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porate Action/채권

대신증권의 종투사 전환, 얻는 것과 잃는 것

Numbers 2023. 10. 13. 12:19

출처=대신증권.

 

대신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옥을 팔고 배당금을 거둬들이는 등 자본을 늘리면서 사업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핵심 자회사의 자본 유출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다. 나아가 대신증권의 자본 확대 효과가 크지 않고 종투사 업황이 좋지 않아 경쟁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탄 확보 총력...시장 지위 제고 목표 

 

대신증권이 종투사 전환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건 지난 7월이다. 당시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주요 임원진은 내년 상반기 중 종투사를 신청한다는 경영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 계획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은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종투사가 되려면 별도기준 자기자본 3조원을 보유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대신증권의 별도 기준 자산규모는 2조1000억원이다. 

대신증권은 우선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본사 사옥 ‘대신343’ 매각을 추진했다. 매각가는 약 6000억원에서 7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거둬들이는 4800억원 규모의 배당금 수익도 실탄 확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대신증권은 △대신에프앤아이 4401억원 △대신저축은행 200억원 △대신자산운용 115억원 △대신자산신탁 51억원 △대신프라이빗에쿼티 34억원 등의 배당금을 수령한다. 

배당금 수익은 4305억원 규모의 자회사 유상증자의 재원으로 활용된다. 사옥이 팔리면 별도 자기자본은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출처=한국신용평가 자료.

 

중기적으로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존의 고유 업무 외에 기업신용공여와 전담신용공여로 사업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자본이 4조원을 넘어서면 단기금융업무를, 8조원 이상일 경우 종합투자계좌 업무가 가능하다. 

한국신용평가는 “증대된 자본 규모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사업경쟁력과 시장지위가 일정부분 제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자본 증가효과 '미미'...부동산 금융도 위험

 

배당 수익에도 자본 증가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주력 자회사인 대신에프엔아이는 순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종속회사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별도 자본 규모가 증가해도 자본적정성 지표 개선 효과가 없을 것이란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실질적인 자본확충은 미미한 수준으로 자본적정성에는 유의미한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법인세를 고려한다면 별도 기준 자본 규모 증가 효과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신증권과 계열사가 국내외 부동산금융 위험 노출 규모가 크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대신금융그룹은 최근 수년간 부동산 관련 사업을 확대하면서 경쟁사 대비 적극적인 부동산 투자 성향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은 자본적정성 저하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자료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우발부채는 대부분 부동산 채무보증으로 구성된데다 그 규모도 커지고 있다. 우발부채 규모는 2020년 9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7000억원으로 90% 증가했다. 우발부채·자기자본 비율은 2021년부터 증권업계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순자본비율과 조정순자본비율은 2020년 각각 483.1%, 330.9%에서 올 상반기 286.8%, 191.3%로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상당수의 증권사가 종투사 지정 이후부터는 자본력을 활용해 신용위험을 크게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양적 위험 확대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종투사 인가 이후 위험투자 규모 및 실질 자본적정성 변동여부, 리스크관리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이 종투사로 지정되더라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신한증권, 키움증권 등 총 9개사가 종투사로 등록돼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비우호적인 업황 하에서 기존에 진입한 종투사 간의 경쟁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업무영역 확대에 걸맞는 영업 경쟁력 확보와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한 이익창출력 확대, 지속적인 자본 성장과 시장지위 제고 등 실질적인 성과가 더욱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화수분' 대신에프앤아이 현금 유출 우려 

 

출처=한국신용평가 자료.

 

대신증권의 자본 확충으로 핵심 계열사인 대신에프앤아이의 현금 지출이 이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대신에프앤아이는 대신증권과의 자본거래로 약 495억원의 순현금유출이 발생한다. 배당금 지급 금액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유입액 3906억원을 뺀 금액이다. 대신증권은 누적 당기순이익의 38.3%를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출처=한국신용평가 자료.

 

한국신용평가는 재무안정성과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이라고 보면서도 대신에프앤아이의 자본구성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익잉여금이 감소하고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 증가해 배당가능재원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그룹 내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에 따른 자본유출이 지속됨에 따라 자체사업의 성장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거나 자본완충력 저하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신용도 측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자본거래로 대신에프앤아이의 레버리지가 올 상반기 3.8배에서 향후 4.2배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대신에프앤아이가 과거 투자했던 PF대출채권 잠재 부실에 대한 자본완충력 유지가 필요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PF대출채권 취급 등으로 자산구성상 위험이 과거 대비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보수적인 자본적정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은행권의 부실자산 매각 규모가 증가하면서, 향후 NPL(Non Performing Loan) 시장 규모가 증가할 수 있는 점은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부동산 시황 저하와 경매물건 증가 등으로 기존 NPL 채권의 회수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은 부정 요인으로 언급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나인원한남 분양으로 얻은 사업이익으로 신규 부동산개발 투자사업과 부동산PF PI(Principal Investment)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향후 수익성과 레버리지 배율은 나인원한남 분양 성과와 투자금 회수 추이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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