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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디자인·이익' 다잡은 패션테크 스타트업 '리비저너리'

Numbers_ 2024. 1. 26. 21:35

(왼쪽부터) 유자인 MYSC 부대표, 박준범 리비저너리 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타깃 시장은 기존 패션 시장이에요. 친환경 등 가치 소비를 하는 분들은 의식적으로 찾아다니면서 구매를 하거든요. 그런데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하려면 가치 소비에 관심없는 분들도 끌어들여야죠. 그리고 ‘예뻐서 샀는데 알고 보니 친환경 의류였네’라고 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박준범 리비저너리 대표의 말이다. 리비저너리는 친환경과 디자인을 다잡은 의류를 만들고 있는 패션테크 스타트업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이익을 내고 있는 임팩트 기업이기도 하다. 2018년 12월 설립됐는데 2022년 영업이익을 내며 2023년에도 흑자를 유지했다. 2023년 매출은 10억원을 넘겼는데 전년대비 2배 늘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억원 정도다.

리비저너리는 현재 워크웨어 브랜드 블루웨어, 프리미엄 디자이너 브랜드 몽세누, 스트릿 무드 캐주얼 브랜드 리포지션 등 3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소재를 기반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개발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계속 만들어 나간다는 목표다.

다음은 박준범 대표, 리비저너리 투자사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유자인 부대표와의 일문일답.

Q.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준범: 지속 가능성 기반 패션테크, 브랜드 빌더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창업인데요. 대학에서 수업을 듣다가 사회적 가치랑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가져갈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자인: 2015년에 MYSC에 합류했는데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거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돕는 임팩트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만나셨나요.

유자인: 창업경진대회에 박준범 대표님이 나오셨는데요. 친환경 소재로 직접 만든 옷을 입고 있었어요. 아주 초기 단계 기업은 사실 많은 걸 갖추고 있지 않은 상태잖아요. 그런데 직접 만든 제품도 있고 포부도 크고 인상깊었습니다. 

Q. 왜 친환경 의류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박준범: 환경보호론자는 아니에요.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났는데요. 집 앞에 바다가 보이는 곳에 살긴 했어요.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이랑 바다에서 쓰레기 주워서 그걸로 장난감 만들고 그랬죠. 그런데 제가 옷도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패션 산업에서의 문제점도 발견했죠. 밸류체인(가치사슬) 각 단계마다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염색할 때 물이 오염되는 문제, 배송할 때 나오는 탄소 문제, 그 외 노동 문제 등이요.

현실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봤는데요. 소재를 재생하는 것이더라고요. 소재 가운데는 변형이 쉽고 흔하지만 당시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지 않은 페트병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끊임없이 버려지는 게 페트병이고 끊임없는 생산이 필요한 게 패션 시장이잖아요. 계속 버려지는 걸 계속 생산해야 하는 시장의 재료로 쓸 수 있지 않을까 했죠. 직접 페트병을 수거해서 이것저것 만들어 봤습니다. 2017~2018년에 샘플을 만들고 발전을 시켰죠. 이후 폐어망, 썩어 있는 재고 원단 등을 발굴해 기능성을 추가하는 등 가공을 해 저희만의 원단으로 바꿔왔습니다.

Q. 소재 발굴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박준범: 굉장히 어려웠어요. 큰 원단 기업에 무작정 메일을 보냈죠. 그런데 원단 하나 개발하는 데 최소주문수량(MOQ)가 안되니까 끊임없이 설득하면서 MOQ를 줄이고 작업 가능한 공장을 찾았어요. 지금은 다행히 효성, SK이노베이션, 휴비스 등 큰 기업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엔 효성이 가지고 있는 친환경 원재료를 가지고 저희가 실제 원단 개발을 해서 제품화까지 했어요. 한 달 만에 완성해서 보여드렸습니다.  

