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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현미경 심사' 더 꼼꼼해진다…마음 급해진 기업들

Numbers_ 2025. 4. 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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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현미경 심사' 더 꼼꼼해진다…마음 급해진 기업들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심사가 깐깐해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와중 금감원이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중심으로 현미경 심사에 나선 영향이다. 연말로 갈수록 심사가 더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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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심사가 깐깐해지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와중 금감원이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중심으로 현미경 심사에 나선 영향이다. 연말로 갈수록 심사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상증자를 계획했던 상장사들의 발걸음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중 올해 들어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낸 기업은 코스피 29곳과 코스닥 124곳 등 총 153곳으로 전년 대비 73% 늘었다.

최근 기업들이 상반기 내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이 포착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이 유상증자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인데 하반기에 심사가 더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며 "기업들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유상증자를 발표했더라도 실제 통과는 최근 들어 유독 힘들어진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신주 배정 기준일이 설정된 유상증자 모집액은 7399억원이다. 전년 동기에 2조1625억원이 모집된 것을 감안하면 66% 감소했다.

올해 2월 금감원은 기업공개(IPO)·유상증자 주관업무 관련 증권사 간담회를 열고 주식가치 희석화, 일반주주 권익 훼손 우려, 주관사의 의무소홀 등 7개 사유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경우 유상증자 중점 심사 대상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기업도 포함된다. 금감원은 중점 심사에 해당되면 IPO 심사 수준으로 집중심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중점 심사 대상이 된 첫 기업은 삼성SDI다. 지난달 삼성SDI는 2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다만 금감원은 보완 요구를 하지 않았고 삼성SDI가 자체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정정, 조달 규모를 1조7282억원으로 줄여 금감원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달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금감원의 중점 심사 대상에 포함됐다.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으며 조달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대폭 줄여 심사를 다시 받고 있다.

금감원이 유상증자 심사를 강화한 이유는 최근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과 무관치 않다. 통상 기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시설자금 및 타법인 취득, 운영자금, 채무상환 등에 사용해 재무 건전성 개선 및 신사업 투자 등에 활용한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유로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는 지분 희석 우려가 돋보이면서 반발을 산다.

지난해 11월 이수페타시스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498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달 자금 중 2998억원을 이차전지 회사인 제이오 인수에 사용한다고 밝히면서 소액주주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이수페타시스의 주력 사업인 인공지능 가속기 분야와 무관한 사업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소액주주들은 3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가가 고점인 시점을 노려 자금 조달 부담을 주주들에게 넘긴다며 반발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해 12월 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소액주주들이 지분 희석 우려와 자금 사용 목적에 불만을 터트렸다. 결국 6번의 정정 끝에 조달 규모를 1516억원으로 줄이며 금감원 심사를 통과했다.

여기에 더해 정권 교체가 현실화되면 하반기에는 심사가 더욱 깐깐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를 발표할 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상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대해 승계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메자닌 발행은 빠르면 한 달 내에도 마무리될 수 있는데 유상증자는 두세 달 걸려서 지금부터 작업하는 곳이 많다"며 "100억원 안팎을 조달하려는 곳은 상황이 나쁘지 않은데 1000억원 이상 조달하려는 곳은 최대한 상반기 내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