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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적자기업도 기술만 있으면 상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5년 도입됐다. 여기에 성장성 추천제도와 테슬라 요건 등이 더해지면서 해당 제도의 수혜를 받는 기업은 크게 늘었다. 이처럼 주식시장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다양한 기업들이 상장의 문턱을 넘었고 적지 않은 성과를 남기며 주주들을 즐겁게 했다.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지난 몇 년간 기업공개(IPO) 시장의 호황과 맞물려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차세대 먹거리로 기대가 높은 제약·바이오 부문의 상장사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양분으로 취했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주식시장은 유동성 장세를 보였고 투자자들은 IPO 공모 과정에 참여하며 돈잔치를 벌였다. ‘따상’과 ‘따따상’ 등 공모시장의 신조어에서 당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IPO 시장은 올해 상반기에도 호황을 이어갔다. 신규 상장사 29곳이 공모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1조671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59.5% 증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의 이면에는 고금리 기조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을 향한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의 기업 주가가 상장 이후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며 고평가 논란이 제기됐다.
여기에 IPO 시장이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문호 확장에 공헌한 기술특례상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관련 업계에서는 기술특례상장의 심사가 깐깐하게 변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장에 나선 기업과 주관사 업무를 맡는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심사에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장의 실적보다 기술력을 우선하는 제도의 취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이런 기대와 달리 전보다 엄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이나 초기 투자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의 입장은 중요하지만, 증시에서 매번 소외되는 개인 투자자 피해를 줄이는 일도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간 적자에도 관리종목 지정 유예를 두는 등 충분히 특례를 제공했음에도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상장사가 늘어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을 터이다.
논쟁의 근간에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비롯된 비용 부담이 있다. 특히 바이오 기업은 높은 불확실성과 수익화의 어려움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사업 구조를 갖춘 특성상 고금리 시대 장기화에 따른 비용 확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기본적인 기술 역량을 갖추기 전에 도전장부터 성급하게 들이미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 대박 사례로 주관사와 투자자의 IPO 기대감이 커진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투자회수 방안 중에 대규모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IPO 의존도를 높이는 추세다. 그러나 설익은 기술을 포장해 고밸류를 유도하고 보호예수 해제 이후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개인 투자자의 피해 리스크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바이오 기업들이 1~2상 단계까지 진행해 놓고 IPO를 추진했다면 요즘은 연구단계나 전임상 과정에서 뛰어드는 기업이 많다”면서 “고금리로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지다 보니 조달하는 상장사나 엑시트를 하고 싶은 투자자 모두 마음이 급한데 IPO 외에 출구가 제한적인 부분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의 보다 성숙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을 독려하며 국내 증권시장의 체력 강화에 나섰다. 다만 각자 형편과 사정이 다른 상장사에게 동일한 잣대를 내밀기보다는 정책적 유연성이 요구된다. 상장사는 가치투자를 이끌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마치고 도전에 나서야 하고, 투자자도 IPO 외에 다양한 엑시트 수단을 마련할 역량을 갖춰야 하겠다.
윤필호 중기벤처부장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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