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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가전 전문가' 류재철 LG전자 사장, 냉난방공조·스마트홈 고도화 '특명'

Numbers_ 2024. 1. 3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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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가전 전문가' 류재철 LG전자 사장, 냉난방공조·스마트홈 고도화 '특명'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LG전자가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면서 회사의 가전제품 사업을 이끄는 류재철 H&A(Home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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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과 LG전자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사진=LG전자)


LG전자가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을 노리면서 회사의 가전제품 사업을 이끄는 류재철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장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단순히 가전제품을 만들어 팔았던 기존 사업 영역을 기업간거래(B2B)까지 넓히고,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솔루션 영역까지 고도화하는 일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주방가전부터 에어컨까지 LG전자의 가전제품 전반을 경험한 류 사장은 전문성을 살려 전에 없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가전 생산부터 사업까지 폭넓은 경험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 주요 이력 (자료=LG전자)


1967년생인 류 사장은 LG전자에서도 가전제품 전문가로 통한다. 1989년 금성사에 입사한 이후 35년간 회사에 몸담으며 가전제품 생산부터 사업화까지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LG전자에서 오래 일했고, 가전제품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한 우물만 팠다는 점에서 조성진 LG전자 전 부회장과도 닮은 점이 많다.

류 사장의 경력 대부분은 H&A사업본부 소속으로 2011년 세탁기프론트로더(F/L)사업팀장으로 시작해 2013년 세탁기생산담당, 2014년 냉장고생산담당, 2016년에는 RAC(가정용 에어컨)사업담당을 거쳤다. LG전자 가전제품의 핵심 품목인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을 모두 다뤄본 셈이다.

류 사장이 가전제품 사업 전반을 총괄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7년 전무 승진과 동시에 생활가전이 속한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을 맡으면서다. 이어 2021년에는 전체 가전제품 사업을 이끄는 H&A사업본부장에 올랐다. 가전제품은 LG전자의 간판 사업이다. 2023년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전체 매출에서 H&A사업본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로 가장 높다. 가전제품 전문가이면서 핵심 사업부의 수장을 맡은 류 사장의 존재감도 막강하다. 2023년 사장으로 승진한 류 사장과 직위가 같은 인물은 LG전자에서 최고경영자(CEO)인 조주완 사장,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 등 두 명뿐이다.

 

냉난방공조·스마트홈 개척 본격화

 

LG전자 '스마트홈 AI 에어전트'. (사진=LG전자)


류 사장이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2023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각종 비용 부담 증가 등 변수에도 연간 매출 30조1395억원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연 매출 30조원을 돌파하는 동시에 8년 연속 성장세를 지켜냈다. 하지만 2023년 4분기에는 H&A사업본부가 1156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말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와 함께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탓이다. 중국 가전업체의 시장 침투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경쟁 심화가 계속된 여파로 풀이된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LG전자가 내놓은 해법은 B2B 강화다. 지금까지 잘해온 일반 소비자용 가전제품 판매를 넘어 기업용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는 전략이다. 이미 2023년부터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를 앞세워 북미와 유럽 시장을 공략해 왔다.

HVAC는 산업용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최근 탈탄소 흐름에 발맞춰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정용과 산업용을 포함한 종합 공조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북미 시장은 생산과 연구·개발(R&D), 판매, 유지·보수까지 현지에서 담당하는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과거 태양광 패널을 생산했던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 공장을 HVAC 전용 생산기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알래스카에 HVAC 부품인 '히트펌프' 연구소를 구축하는 등 R&D 기반 현지화 역시 진행 중이다. 2022년에는 산업용 에어컨 유지·보수 자회사인 하이엠솔루텍이 멕시코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북미 HVAC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투자 유치를 저울질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친환경 냉매가 적용된 난방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해 나간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럽 히트펌프 난방 사업의 매출은 연간 조 단위로 키울 계획이다. 북미와 마찬가지로 현지에서 생산부터 유지·보수까지 담당하는 체제도 도입한다.

류 사장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존 가전제품 사업을 차별화하고 새로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AI 기반 스마트홈 부문도 고도화하고 있다. 스마트홈은 각 가전제품의 연결성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에서는 집사 역할을 하며 사용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하는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는 2025년 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독 모델로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류 사장은 "2년 전부터 향후 스마트홈이 시작되면 집안을 움직이는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며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고객과 공감하는 폼팩터(외형)를 연구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