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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패러다임 변화] 유공 출신 탈피한 CFO 군단, 그룹 ‘리밸런싱’ 반영 | SK㈜

Numbers 2025. 1. 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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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패러다임 변화] 유공 출신 탈피한 CFO 군단, 그룹 ‘리밸런싱’ 반영 | SK㈜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SK㈜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주사 전환 이후 대부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출신을 선임하는 등 순혈주의 기조가 이어졌다. 그러나 2025년 인사에서 SK디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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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서린사옥 전경 /사진 제공=SK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SK㈜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주사 전환 이후 대부분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출신을 선임하는 등 순혈주의 기조가 이어졌다. 그러나 2025년 인사에서 SK디스커버리 아래 김기동 SK케미칼 CFO가 부임하면서 변화가 일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사법 리스크 이후 리밸런싱을 준비 중으로 사촌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중심의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역대 유공 출신 CFO, 지주사 SK㈜ 기반 마련

 

SK그룹이 지난 2007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 SK㈜의 역대 CFO는 장진원, 조대식, 조경목, 이성형 등 4명이었다. 이들 중 조대식 전 SK그룹 부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공 출신이다.

재벌그룹 재무실은 오너일가의 경영승계와 기업 전반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룹별 문화가 상이하다. 또 모태사업을 이끄는 계열사와 인수합병(M&A)으로 만들어진 계열사의 문화와 성격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지주사 재무실은 한 곳에 오래 재직해온 순혈 인재로 구성된다. 선후배 관계가 끈끈하며 한 곳에 몸담아온 CFO 출신이 많다. 반면 계열 편입된 회사는 M&A 전문가나 자금관리 전문가 또는 관련 사업에 역량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이 CFO로 선임되는 경향이 있다. 

SK그룹의 경우 모태사업인 유공 라인이 재무실을 끌어온 반면 M&A로 만들어진 SKT와 SK하이닉스는 상호 인재를 중용하거나 지주사에서 파견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간 SK㈜ CFO들은 유공 출신 순혈 인사들이 대다수였으며 이들은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계열사 M&A, 기업공개(IPO) 등을 담당하며 리밸런싱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장진원 전 CFO는 1983년 유공에 입사해 2004년 투자회사관리실 재무지원담당 임원으로 그룹의 재무를 담당했다. 지주사 출범 이후에는 경영관리부문장으로 재무를 총괄했으며 2007년 SK네트웍스 워크아웃 졸업, 2008년 금융위기 극복, 2009년 SK C&C 기업공개 등을 주도해왔다.

조대식 전 SK㈜ 부회장은 유공이 아닌 삼성물산 상사부문 CFO 출신으로 이례적인 인사다. 다만 조 전 부회장은 최 회장과 이대부속초교와 고려대 동문이다. 최 회장이 삼성물산에 다니던 조 전 부회장을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SK㈜ 사업지원부문장과 재무팀장(CFO) 등을 거쳐 2013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어 2015년 SK㈜ 대표이사와 SK바이오팜 대표이사를 겸했으며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다가 지난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SK㈜와 SK C&C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 공로로 꼽힌다.

지난해 말까지 SK㈜ CFO였던 이성형 SK MS 연구위원은 1965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유공에 입사했다. 이후 SK㈜ 재무실 팀장, SK㈜ 재무1실장, SKT 재무관리실장, SK㈜ 재무부문장(부사장), SK㈜ CFO 겸 PM부문장(사장)을 역임했다. 이 사장 또한 SK㈜와 SK C&C 합병 당시 재무1실장으로서 조대식 전 부회장을 도와 성사시킨 인물이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최창원 주도 ‘리밸런싱’, SK㈜ CFO 기조도 변화


2025년 임원인사에서 SK㈜ CFO에 선임된 김기동 부사장은 SK케미칼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SK케미칼의 지주사는 SK디스커버리로 최창원 의장이 최대주주로 지배하고 있다. SK그룹사에 속했지만 지분구조상 최 의장이 40.18%를 보유하고 있으며 SK㈜의 지분은 없다. 

SK그룹은 최근 최 회장의 이혼소송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맞물려 그룹 차원에서 경영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를 통합하는 등 리밸런싱을 진행하고 있다.

최 의장은 2023년 12월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그룹의 리밸런싱을 주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TI) 합병, SK렌터카 매각, SK스페셜티 매각 추진,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AI) 사업 강화 등이 꼽힌다.

최 의장이 리밸런싱을 담당한 만큼 이번 인사에서도 그간 SK케미칼에서 합을 맞춰온 김 부사장을 SK㈜로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SK그룹에서 최 의장 라인이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SK㈜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CEO→CFO로 이어지는데 그룹 지주사 재무 담당에 SK디스커버리 계열사 인사가 갔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이후 SK케미칼에 입사해 약 26년간 재무‧금융 분야에서 일해왔다. 2018년 연말 인사에서 SK케미칼, SK가스 등을 이끄는 SK디스커버리 재무실장으로 선임됐으며 2022년부터 SK케미칼 경영지원부문장으로 재직하다 2025년 인사에서 SK㈜ CFO로 이동했다.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SK㈜는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 운용하며 그룹 계열사의 투자 방향성과 전략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김 부사장은 최 의장의 리밸런싱 전략에 맞춰 그룹사의 자금전략을 관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부터 SK㈜ 재무실에서 PM(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부문이 분리되면서 재무구조 안정화와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