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 전병우 vs 농심 신상열, 선명해진 K라면 '3세' 라이벌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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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 전병우 vs 농심 신상열, 선명해진 K라면 '3세' 라이벌 구도

 

삼양 3세 전병우 상무와 농심 3세 신상열 전무의 라이벌 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왼쪽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명우 상무, 오른쪽 농심 3세 신상열 전무 / 사진 = 각 사

국내 라면업계 1·2위를 다투는 삼양과 농심 사이에 세대 교체 바람이 불면서 '오너 3세' 간의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최근 정기인사에서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신상열 농심 전무와 전병우 삼양식품 상무는 각각 1993년, 1994년생으로 한살 차이인데다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 동문이라는 점, 현재 회사에서 신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K라면 전성기에 경영에 적극 참여하면서 글로벌 시장 확장과 라면 이외의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한다는 과제도 있어 향후 대표이사(CEO) 자리에 오를때까지 두 라이벌의 '레이스'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확실한 후계자들

전 상무와 신 전무는 모두 안정적인 승계 구도 하에 사실상 '공식 후계자'의 입지를 굳혔다. 지분율에서도 두 사람의 경영 승계 가능성은 확실시된다. 우선 전 상무는 삼양라운드스퀘어 주식 26,862주 (24.2%)를 갖고 있다. 어머니 김정수 부회장이 35,450주(32%) 다음으로 많다. 농심의 신 전무도 오너 3세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무가 보유한 농심홀딩스 주식은 6만 5251주(1.41%)로, 누나와 여동생인 신수정(1만 5631주·0.34%)씨와 신수현(1만 4795주·0.32%)씨보다 많다.  

전 상무는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콜롬비아대를 졸업한 후 2019년 삼양식품 해외사업부 부장으로 회사에 발을 들였다. 그가 입사하자 마자 부장 직급을 단 것은 부친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이 당시 횡령 혐의로 경영에서 물러나 경영 공백 장기화 우려에 따른 조치였다. 그는 2020년 이사로 승진하고 지난해 10월 상무 직함을 달았다. 

전 상무는 지난해 9월 공개석상으로는 처음으로 삼양라면 출시 60주년 기자간담회에 등장하면서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대중에 알렸다.  현재 그는 삼양식품의 지주회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에서 신사업·미래 전략 수립을 맡고 있다. 

지난 26일 단행된 삼양라운드스퀘어·삼양식품의 정기임원인사에서 전 상무는 유임됐다. 삼양식품은 이날 역대 최대 실적과 불닭브랜드 연매출 1조원 달성의 성과를 반영해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를 전무에서 부사장 직급으로 승진시켰다. 전 상무는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승진해 이번 승진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신 전무는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으로 2015년 농심에 입사했다. 그는 인턴사원으로 시작해 2020년 경영기획팀 대리, 2021년 경영기획팀 부장과 구매담당 상무 자리까지 거치며 탄탄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올해 1월 신설된 미래사업실의 상무에 오른 후 최근엔 전무로 승진하면서 명실상부한 후계자 입지를 더욱 굳혔다.  

신 전무가 인턴부터 경력을 시작한 것은 밑바닥부터 여러 업무를 두루 배우게 하는 농심가의 특성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인 신동원 회장은 2000년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2010년 농심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부회장직을 20년 간 맡았으며, 평사원에서 전무이사까지는 15년이 걸렸다. 이와 달리 신 전무는 인턴으로 시작했지만 '초고속 승진' 대상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2021년 11월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하며 농심 역사상 첫 20대 상무가 됐다. 

그가 이번 하반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그가 맡은 신사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농심은 본업인 라면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중장기 비전 마련을 위해 건강기능식품, 펫푸드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신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신 전무를 승진시켜 신사업에 속도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엇갈린 명암

공통점이 많은 두 사람이지만, 처해있는 상황은 반대다.전 상무는 불닭의 글로벌 인기와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해야 한다. 신 상무는 신라면을 필두로 'K라면의 황제'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라면업계는 내수시장의 한계에 맞닥뜨리며 해외 매출이 곧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양은 '불닭' 시리즈로 해외서 호실적을 거두면서 라면 업계 시가 총액 1위(3조 9096억원)로 올라섰지만 농심(2조 924억원)은 불닭에 밀려 삼양을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양식품의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389억원, 영업이익 87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101% 증가했다. 이 중 해외 매출 비중은 78%에 달했다.  

그러나 농심은 상대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낮다. 지난해 총매출 기준 글로벌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9%, 올해 3분기 기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은 37% 수준이다. 3분기 연결 기준 실적도 매출액 8504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32.5% 감소했다. 매출 규모 자체는 농심이 삼양의 약 2배이지만, 영업이익률에서도 뒤처진다. 삼양은 올해 3분기 연속 영업이익률 20%대를 달성했지만, 농심은 올해 3분기 평균 영업이익률 5.51%를 기록하고 있다. 

 

경영능력 비교 기준은 신사업

신사업에서 둘은 나란히 '건강기능식품'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3분기 기준으로 농심 매출의 81%, 삼양의 92%가 라면에서 나올 정도로 두 회사의 라면 의존도는 높다. 이를 낮추기 위해 신사업을 발굴하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건기식은 생산 시설을 갖춘 식품 회사에서 진입이 어렵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용이해 사업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건강기능시장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21년 5조6902억원에서 지난해 6조2022억원으로 9% 증가했다. 농심과 삼양 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과 대상, 빙그레 등 여러 식품 기업들도 건기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양의 전 상무는 건기식 사업에  'K콘텐츠'를 접목했다. 앞서 전 상무는 2022년 K푸드를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삼양애니 대표를 역임했다. 이런 이력을 살려 지난달 재단장한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의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콘텐츠를 기반으로 향후 잭앤펄스 제품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농심의 신 전무는 일찍이 내놓은 건기식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앞서 농심은 4년 전 콜라겐 중심의 건기식 브랜드 '라이필'을 선보였다. 향후 라이필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판매 채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미래인 후계자들이 신사업을 맡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신사업의 성과에 따라 이들의 경영 능력이 비교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재윤 기자 kwo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