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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CFO] 달라진 곳간지기 위상, 김용환 부회장 용퇴 후 홀로서기 I 현대건설②

Numbers_ 2023. 12. 18. 14:34
CFO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건설업의 핵심은 자금 조달이다. 건축물을 짓는 동안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에 비용 관리를 맡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적지 않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줄곧 현대차 출신을 중용하며 재무라인을 꾸려왔다. 초기에는 CFO를 이사회에 참가시키지 않고 재무 임원 역할만 부여했다. 이후 CFO의 위상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등기임원→등기임원 위상 변화

 

2011년 현대차그룹 편입 후 처음 CFO를 맡았던 박동욱 당시 재경본부장은 7년간 미등기임원이었다. 부사장이었는데도 조직의 주요한 경영 활동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초기에 박 본부장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인수 후 현대건설 이사회에는 정몽구 당시 현대차 회장과 ‘MK의 남자’ 김용환 부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던 정수현 대표를 포함해 3인이 핵심 의사결정을 담당했다.

현대가의 뿌리인 현대건설 경영은 정 명예회장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직접 이사회에 속해 경영 전반을 살피려는 건 당연한 행보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사진=현대건설)


정 명예회장이 현대건설 인수 당시 인수팀에 내린 지시는 “현대건설을 반드시 가져오라” 단 한마디였다고 알려져 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건설 인수 소식에 크게 기뻔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4월 1일 정 회장은 현대건설 계동사옥 대강당에서 조회사를 마친 뒤 깃대를 휘두르며 재회의 감격을 드러냈다.

현대건설 CFO 위상이 높아진 시점은 정 회장의 영향력이 약해지던 시기와 맞물린다. 박동욱 당시 재경본부장이 대표로 승진한 2018년은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구도가 수면위로 드러나던 시기였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이사회에서 완전히 손을 뗀 건 2020년이다. 그보다 앞선 2018년에는 현대건설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과 함께 2인자 김 부회장이 물러나면서 현대건설 CFO의 위상은 전보다 높아졌다.

 

 

박 대표 체제에서 CFO를 맡은 윤여성 재경본부장은 곧바로 등기임원이 됐다. 박 대표가 부사장 시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이사회에 포함되면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박 대표는 재무 임원 외에도 현대건설의 핵심 사업인 플랜트 담당 임원인 이원우 본부장을 이사회에 배치했다.

윤 본부장이 재임할 당시엔 CFO 역할은 재무 관리, 회계 관리 등에 그쳤다. 당시 투명경영위원회가 설치돼 있었지만 사외이사들로 해당 위원회를 꾸리고 있었기 때문에 사내이사들의 역할이 제한됐다.

투명 경영 압박, CFO 역할 확대 배경

 

2021년 윤영준 대표가 부임하면서 CFO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이를 도맡아 대응할 인물이 필요해졌다.

현대건설은 해당 역할을 CFO에게 맡기기로 했다. 윤 대표는 이사회 내에 보상위원회를 설치하고 김광평 재경본부장에게 위원장 역할을 맡겼다. 김 본부장은 합리적인 보상 체계 수립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며 기존의 CFO보다 한층 강화된 역할을 부여받았다.

나아가 김 본부장에겐 ESG 재정 확보의 역할을 줬다. ESG 경영 요구가 거세지면서 관련 재정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 됐다. 김 본부장은 현대건설 역사상 처음으로 ESG 채권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나서는 일을 담당하게 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2045탄소중립선언'을 하면서 중장기적으로 ESG채권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조달 자금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원전해체, 수처리 등 관련 매출 비중을 늘려갈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ESG 채권 투자 대상과, 비용을 산정해 자금을 조달할 역할을 부여받았다.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도입 후 확보를 위한 재정 충당도 중요한 문제가 됐다.

(사진=현대건설)


현재 김 본부장은 현대건설의 지속가능경영협의체 협의체장을 겸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0년 이사회를 통해 지속가능협의체를 발족하고 협의체장 역할을 CFO에게 일임했다. 기후변화 대응, 안전보건, 공정거래 등 ESG 관련 현안을 다루는 조직으로 전원 사외이사로 이뤄진 투명경영위원회를 통해 협의체 의결사항이 검토되고 시행된다.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나타난 이사회 스킬 매트릭스를 살펴보면 김 본부장은 경제, 경영, 재무, 회계 등 기본적인 CFO역할 외에도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리스크관리 등 역할에 대한 역할에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김진현 기자 j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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