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porate Action/채권

[홈플러스 법정관리] 유동화증권 투자자 첫 집단행동…"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야"

Numbers_ 2025. 3. 14. 14:23

▼기사원문 바로가기

 

 

[홈플러스 법정관리] 유동화증권 투자자 첫 집단행동…"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야"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개시로 피해를 입게 된 개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ABSTB)의 경우 홈플러스가 판매할 물품을 구매하기 위

www.numbers.co.kr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ABSTB)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채권을)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또 홈플러스 소유주인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모럴해저드를 비판했다. /사진=임초롱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개시로 피해를 입게 된 개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집단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홈플러스 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ABSTB)의 경우 홈플러스가 판매할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결제된 카드대금을 기초로 발행된 채권이기 때문에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회생 명령을 내리면서 금융채권·채무는 유예하는 대신 협력사 등에 대한 상거래채권을 먼저 변제하라고 전했다.
 
비대위 "홈플러스 물품 대금 결제한 ABSTB도 '상거래채권'"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ABSTB의 상거래채권 분류 촉구와 함께 홈플러스와 소유주인 MBK파트너스에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날 모인 투자자들은 약 20여명이었고, 투자금은 최소 1억원에서 최대 22억원까지 다양했다.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개시 명령이 떨어진 이후 원리금 상환이 중단된 홈플러스의 ABSTB는 약 4000억원 규모로, 절반 이상이 증권사 리테일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 지난 4일 홈플러스 회생 개시가 결정된 이후 첫 번째로 만기가 도래한 5일 118억4000만원을 비롯해 10일 만기였던 324억원도 상환되지 않은 상태다.

비대위는 "홈플러스 ABSTB는 홈플러스가 물품 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사용한 카드결제대금을 기초로 발행한 채권"이라며 "채권을 구매한 투자자들 돈으로 신한·현대·롯데카드에 대신 갚은 뒤 홈플러스가 상품판매해 번 돈으로 3개월 내에 다시 되갚아주는 상품거래 대금채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채권이라기 보다는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품이 없었다면 투자자들도 홈플러스 ABSTB에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회생절차 개시 후 홈플러스는 납품업체에게는 정상적으로 물품대급을 지급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물품 구입(상거래)을 위해 자금을 지원해준 전단채 피해자들의 돈은 떼먹으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홈플러스는 ABSTB가 특수목적법인(SPC)을 거쳐 금융기관에서 판매됐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금융채권이라고 보고 변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날 홈플러스는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상거래채권에 대해서만 "금일 1000개 테넌트(입점사)를 포함해 모든 상거래채권을 상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소유주 MBK파트너스, 사전모의 여부 '쟁점'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지분율 6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홈플러스 소유주인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 직전까지도 채권을 찍어낸 점 때문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비대위는 이번 사태로 카드사들은 단 한푼의 피해도 입지 않고 ABSTB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점,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소유하고 있는 점 등을 언급하며 사전모의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다.

비대위는 "홈플러스와 롯데카드, 현대카드, 신한카드, 그리고 롯데카드의 소유주인 MBK파트너스가 짜고 친 판에 속아 넘어갔다고 생각한다"며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는 이번 사태로 단 한푼의 피해도 입지 않고 손실을 전단채 피해자들에게 전가하는 등 이번 사태는 홈플러스가 카드사와 모의해 고의로 일으킨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기업회생 신청 절차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내비쳤다. 홈플러스 매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ABSTB가 지난달 25일에도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를 통해 820억원 발행됐기 때문이다. ABSTB 발행이 이뤄진 지 3일 후에는 신용등급 강등이 이뤄졌고, 삼일절 연휴가 끝나는 3일 밤 12시에는 신용등급 강등을 이유로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개시 신청에 나섰다.

비대위는 "기업회생 신청을 하자마자 서울회생법원은 4일 오전 11시 법원 업무가 개시된 지 2시간 만에 회생개시 결정을 신속 결정했다"며 "이를 위한 자료 준비가 철저하고 방대했을텐데 최소한 몇주 전부터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기에 신속하게 신청하고 법원에서도 빠르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홈플러스 매입채무 유동화 구조 /자료=하나증권


이와 관련해 카드 업계는 ABSTB 발행 방식을 들며 사전모의를 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ABSTB 발행 구조 자체가 먼저 홈플러스와 증권사 간에 금리 및 금액, 발행 규모 등 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한 조건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후 증권사가 투자자를 모집하고, SPC를 통해 ABSTB를 발행한 뒤 카드사에 통보하는 형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와 증권사 간 협의를 통해 증권사에서 발행한 채권들이며, 카드사들의 시스템을 중간에 이용하기만 한 발행 구조"라며 "MBK파트너스나 홈플러스와 카드사들이 사전에 모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증권 업계 불완전판매, 도마 위로

홈플러스 ABSTB 등이 증권사 리테일 창구를 통해 판매됐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이슈도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피해자인 70대 노부모를 대신해 이날 집회에 참석한 자녀라고 밝힌 A씨는 "78세 부모님이 노후자금으로 평생 모은 2억원을 하나증권 압구정 지점 직원 소개로 하나증권 부산 해운대지점을 통해 유선으로 가입했다"며 "홈플러스 기업회생 개시로 금융채무가 동결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점 직원이 홈플러스가 국내 2위 대형마트사고, 카드사들의 신용을 믿고 투자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집안이 풍비박산 상태로 우리 집에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ABSTB 발행 주관사였던 신영증권을 필두로 홈플러스 전단채와 관련된 증권사들도 피해자들 주장대로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불완전판매나 부실판매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신영증권은 관련 문제로 MBK파트너스와 법적다툼을 포함해 해결 방안을 전면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ABSTB를 판매했던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기 직전 신용등급도 좋지 않아 고위험 투자로 분류돼 투자권유를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었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가 요청할 때 내주는 식으로 판매됐다"면서도 "일부 지점 직원들의 불완전판매 이슈가 전혀 없진 않을 것이지만, 판매된 건수마다 일일히 들여다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비대위는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부도덕성으로 촉발된 문제여서 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 이슈는 후순위로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부도덕성에 대한 심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 2013년 동양사태 재연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이 부도 위험성을 숨기고 동양증권을 통해 1조3000억원대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이 확정된 바 있다.

비대위는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하고, ABSTB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받는 일이 최우선"이라며 "채권 판매 창구였던 증권사들의 불완전판매 책임 추궁을 나중으로 미룬 이유는 자칫 피해자와 증권사 간의 싸움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