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아이엔씨가 행동주의펀드 KCGI 측이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DB아이엔씨의 DB하이텍 지분이 10% 후반대까지 올라온 데다 행동주의 펀드와의 불편한 동거까지 사실상 끝났기 때문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GI 산하 특수목적법인(SPC) 캐로피홀딩스는 DB하이텍 지분 5.63%(250만주)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DB아이엔씨에 매각했다. 주당 처분단가는 6만6000원으로 총 1650억원어치다.
이번 거래에 따라 DB아이엔씨가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율은 기존 12.42%에서 18%로 높아졌다. 반면 KCGI가 가진 DB하이텍 지분은 7.05%에서 1.42%로 하락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약 9개월간 이어진 양사간의 불편한 동거가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다.
DB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DB아이엔씨의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DB하이텍 지분 비중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기업은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이때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의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DB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해 5월에도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을 통보받은 바 있다. DB하이텍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자산 비중이 작아져 강제 전환 요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DB그룹 입장에서 지주회사로 섣불리 전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2년 안에 자회사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DB아이엔씨의 경우 약 2800억원을 들여 DB하이텍 지분 12%를 매입해야 한다. 2년 안에 DB하이텍의 주가가 현재보다 더 오를 경우 그만큼 비용부담도 커질 수 있다.
DB그룹은 성급하게 지주회사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각적으로 검토했을 때 지주회사 전환을 성급히 추진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기사원문 바로가기
'Governan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재용 회장,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 미뤄져 (0) | 2024.02.20 |
---|---|
59만원 남양유업 주식, 82만원에 사라...한앤코 건드리는 차파트너스 (1) | 2024.01.05 |
[오너십 포커스] '경영권 방어' 총력 현정은, '지주사 전환' 가시화 (2) | 2024.01.04 |
삼양인터내셔날, 'GS건설 내부거래' 증가한 까닭은 (0) | 2023.12.25 |
'안정' 택한 함영주號 하나금융…계열사 8곳 중 하나생명 대표만 교체 (1) | 2023.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