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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투자처 '코드오브네이처' 선정 EQT "한국, 과학기술 기반 혁신 기대"

Numbers 2023. 9. 17. 15:17

(사진=황금빛 기자)

 

세계 3대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의 사회공헌재단 ‘EQT파운데이션’이 1억5000만원(10만유로)의 주인공으로 ‘코드오브네이처’를 선정했다. EQT의 장기 주주인 EQT파운데이션은 EQT가 운용 중인 펀드에서 창출되는 성과 보수를 재원으로 글로벌 임팩트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다.

EQT파운데이션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IMPACT QUEST : 더 그랜드 파이널’ 행사를 열었다. 오디션을 통해 선정한 한국 스타트업에 첫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심사위원으로 실리아 홈즈 인달 EQT파운데이션 대표 외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제현주 인비져닝파트너스 대표, 최재웅 퓨처플레이 CIO(최고정보책임자), 서상준 EQT파트너스코리아 대표 등이 참여했다.

수천개의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경쟁을 뚫고 이날 IR피칭 무대에 오른 스타트업은 5곳으로 △리플라 △그리니쉬 △씨엔에스아이엔티 △코드오브네이처 △퓨리메디 등이다.

최종 우승의 영광은 코드오브네이처가 안았다. EQT파운데이션으로부터 1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EQT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 연결 기회, EY(Ernst & Young)의 컨설팅 서비스(300시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코드오브네이처는 포자 배양과 영양 번식 등을 거쳐 증식시킨 이끼를 살포해 황폐화한 토양을 복원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기존 중장비와 인력 등을 투입했을 때 보다 친환경적이면서 지속가능할뿐 아니라, 복원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부동산과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현대·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으론 제주도 오름 복원 사업, 서해안 간척지 복원 사업 등이 있다.

코드오브네이처 선정과 관련해 실리아 홈즈 인달 EQT파운데이션 대표는 “예전에 보지 못한 아이디어다”면서 “오랫동안 이 주제를 고민해왔고 관련 스타트업을 찾아 헤맸다”고 전했다. 이에 박재홍 코드오브네이처 대표는 “아직 많이 연구되지 않은 분야지만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EQT그룹과 EY의 컨설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기회를 주셨으니 더 열심히 탐구하고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2위와 3위도 이날 선정됐는데, 이들 팀에겐 EQT파운데이션 투자팀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가지고 있는 솔루션을 추가 검토하기 위해서다.

2위에 오른 스타트업은 그리니쉬다. 정자 생존률과 운동성을 증가시켜 자연임신확률을 높이는 의료제품(윤활제 등)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혼인 시기가 늦어지면서 난임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난임 치료가 여성에게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임 원인이 남성에 있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그리니쉬는 한국에서 올해 말 이와 관련한 실증을 진행하며 소비자 반응을 살필 예정이다. 

성인성 그리니쉬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최재웅 퓨처플레이 CIO는 “전 세계적으로 1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만으로도 2위에 걸맞은 팀이다”고 말했다. 성인성 그리니쉬 대표는 “그간 난임은 여성의 문제로 인식돼 여성 위주 실험과 연구가 이뤄졌고, 치료도 여성 쪽에 집중됐다”면서 “하지만 난임 원인의 상당수는 남성에도 있고, 정자의 운동성이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어 저희의 접근이 시의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3위로 뽑힌 스타트업은 씨엔에스아이엔티(CNS INT)다. 지속가능한 자연 원료인 미세조류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기후 온난화 문제를 풀고 있다. 미세조류가 광합성 작용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산소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손주동 씨엔에스아이엔티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서상준 EQT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대기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탄소 포집이 중요하고,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반영한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주동 씨엔에스아이엔티 대표는 “미세조류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부정적이었는데, 큰 자리에서 인정받아서 기쁘다”고 전했다.

이 외 무대에 오른 스타트업인 리플라는 박테리아를 통해 특정 플라스틱 재질을 분해해 플라스틱의 재활용 순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온 스타트업이다. 퓨리메디는 액체생검(혈액 검사 등)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암을 조기 진단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날 심사 기준과 관련해 실리아 홈즈 인달 EQT파운데이션 대표는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와 혁신성, 비즈니스모델, 확장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실리아 홈즈 인달 "한국, 과학기술 기반 혁신 기대"

실리아 홈즈 인달 EQT파운데이션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다음은 <블로터>와 진행한 실리아 홈즈 인달 EQT파운데이션 대표 인터뷰 일문일답. 실리아 홈즈 인달 대표는 EQT에 합류하기 전 노르웨이에 기반한 임팩트 투자 전문 기관 '카타펄트(Katapult)' 대표, 노르웨이 생명공학회사 '에이커바이오마린(Aker biomarine, 노르웨이 생명공학회사)' 디렉터 직 등을 역임한 바 있다.

Q. EQT파운데이션에서 해온 일은 무엇인가.

A. 2020년 EQT에 합류해 14명의 창업가와 연구자·연구 프로젝트 등을 지원했다. 더 빨리 자라고 더 많은 탄소를 포집하는 바이오 엔지니어링 나무(리빙카본, 미국)부터 유방암 검진용 AI(바라AI, 독일), 청정 에너지 생산을 위한 레이저 융합 기술(엑스퓨전, 일본) 등 다양한 임팩트 솔루션에 투자했다. 저희는 글로벌 지역에 투자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 EQT가 기여할 수 있는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또 임팩트 투자를 가속화하기 위해 각 정부가 선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추천안을 개발하는 활동을 하는 GSG(임팩트 투자에 관한 글로벌 운영 그룹)에 상설 지원을 하고 있다. GIIN(글로벌 임팩트투자 네트워크)도 지원한다.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보다 효과적으로 자본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더 큰 임팩트 연구와 정책 분야 보조금 제안을 위해 티핑포인트 펀드(Tipping Point Fund)에도 지원을 약속했다.  

