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쉽을 확보하기까지 활발한 계열사 지분 거래를 펼쳤다. 효성가(家) 장남 조현준 회장과 3남 조현상 부회장 얘기다. ‘형제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두 사람은 본인 소유의 회사를 앞세워 수십억원대 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처음 아닌 내부거래…내역 찾아보니
11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조현준 효성 회장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효성토요타 주식 8만주를 지주회사 ㈜효성에 매각했다. 매각가는 주당 2만7769억원으로 책정됐으며, 조 회장은 총 22억원을 지급받았다.
상장기업의 현금으로 비상장 계열사 오너 지분을 매입한 거래인 만큼 해당 매각가가 적정하게 평가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비상장기업의 기업가치 산정방식인 보충적 평가방법을 통해 계산한 주당 평가액은 2만2885원이다. 8만주를 반영하면 지분가치(EV)는 약 18억원으로 계산된다. 조 회장이 손에 쥔 22억원과는 4억원 수준의 괴리가 있다.
다만 상장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낮은 비상장주식 특성상 18억원 또한 정확한 평가액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매매사례가액(시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명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뒤따른다.
중요한 건 효성토요타 사례와 같은 내부거래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는 점이다. 효성 오너일가는 총 22개사(상장 8개·비상장 14개)의 계열사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는 8개사(상장 3개·비상장 5개)다.
눈여겨볼 곳은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GE)와 더클래스효성이이라는 회사다. GE는 현재도 조 회장의 개인회사이며, 더클래스효성은 에이에스씨(ASC)를 통해 조 부회장의 지배를 받고 있는 회사다. 그간 다른 계열사와의 지분 거래가 수차례 이뤄진 곳이기도 하다.
조현준 회장,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유상감자로 166억 확보
먼저 GE는 2006년 효성ITX(당시 텔레서비스)의 인적분할로 설립된 효성씨티엑스가 전신이다. 처음에는 ㈜효성이 조 회장과 동일하게 지분 50%를 갖고 있었으나, 2008년 1월 제3자인 하봉수씨에게 모든 지분을 팔았다. 하봉수씨는 효성ITX 인재솔루션본부가 별도법인으로 분리해 설립된 윌앤비전의 대표이사로 파악된다.
조 회장은 2008년 2월 유상증자로 20억원을 출자해 GE의 지분을 87.7%까지 확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09년 5월 하봉수씨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부를 4억여원에 사들였다. 조 회장의 GE 지분율은 94.6%로 치솟았다. GE가 조 회장의 개인회사가 된 배경이다.
GE는 조 회장에게 적잖은 현금을 가져다 줬다. 2013년 7월 유상감자를 단행하면서다. 유상감자란 회사가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사들여 소각한 뒤 자본금을 감소시키는 것을 말한다. 아무런 보상 없이 주식량을 줄이는 무상감자와 달리 주주에게 대가를 지급한다. 당시 조 회장은 보유주식 중 34.2%를 잃었지만 그 대가로 166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유상감자 또한 나름의 사정이 있다. 상장이 무산되며 재무적투자자(FI)의 지분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2010년 7월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엑셀시어캐피탈은 특수목적법인(SPC) 스타디움인베스트먼트를 통해 GE에 1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때 엑셀시어캐피탈은 GE가 3년 안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풋옵션을 걸어 놓았다.
150억원 전부를 조 회장 개인이 부담하진 않았다. 조 회장의 또 다른 개인회사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트리니티에셋)가 30억원을 책임졌기 때문이다. 트리니티에셋은 2009년 9월 효성그룹의 금융회사 효성캐피탈로부터 100억원을 차입했으며, 곧바로 GE에 출자해 지분 18.18%를 확보했다. 트리니티에셋 또한 스타디움인베스트먼트에 풋옵션 행사대금을 지급했지만 유상감자를 통해 동일한 액수인 30억원을 확보했다.
효성 관계자는 “당시 GE는 FI의 풋옵션 행사에 대응하기 위해 유상감자를 실시했었다”고 설명했다.
더클래스효성은 조현상 부회장의 꽃놀이패?
조 부회장은 수입차 딜러사 더클래스효성을 갖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자동차를 국내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2003년 설립된 회사다. 이 회사 또한 GE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효성이 갖고 있었지만, 향후 지분 거래를 통해 조 부회장의 개인회사가 됐다.
조 부회장은 2014년까지만해도 더클래스효성 지분이 3.48%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그는 2015년 11월 ㈜효성으로부터 지분 전체(58.02%)를 주당 5만8063원에 매입하는 거래를 진행했다. 총 거래금액은 447억원이다.
조 부회장은 더클래스효성 지분을 오래 들고 있지 않았다. 그는 2017년 5월 ASC에 지분 모두를 매각했다. 이때 주식 처분단가는 12만1457원으로 전체 매각가는 990억원이다. 원금 대비 2.2배 수준에 팔아치운 셈이다.
조 부회장은 더클래스효성의 지분을 모두 팔았지만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했다. 회사의 새로운 최대주주가 된 ASC는 조 부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회사이기도 하다.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영국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페이퍼컴퍼니 디베스트파트너스가 전신이다.
디베스트파트너스는 2007년 12월 더클래스효성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주주로 올랐는데, 이후 2016년 4월 조 부회장이 디베스트파트너스를 인수했다. 조 부회장→디베스트파트너스(현 ASC)→더클래스효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조 부회장이 디베스트파트너스를 인수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 부회장은 매입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지분을 팔았으며, 이와 동시에 더클래스효성 지배력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거래대금을 치렀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특수관계인 간의 내부거래인 만큼 불공정거래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가치를 매겼는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은종 법무법인 진선 변호사 겸 공인회계사는 “특수관계자인 회사가 오너의 지분을 살 때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시가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며 “이 규정을 지킨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가치 평가를 부적정하게 진행했을 경우 배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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