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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중재판정이 매도인들이 각각 손해액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라면, 과도한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이다."
VIG파트너스 투자목적회사 측은 중국의 안방보험(안방집단공고 유한공사)·다자보험(대가인수보험고분 유한회사)이 동양생명보험 주식 매각과 관련해 제기한 '중재판정승인 및 집행결정신청'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2020년 8월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판정부는 안방보험 측이 매도인들(VIG파트너스 측·유안타증권·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의 주식양수도계약 위반을 이유로 신청한 국제중재에서 '매도인들은 안방보험 측에 1666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동양생명 매각 소송]'① 7년 걸린 육류담보대출 갈등...VIG·유안타·이민주 배상 책임' 블로터 기사 참조)
이후 VIG파트너스 투자목적회사 측은 안방보험 측이 중재판정의 집행을 위해 법원에 '중재판정승인 및 집행결정'을 신청하자, 위와 같이 주장했다.
유안타증권과 이 회장도 "중재판정이 소수 지분을 매도한 피신청인들(유안타증권 3%·이 회장 2.5%)도 각각 손해액 전부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라면, 매도 지분 비율이나 주식양수도계약으로 얻은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33민사부는 "매도인들이 매각한 지분 비율 등을 넘어 손해 전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것은 그러한 내용으로 안방보험 측과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주식양수도계약의 해석·적용 과정에서 중재판정부가 그 권한을 남용했다거나 이와 같은 중재판정부의 판단이 명백하게 비상식적이거나 모순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매도인들이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법률 전문가들로부터 충분한 자문을 받은 점 △ 매도인들 중 어느 하나가 중재판정의 집행으로 내부 분담 비율에 따른 책임보다 더 많은 책임을 부담하게 된 경우 주식양수도계약에 관한 준거법인 영국법에 따라 구상권 행사가 가능한 점 등을 들어 매도인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기 의해 편취된 중재판정?...명백히 인정된다고 볼 수 없어"
재판부는 '사기에 의해 편취된 중재판정'이라는 이민주 회장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회장에 따르면, 안방보험과 매도인들은 협상을 거쳐 매도인들이 비례적 분할 책임만 지는 것으로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VIG파트너스 투자목적회사 측이 무자력 상태가 되자, 안방보험 측이 허위 주장을 해 매도인들이 각각 전체 손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불분명한 중재판정을 편취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회장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안방보험 측이 중재절차에서 처벌받을 만한 사기적 행위를 했다는 점이 명백히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디엘지의 장창수 변호사는 "편취(騙取)란 상대방의 착오에 기인해 재물을 교부케 하는 것을 말하고 형법상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며 "법원에 허위 사실을 주장하거나 허위 증거물을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착오에 빠지도록 해 유리한 판결을 받은 뒤, 이에 근거한 강제집행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경우 소위 '소송 사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다만 이번 사안에서 재판부는 이 회장의 주장이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객관적 증거에 의해 명백히 인정되지 않았다고 봤다"며 "대법원 판례에 따른 외국중재판정의 집행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중재판정상 사실인정과 법률적용 등 실체적 판단의 옳고 그름을 전면적으로 재심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매도인 방어권 침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매도인 일부는 중재 절차에서 대등한 공격과 방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이 안방보험 측에 유리한 홍콩에서 진행됐고, 안방보험 측이 동양생명보험을 장악하고 있어 매도인들이 중재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얻을 수 없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건 기록 등을 검토한 재판부는 양측이 주식양수도계약에서 홍콩을 중재지로 정했으며, 매도인들은 영국 대형 로펌과 국내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중재 과정에서 적절한 법적 조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중재판정부가 '당사자들이 제출한 (동양생명보험) 자료와 관련 문서 제출 요청, 지시 사항들을 검토한 결과 어느 한쪽이 해당 공개 범위 내에서 적절히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거나 중재판정부의 지시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한 사실도 있었다.
재판부는 "매도인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집행 거부의 사유에 해당하는 방어권 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안방보험 측의 과실 비율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부당하다'는 매도인들의 주장도 있었으나, 재판부는 "중재판정부는 양측이 선정한 손해산정 전문가들이 합의한 손해산정 방법 등에 따라 산정한 손해액을 매도인들의 최종 손해배상금으로 인정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안방보험 측 주장이 일부 인용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중재판정에 기한 강제집행을 허가하되, 1274억원과 그 중 979억원에 대해 2021년 2월9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8%의 비율로 계산한 돈의 한도에서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매도인들은 이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에 나섰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끝>
박선우 기자 closel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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