Q. 왜 지금 임팩트 투자가 중요한가.

A. 재무적 수익 추구뿐 아니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임팩트 투자에 점점 더 많은 자본이 배분되는 것이 주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GIIN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임팩트 투자 시장 규모는 AUM(누적운용자산) 기준 1조1640억달러(현 기준 1500조원)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2~3%는 아시아에 본사를 둔 투자 기관에서 이뤄졌다. 저는 특히 아시아 전역에서의 임팩트 투자 금액이 향후 몇 년 동안 의미 있게 증가할 것이라고 믿는다. 관련 생태계 이해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임팩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매우 자연스런 귀결이다. 항상 고객을 위한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비즈니스가 진화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식이 증가하고 디지털 연결성과 비즈니스 전환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이 직면하는 문제는 보다 종합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하게 됐다. 예컨대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고,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생산하며, 전체 가치 사슬에서 사람을 존중하고 존엄하게 대하는 솔루션을 말한다.

결국 인류와 지구에 긍정적 결과를 창출하는 솔루션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기업이 임팩트 기업이 된다. 그리고 투자자가 재무적 수익과 함께 긍정적이고 측정 가능한 사회적 또는 환경적 영향을 창출하고자 하는 경우, 임팩트 투자가 된다.

EQT파운데이션은 촉매 자본 성격의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활동하며, 기업가들을 고객·EQT 네트워크 상의 전문성 등과 연결시켜 상업화 단계를 가속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궁극적으로는 임팩트 VC(벤처캐피탈) 자금을 유치하도록 돕고 재무적 성장과 긍정적 임팩트 창출이 함께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혁신을 촉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촉매자본은 더 많은 전통적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초기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Q.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서 느낀 변화가 있다면.

A. 전 세계적으로 위험이 기회로 바뀌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강력한 재무적 수익과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한 해결책이 더욱 긴밀하게 연계되면서, 더 많은 주류 자본과 대형 투자 회사들이 임팩트 투자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

또 양허성 자본(concessional capital)을 제공하고 시장 수익률 이하를 수용하는 것은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이다.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는 기업들의 성장에 힘입어 임팩트를 시장 수익률이나 우수한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전략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데 많이들 공감하게 됐다.

Q. 일반적인 투자와 임팩트 투자, 방식에 있어 다른 점이 있다면.

A. 기존 스타트업 투자와 가장 큰 차이점은 임팩트 VC 펀드는 임팩트 테마를 중심으로 투자 테마를 설정하고, 투자를 통해 기여하고자 하는 임팩트 성과에 대한 지표를 설정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표들은 지원 대상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심사·선정하는 데 사용한다. 또한 이들 지표를 통해 많은 임팩트 VC 펀드들은 스타트업이 긍정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투자받은 자본 외에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일반적인 스타트업 투자자는 높은 재무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기회를 찾는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업 중 일부는 임팩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임팩트 스타트업 투자자의 경우, 높은 임팩트 성과를 추구하며 허용 가능한 재무적 수익의 범위에 따라 기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Q.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성장이 함께 가는 스타트업 투자 사례가 있나.

A. 최근 투자한 엑스퓨전(EX-Fusion, 일본)을 예로 들 수 있다.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레이저 핵융합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4%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약 49억톤에 해당하는 양이다.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의 가치는 매우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엑스퓨전의 사회적 가치와 수익 모델은 서로 연결된다.

Q. 임팩트 투자와 관련해서 주목하고 있는 국가가 있는지.

A. 영국은 사회적 투자를 선도해 왔으며, 이 분야에 많은 공공 지출을 하고 있다. 하버드 등 미국 대학들은 방법론 개발을 선도해 왔다. 미국이나 북유럽 등에선 임팩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도 많이 탄생했다. 아프리카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아시아의 경우 강력한 기술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전문성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새로운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데 더 많이 활용되고 있다. 향후 5년 동안 아시아에서 빠른 발전과 함께 더 많은 임팩트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것이라고 믿는다. 

Q.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 투자 계획은.

A. 대회 참가를 신청한 스타트업의 수준이 높아서 매우 기대됐다. 수천개의 스타트업들을 보면서 추리는 게 쉽지 않았다. 더 그랜드 파이널에 올라온 5곳의 스타트업 가운데 한 곳을 고르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 그만큼 임팩트 스타트업의 수준이 높다는 거라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들의 강점은 과학기술 기반 혁신에 있어 굉장히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임팩트 투자와 잘 만나면 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비전을 가진 회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질문에 대한 답변 능력도 훌륭하다. 모두 성실하게 답변하려고 노력했다. 피칭(발표) 부분은 훈련을 했으면 한다. 물론 이는 언어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한국의 여러 임팩트 투자자들과 좋은 논의를 나눴고, 앞으로도 한국의 임팩트 스타트업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EQT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 투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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