한솥도시락 유니폼. (사진=리비저너리)


 
Q. MYSC에서 투자는 언제 하신 건가요.

유자인: 2019년에 첫 투자를 했습니다. 시드 투자니까 대표님의 가능성을 봤죠. 2022년에 후속 투자를 했어요. 그 사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외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 비즈니스 모델이 갖춰지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B2C로 시작했는데 대표님이 패션 브랜드에 대한 본인만의 높은 기준이 있었거든요. 멋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옷을 한솥도시락, 공공기관 등에 납품하기 시작했어요. 매출 규모가 늘어나면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죠. 지속가능한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를 찾은 거죠. 물론 B2C 브랜드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어요. 2023년엔 팁스 프로그램에 선정되며 연구개발 과제를 하고 있어요. 올해 하반기 정도에 또 투자 라운드를 돌 것 같아요.

박준범: 디자인적으로 의미 있는 예쁜 옷이 저한테 멋진 옷이었어요. 나 같은 사람도 시장에 분명 있을거야 라고 생각했죠. 애매한 만 명보다 확실한 천 명이 좋다고 봤어요. 그런데 워크웨어(작업복) 주문이 들어왔어요. 친환경 유니폼을 도입하고 싶대요. 테스트를 해봤는데 실제 현장에서 워크웨어를 입고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 의미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이기도 했고요. 패션 시장은 빠르게 변하거든요.

그래서 워크웨어 브랜드를 만들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키워 왔습니다. 저희 워크웨어는 실용적이면서 디자인과 가격도 만족시키고 있어요. 문의가 저희한테 직접 많이 들어와요. 사실 친환경 소재는 향후 몇 년 간 아무리 싸게 잘 만들어도 일반 소재보다 저렴해질 수 없어요. 이건 당장 스타트업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저희는 나머지 공정 과정에서 비효율을 줄이면서 비용을 줄이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디자이너 브랜드 몽세누. (사진=몽세누)


 Q. 연구개발 과제는 뭔가요.

유자인: 패션 산업 내 공정에서 기업의 환경적 가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개발하고 있어요. 친환경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 등록이 돼 있고 패션 기업은 친환경 소재를 구매할 수도 있죠. 그리고 패션 기업이 친환경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환경적 가치를 만들었는지 등 관련 내용을 담은 리포트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물론 꼭 친환경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패션 기업이 의류 제작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박준범: 아직 환경적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요. 많은 곳에서 관련 내용을 점수로 환산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SK의 사회적가치연구원 등과 머리를 맞대고 있어요. 예컨대 한솥도시락에서 저희 유니폼을 1년에 1만개를 샀을 때 탄소 배출을 얼마나 저감했는지, 환경적 가치는 금액적으로 얼마인지 등을 테스트하는 단계입니다.

Q.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이 확산되기 위한 조건이나 과제가 있다면요.

박준범: 옷은 고관여 제품이라 개인이 원하는 스타일과 품질 등이 충족돼야 하는데요.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쪽에선 ‘우리 제품은 친환경 제품이니까 사주세요’ 하는 메시지가 아직 더 강한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제품이 가져야 할 본질적 가치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한데 말이죠. 공급하는 입장에선 제품의 질을 더 높여야 해요. 친환경 딱지 떼고도 디자인이나 제품력으로 기존 제품들을 뛰어 넘어야죠.

물론 소비자 차원에서도 좀 더 응원을 보내주시고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공급자와 수요자 간 균형이 맞아야 전체 시장이 확대될 수 있으니까요. 덧붙여서 그 속도에 맞춰 정부의 제도 변화와 대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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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디자인·이익' 다잡은 패션테크 스타트업 '리비저너리'

“타깃 시장은 기존 패션 시장이에요. 친환경 등 가치 소비를 하는 분들은 의식적으로 찾아다니면서 구매를 하거든요. 그런데 비즈니스가 지속가능하려면 가치 소비에 관심없는 분들도 끌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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