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주공은 대외 악재와 사업 부진으로 수년간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사이 재무상황은 크게 악화됐다. 사업 특성상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하지만 주식 거래정지로 인해 조달 환경이 더욱 녹록치 않아졌다.
동국제강의 오너 3세인 장세훈 부산주공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산업단지를 매각하는 강수를 뒀다. 재무건전성이 크게 훼손된 탓에 유형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수순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재무건전성 개선에 자본잠식 탈출…과제 산적
4일 신용평가업계 등에 따르면 부산주공의 부채비율은 5년째 800~90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20년까지 837.6%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956.8%로 119.2%p 높아졌다. 사업환경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상반기 1300%를 넘어섰다가 올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300%p 이상 낮아진 점이 눈에 띈다.
차입금 지표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부산주공의 차입금의존도는 2020년 63.7%, 2021년 57.3%, 2022년 46.9%, 2023년 상반기 49%로 비교적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여전히 안정권을 벗어나 있다. 특히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 비중이 80%에 달해 단기상환 부담이 큰 상황이다.
부산주공은 1967년 동국제강 그룹에서 출범한 자동차 부품 제조기업이다. 1975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벤츠, 볼보, 푸조, GM 등 국내외 유수 자동차업체에 너클, 크랭크 샤프트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1999년 동국제강으로부터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그러나 90%대에 달하는 높은 매출원가율로 인해 수익성이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매출원가는 1112억원으로 매출액 1198억원의 92.8% 수준이다. 때문에 회사는 2016년부터 수십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지속 중이기도 하다.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창출력에 비해 공장 가동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큰 탓에 현금흐름도 유동적이지 못하다. 올해 상반기에도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와 잉여현금흐름(FCF), 재무적가용현금흐름(ACF) 등 대부분의 현금흐름 지표가 적자를 나타냈다. 금융기관 차입 등 외부 자금조달 없이 경영이 어려운 만큼 회사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어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부산주공에게는 1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이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부산주공이 금융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41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비용은 61억원이었다.
부담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산주공은 2020년부터 부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납입자본금(394억원)과 자본잉여금(275억원)이 미처리결손금(729억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수년간 순손실이 반복된 결과다. 이에 부산주공의 감사를 맡은 대성삼경회계법인은 회사의 계속기업 존속 능력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선택지 좁아진 부산주공…유형자산 매각해 돌파구 찾을까
현재 부산주공을 이끌고 있는 CEO는 동국제강의 오너 3세인 장세훈 대표다. 장 대표는 동국제강 창업주 고 장경호 선대회장의 4남인 고 장상철 전 사장의 장남이다. 그는 동국제강그룹의 농기계 제조 계열사였던 국제종합기계에서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부산주공의 현 최대주주 특수관계자인 세연아이엠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9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부산주공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후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시장은 장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한다. 부산주공은 올해 4월 횡령·배임 혐의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며 공모시장에 발길이 끊겼다. 내년 6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다. 외부 자금조달 없이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퇴로가 막힌 셈이다.
부산주공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형자산을 처분키로 했다. 부산 기장군 산업단지를 800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이다. 인수자는 엠제이와이파트너스이며 내년 2월 잔금 720억원 납입이 완료되면 매각절차가 끝난다. 이 계약은 이사회 의장인 장 대표가 지난해 7월 이사회에서 부의한 안건으로, 사실상 장 대표의 판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매각 대상인 산업단지는 부산주공이 2013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총 1030억원을 투자해 조성한 것이다. 부지 조성과 공장 설립에 각각 752억원, 278억원씩 투입됐다. 회사로선 사실상 손실을 감내한 결정이다.
부산주공 측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산업단지 부동산 매각을 통한 은행 차입금 상환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하고 운영자금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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