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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삼킨 하림] ‘예고된 유증’ 팬오션, 지분 희석 불가피

Numbers_ 2023. 12. 21. 17:38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자로 선정되자 우려가 쏟아졌다.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구도에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인수 주체로 나선 팬오션이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자 자본시장도 동요하는 양상이다. 그룹도 연쇄적으로 자금 조달 행보를 가져갈 전망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팬오션은 인수 대금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시장은 2조~3조원대 수준을 추산하고 있다. 하림그룹이 인수 희망가로 제시한 6조4000억원 가운데 인수금융과 JKL파트너스 부담금을 제외하고도 2조4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결국 하림그룹과 팬오션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 금액이다.

상장사의 대규모 유증 구상은 기존 주주에게 불편한 소식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상당한 규모로 조달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팬오션의 시가총액은 20일 종가 기준으로 2조1000억원 수준인데 이보다 많은 수치의 유증을 추진할 경우에 주식가치 희석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유증은 신규 주식을 유상으로 발행하고 자본금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부채 이외에 조달 수단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재무적 부담이 덜하다. 문제는 주식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유증에 참여하지 않은 기존의 주주들은 지분 희석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처럼 시총에 준하거나 넘어설 정도로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조달한다면 희석 수준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상장사의 유증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를 겪었던 CJ CGV는 2020년부터 잇따라 자금을 조달했는데 특히 유증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결손금으로 재무구조가 어려워지자 2020년 7월 2209억원 규모의 유증에 나섰고 그해 10월 8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어 2021년 6월 3000억원의 후순위 전환사채(CB), 12월 16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발행했다. 지난해 7월 4000억원의 후순위 CB, 9월 4153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자본확충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주를 찍어내면서 희석이 지속됐고 주가 하락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주가는 3년전인 2020년 12월 18일 종가 2만4300원에서 올해 12월 20일 5730원으로 76.4% 떨어졌다.

팬오션이 현재 시총보다 많은 규모의 유증을 추진한다면 사업 확장의 기대감이 뒷받침돼더라도 주가 하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20일 유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청하기에 이르자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2.3% 하락했고 21일에도 3.5% 빠졌다.

팬오션 주가 현황(자료=한국거래소)


유증은 크게 일반 주주배정 방식과 물량을 받아갈 대상이 정해져 있는 3자배정으로 나뉜다. 3자배정의 경우 하림그룹 지주사인 ㈜하림지주가 아닐 경우에는 지배력 약화 리스크가 있고 금액을 모두 소화하기도 부담스럽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주주배정 방식이 유력하다고 점치고 있다.

㈜하림지주는 팬오션의 최대주주로 지분 54.72%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팬오션이 추진하는 유증에 절반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3분기말 별도기준 현금 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이 662억원으로 가용자금이 부족하다. 이와 관련해 IB 업계에서는 ㈜하림지주 역시 대규모 차입금,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결국 팬오션에서 지주사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조달 작업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림그룹은 2조원 이상 자금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주단으로부터 3조원 이상의 투자확약서(LOC)도 받았다. 고금리로 조달하는 경우 매년 지불해야 하는 이자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HMM의 배당금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영구채 3년 유예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팬오션은 최근 유상증자 추진 여부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로부터 조회공시를 요구받고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진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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