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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둘러싼 오해]⑤ 한앤코, 쌍용C&E로 산업 생태계 바꾼 '안목'

Numbers_ 2025. 4. 2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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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둘러싼 오해]⑤ 한앤코, 쌍용C&E로 산업 생태계 바꾼 '안목'

사모펀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론스타 사태 이후 잊힌 듯했던 주홍글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는 해외자본을 넘어 토종 사모펀드까지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그러나 지나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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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론스타 사태 이후 잊힌 듯했던 주홍글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는 해외자본을 넘어 토종 사모펀드까지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그러나 지나친 감정은 이성을 흐리게 한다. 맹목적인 비난이 난무하면서 사모펀드 본연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졌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따져본다. <편집자 주>

 

한앤컴퍼니 /사진=한앤컴퍼니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시멘트 시장의 지형이 바뀌기 시작한 건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쌍용C&E)를 품으면서부터였다. 한앤코의 쌍용C&E 인수 건은 사모펀드(PEF)가 산업 전반의 과잉경쟁을 정리하고 친환경 전환을 촉진하는 등 PEF 주도의 산업 재편 모델로 평가받는다.

한앤코는 2010년대 초중반 슬래그 전문 제조업체 한남시멘트, 슬래그 파우더 전문 제조업체 대한슬래그 등을 인수하며 시멘트 업계에서 볼트온 전략(동종업종 인수)을 실행하고 있었다. 2016년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던 쌍용양회 인수는 그 전략의 정점이었다.

한앤코는 쌍용양회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시멘트 포트폴리오사를 쌍용양회로 통합했다. 특히 2017년에는 쌍용C&E가 한앤코로부터 대한시멘트를 다시 인수하면서 여러 시멘트 기업을 하나로 합치는 볼트온 전략이 완성됐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쌍용C&E는 수익성까지 끌어올리며 국내 1위 시멘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비핵심 자회사 매각에 따라 매출은 하향세였으나 제조원가 등의 원가가 절감되면서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한앤코 인수 직전인 2015년 쌍용C&E의 연간 EBITDA는 개별 기준 2419억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3877억원까지 늘어났다.

강성모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한앤코의 쌍용C&E 인수는 기업가치 제고 전략 측면에서 긍정적인 사례”라며 “한앤코는 회사 인수 후 기존 비핵심 자회사를 매각하는 한편, 한앤컴퍼니가 지배한 대한시멘트를 쌍용C&E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볼트온 전략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계 내에서 선도적으로 기존 유연탄 연료를 대체하는 순환자원 설비에 대규모로 투자함으로써 외형 성장과 더불어 수익성을 크게 제고했다”고 분석했다.

한앤코의 선도적인 시멘트 플랫폼 구축된 이후 주요 경쟁사들도 잇따라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산업 전반의 구조 재편도 시작됐다. 국내 시멘트 산업은 한때 군소업체 난립에 따른 저가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대표적 산업이었다. 한앤코는 선제적으로 업체를 통합하며 구조적 과잉경쟁을 정리하면서 가격 덤핑·수익성 악화 완화, 품질 고도화 등을 이끌었다.

체질 개선도 속도를 냈다. 한앤코는 쌍용양회 인수 후 비시멘트 사업 정리에 나섰다. 2017년에는 부품소재 기업 쌍용머티리얼과 석유유통 자회사 쌍용에너텍을 매각했고, 2020년에는 IT 자회사 쌍용정보통신도 처분했다. 핵심 사업 집중이라는 전략 아래 쌍용양회는 시멘트 사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한앤코의 진짜 승부수는 따로 있었다.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문제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석탄 대신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을 연료로 활용하는 친환경 시멘트 생산에 눈을 돌린 쌍용양회는 2021년 쌍용C&E로 사명을 바꿨다. 환경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방침이었다.

같은 해 중간지주사 격인 그린에코솔루션을 설립한 쌍용C&E는 폐기물 수집·처리 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환경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2024년에는 해당 사업 부문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쌍용C&E는 오는 2030년까지 생산 연료 100%를 순환자원으로 대체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세운 상태다. 2022년 기준 달성률은 약 40% 수준이다. 한앤코는 쌍용C&E의 상각전영업이익 절반 이상을 환경사업에서 창출하겠다는 중장기 계획도 갖고 있다.

주주와의 상생 전략도 병행됐다. 2016년부터 국내 시멘트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분기배당 제도를 도입했고, 2020년에는 우선주 전량을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는 방식으로 주주 환원을 실천했다. 2021년에는 배당소득세가 발생하지 않는 자본준비금 감액 배당을 도입하며 국내 대표 고배당주로 자리매김했다.

2022년 한앤코는 쌍용C&E를 위해 약 1조9000억원 규모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했다.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난항을 겪어서가 아니라, 장기 책임 경영을 위한 자발적 장기 투자 결정이었다. 한앤코의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국내 사모펀드 업계로는 최초의 사례로 기록된다.

PEF는 단기 차익만을 추구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한앤코의 쌍용C&E 투자 사례는 사모펀드가 책임 있는 장기적 안목 아래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의 쌍용C&E는 PE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경영 전략을 보여준 종합 예술”이라면서 “지금의 한앤코를 있게 한 시그니처 딜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