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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현실판 '재벌집 막내아들',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

Numbers_ 2024. 1. 20. 20:40

한미반도체 본사 전경 및 곽동신 부회장. (사진=한미반도체)

 

내리막길을 걷던 한미반도체가 2023년 4분기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HBM(고대역폭메모리)향 TC본더 등 고부가 매출이 반영되며 매출 대비 이익이 크게 성장했다. 그간 실적 부진에도 꾸준히 지분을 사들인 곽동신 부회장이 회사 성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다. 이런 그가 현실판 '재벌집 막내아들'으로 불리는 이유는 뭘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2023년 연 매출 1590억원, 영업이익 34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1.5%, 영업이익은 69.1% 감소했다. 다만 4분기에만 매출 522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3%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6.6% 증가하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고객사인 SK하이닉스가 HBM 공정에서 사용하는 TC본더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HBM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자 SK하이닉스 역시 HBM CAPA(생산능력)를 지속적으로 확대했고, 이에 따라 한미반도체도 수혜를 입었다.

 

재벌집 막내아들, 어떻게 성장했나?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 (사진=한미반도체)


곽 부회장은 지난달 별세한 창업주 고(故) 곽노권 회장의 자녀로 1남 4녀 중 막내다. 1998년 한미반도체에 입사한 그는 초고속으로 승진하며 2007년 33세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아버지인 곽 회장과 삼촌(곽노섭 전 전무)의 적극적인 지지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다.

최대주주 곽 회장과 2대 주주 곽노섭 전 전무(곽 회장의 형제)는 곽 부회장 취임 후 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증여, 블록딜(시간 외 매도)로 지분을 줄였다. 당시 곽 부회장은 곽 회장으로부터 지분 10%(240만주)를 증여 받아 12.60%의 지분율로 3대 주주에 올랐고, 이듬해 추가로 378만주를 더 받으면서 1대주주(27.42%)가 됐다. 2010년 곽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게 된 그는 회사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고, 현재 35.54%로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누나들을 제치고 경영권을 잡은 그는 우려가 무색하게 남다른 선구안을 발휘했다. 곽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한미반도체는 줄곧 1000억원을 웃도는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보면서 제품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곽 부회장은 그간 쌓은 현금으로 5세대(5G) 통신칩 EMI 실드 장비, 마이크로쏘 공장 설립을 통한 장비 국산화 작업에 뛰어 들었다. 이를 통해 한미반도체는 2020년 EMI 통신칩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2573억원의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가치를 키우는 작업에도 열중했다. 곽 부회장은 2020년 금융권에서 20년 넘게 몸담은 김정영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영입했다. 국내외 주식, 대체투자 영역에 잔뼈가 굵은 그를 통해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한미반도체의 기업가치를 육성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곽 부회장은 2021년 예상 매출액을 3080억원으로 밝히는 한편,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유례없이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이유


곽 부회장의 이런 자신감은 ‘반도체 한파’에도 빛을 발했다. 한미반도체는 2023년 3분기 매출 312억원, 영업이익 2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새 매출은 61.1%, 영업이익은 91% 감소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에도 회사 주식을 매집(지난해 3·4분기 38만8000주 매수)했고, TC본더를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한미반도체는 2023년 8월 인천 본사 부지를 활용해 TC본더 전용 공장인 ‘본더팩토리’를 하며 CAPA 확장에 나섰다. 이 결과 한미반도체는 지난해부터 연이은 대형 수주를 따낼 수 있었다.

특히 곽 부회장은 남다른 투자 감각으로 주식 투자에도 성공하며 돈벼락을 맞았다. 그는 반도체 열처리 장비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 HPSP에 2021년 6월 한미반도체와 각각 375억원을 투자했다.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던 그는 HPSP가 2022년 코스닥 상장하며 주가가 오르자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하고 차익실현에 나섰다.

1월 현재 곽 부회장과 한미반도체가 보유한 HPSP의 지분은 각각 433만2371주, 568만7948주로 가치를 환산하면 약 4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곽 부회장은 지난달까지 장내매도를 통해 약 778억원을 이미 현금화했고, 한미반도체도 장내 및 장외매도로 930억원을 회수한 상태다. 투자금액 대비 약 2~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수했지만, 여전히 상당한 가치의 지분이 남아있다.

이에 곽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상속세 규모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3년 12월 곽 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분 9.29%을 포함한 상속처리가 남아 있다. 통상 이런 경우 경영권을 가진 자녀가 주식을 비롯해 회사와 관련된 자산을 상속받고,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의 여타 재산은 나머지 자녀들이 나눠 갖는다. 곽 부회장의 보유 자산을 감안하면 한미반도체의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두더라도 상속세 규모가 부담이 될 수준은 아닐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미반도체 관계자는 "상속은 가족간의 일이며, HPSP 투자건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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