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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톱을 인수한 세븐일레븐의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있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낮아진데다, 불어난 외부 차입금이 재무건전성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스톱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보이지 않아 우려를 더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의 현금창출력은 지난해 크게 악화했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610억원으로 2023년 3분기(2939억원) 대비 79.24% 감소했다.
이는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한 여파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202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2년에 걸쳐 일본 이온그룹으로부터 한국 미니스톱의 주식 100%를 3134억원에 취득했다.
미니스톱 점포를 세븐일레븐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며 세븐일레븐의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 73억원이던 순이익은 2021년 531억원 순손실로 전환됐고, 2023년 1982억원으로 폭이 커졌다. 지난해 1~3분기 누적순손실은 795억원으로 2023년 동기(1078억원) 대비 26.25% 줄여냈다.
부족한 현금으로 차입금을 늘린 탓에 재무건전성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세븐일레븐의 총 차입금은 1조 1184억원에 달한다. 자본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인 부채비율은 2022년 274.7%에서 2023년 427.2%, 지난해 3분기 기준 449.12%로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7월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본사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강동구 이스트센트럴타워로 이전했다. 10월에는 법인 설립 이후 첫 희망퇴직도 실시했다. 또한,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의 임금을 1년 동안 동결하기로 했다.
미니스톱 인수 시너지 언제쯤?
세븐일레븐은 당초 미니스톱을 인수하며 GS25와 CU 양강 체제로 굳어진 편의점 업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자 했다. 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매장 수를 늘리고, 구매협상력 상승으로 콜라보·메가 브랜드를 유치하는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물류 센터를 통합하고 관리 비용을 일원화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매출을 결정짓는 매장 수를 늘리지 못하며 세븐일레븐의 브랜드 경쟁력은 악화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매장 2600개를 품었지만 여전히 경쟁사에 비해 매장 수가 약 3000개 적다. 2023년 말 기준 세븐일레븐의 매장 수는 1만3130개인 반면 GS25와 CU는 각각 1만7390개, 1만7762개다. 더불어 시장 점유율도 하락했다. 세븐일레븐의 편의점 업계 점유율은 2022년 27%에서 2023년 23%로 감소했다. 매장 수와 점유율 등 매출에 직결된 지표들이 하락할 수록 가맹점주들의 이탈이 늘어나며 다시 실적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매장 수는 매출 규모를 결정짓고, 고정비 분산 효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면서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탑을 품을 때 가장 기대한 것도 매장 수 증가였으나 여전히 매장 수는 부족하고 재무구조만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장 수를 따라잡기 위해선 가맹점주를 늘려야 하는데 점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 '초격차 경쟁'을 벌이는 편의점 업계에서 세븐일레븐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우려가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이달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편의점 업계는 2014~2023년까지 연평균 10.4%의 판매액 성장률을 거뒀지만 지난해에는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 이에 편의점 업계는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메가 브랜드 개발, 우량 점포 확대, 특화 매장 개발 등에 힘쓰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이러한 초격차 경쟁 속에 한 발 늦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포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트렌디한 신제품 출시에 있어 GS25, CU 등 경쟁사에 비해 한 발 느린 '슬로우 어댑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편의점이 식품 기업과의 콜라보를 확대하고 트렌드를 쫓아 메가 브랜드를 기민하게 개발해서 쏟아내고 있어 한 번 유행을 놓치면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비수익 점포를 정리하고 미니스탑 인수의 영향으로 실적이 악화했지만 올해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뷰티 특화 매장이나 뉴웨이브 같은 차세대 가맹 모델 등을 개발하며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재윤 기자 kwo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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