업이익 하락이 전적으로 CFO만의 책임은 아니었기에 현대차그룹은 윤 본부장을 계열사인 현대스틸산업 대표로 배치했다. 현대스틸산업은 현대건설의 100% 자회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대외적인 변수도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고속 승진 김광평 전무, 건설경기 불황 이겨낼까

 

2021년 이후 현대건설의 재무 담당을 맡고 있는 건 김광평 재경본부장이다. 그는 2014년 상무보B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을 단 뒤 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 2011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당시 현대자동차에서 재경기획팀장을 맡던 그는 현대건설로 이동했다.

당시 박 전 대표와 함께 현대건설로 넘어왔다. 경영관리실장 역할을 하던 그는 2017년에는 상무보A로 승진하며 재무관리실장이 됐다. 이후 재무관리실장을 맡으며 1년만에 상무로 또 한번 승진했다. 상무를 단 지 3년만에 전무로 승진하며 CFO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김 전무는 전임자와 달리 현대건설 인수 당시부터 근무해왔기에 내부 사정에 더 정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 출신이지만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기간이 1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김 전무는 역대 CFO 가운데 이사회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현재 보상위원회 및 ESG 경영을 위한 지속가능경영협의체 의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키가 될 현대엔지니어링의 감사 직도 2015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책임졌다.

그룹 전반에 대해 빠삭한 김 전무가 CFO 역할을 맡으면서 고속 승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69년생인 그는 50대 초반에 CFO 역할을 맡게 됐다. 박 전 대표가 만 50세가 되던 해 CFO 역할을 맡았던 것과 유사한 행보다.

고금리 기조 아래 건설 경기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을 이어가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환을 이어가며 재무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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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CFO] 현대차그룹 ‘재무통 CEO’ 배출 등용문 I 현대건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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