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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S 맞추려 발행한 후순위채…보험사 이자부담 가중

Numbers 2025. 2. 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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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S 맞추려 발행한 후순위채…보험사 이자부담 가중

보험 업계의 신지급여력(K-ICS) 비율 하락에 대비해 발행한 후순위채가 결국 보험사에 이자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본 건전성을 높이려다 부담해야 할 비용만 늘게 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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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현대해상, 동양생명, 한화손해보험, DB손해보험, 교보생명, 메리츠화재 사옥 /사진 제공=각 사


보험 업계의 신지급여력(K-ICS) 비율 하락에 대비해 발행한 후순위채가 결국 보험사에 이자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본 건전성을 높이려다 부담해야 할 비용만 늘게 돼 보험사의 수익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보험사가 후순위채권을 발행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올해만 한화손해보험이 지난달 5000억원의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으며 같은 시기에 DB손해보험과 DB생명도 각각 4000억원, 2000억원 규모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롯데손해보험은 후순위채 발행을 진행해 1000억원 중 670억원을 모집했으며, 추가청약을 거쳐 미매각 물량을 소진했다. 다만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을 두고 당국의 압박을 받자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발행 시점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자본 건전성을 높일 목적으로 발행한 후순위채권 규모는 현대해상이 9000억원, 한화생명이 8000억원, 메리츠화재 6500억원, 교보생명이 5000억원 등이다. 동양생명, ABL생명, 흥국화재, KDB생명 등 중소형 보험사도 자본 확충 방법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는데 동참했다.

후순위채권은 자본성증권으로 인정받아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늘려 결과적으로 K-ICS 비율을 높이는데 역할을 한다. K-ICS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비율로, 금융감독원은 150%를 권고하고 있다. 만약 100%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적기 시정조치하게 된다.

현대해상과 교보생명은 160%대에 머물던 K-ICS 비율을 170%대까지 끌어올리는데 후순위채권이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다. 금감원 권고치인 150%에 근접했던 한화생명도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며 한결 여유가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한발 앞선 자본 관리를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서게 됐다"며 "올해도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후순위채권 발행에 나서는 보험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가 발행하는 후순위채권에 대한 이자부담이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후순위채권 발행으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율은 회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4~7%에 이르러, 보험사 평균 자산운용수익률인 3%대를 상회한다. 즉 건전성 지표 개선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아 이자율이 6~7%에 이르는 중소형 보험사는 당기순이익의 많은 부분을 이자비용을 내는데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K-ICS 비율의 당국 권고치를 낮춰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야 할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추진 중인 부채 할인율 현실화 방안과 국고채 수익률 활용구간(최종관찰만기) 확대 등을 고려하면 K-ICS 비율 관리 기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설정해도 문제 없을 것"이라며 "과도한 가용자본 확충으로 오히려 보험사의 비용만 늘어나게 됐고, 이는 최종적으로 보험료 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주 결산 실적을 발표한 KB, 신한금융그룹의 보험계열사의 K-ICS 비율은 전분기 대비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올해도 K-ICS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이자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려는 보험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박준한 기자 bigstar102@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