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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중시한다. 고 구본무 선대회장이 취임한 이후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CFO 직책을 도입했고, 재무관리에 국한된 업무 영역을 경영 전반으로 확장해 위상을 키웠다. LG의 CFO는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서 회사의 중대한 의사결정을 함께 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CEO 부회장이나 정호영 LG디스플레이 CEO 사장처럼 CFO 출신 CEO도 여럿이다.
지주사인 ㈜LG CFO도 마찬가지다. 자회사에서 재무나 금융 관련 업무를 경험한 핵심 인재를 지주사에서 CFO 격인 재경팀장에 임명한다. 특별한 점은 '총수 금고지기'라는 임무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지주사 재경팀은 총수의 지분과 경영재산을 위임받아 관리하며 경영권 강화와 상속세 업무 등을 처리한다.
실제로 지주사에서 다양한 자회사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경험은 사업회사로 이동해 안정적으로 CFO 업무를 수행하는데 중요한 양분이 된다. ㈜LG 재경팀장 출신 임원들은 대부분 LG화학이나 LG유플러스 등 핵심 자회사에서 오랜 기간 CFO 역할을 맡았다.
다만 그간 ㈜LG CFO는 LG전자나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사업 자회사 소속 사장급 CFO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LG가 지주사 체제로 개편한 이후 ㈜LG의 CFO 격인 재경팀장은 대체로 상무나 전무급이 맡았기 때문이다.
구 회장 체제 이후에는 ㈜LG CFO에 힘이 실렸다. 직책이 기존 재경팀장에서 재무를 포함해 법무, 홍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을 총괄하는 경영지원부문장으로 확장됐다. 관련 직급 역시 사장급으로, 자회사 CFO와 견줄 수 있는 인사를 앉혔다.
재경팀장, 계열사 CFO로 가는 지름길
㈜LG에서 재경팀장을 거친 인물은 LG 내에서 재무 전문가로 손꼽힌다. 계열사에서 재무 업무를 경험하며 능력을 인정받아야 비로소 ㈜LG에서 CFO로 일할 자격을 얻는다. ㈜LG에 재경팀장으로 부임하기 전 계열사 CFO를 지낸 이들도 많다.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수년간 안정적으로 CFO 임무를 수행한다. 실력이 검증된 만큼 ㈜LG CFO는 총수, 대표이사와 함께 이사회에 참가해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할 권한이 주어진다.
차동석 사장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LG에서 재경팀장을 맡았다. 이후에는 LG 계열사인 서브원과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S&I)에서 연달아 CFO를 역임했다. 2020년부터 핵심 계열사인 LG화학의 CFO로 이동해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차 사장에 이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LG 재경팀장으로 일한 이혁주 전 부사장은 2005년 ㈜LG 재경팀에서 임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5년 GS 계열분리와 2007년 LG패션(현 LF) 분사 과정에서 실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LG파워콤과 LG CNS에서 CFO를 맡다가 ㈜LG에 돌아와 재경팀장에 올랐다. 정보기술(IT) 계열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LG유플러스의 CFO로 일한 뒤 퇴임했다.
이 전 부사장에 이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LG 재경팀장을 맡은 김홍기 부사장은 전임자와 마찬가지로 ㈜LG에 부임하기 전 이미 계열사에서 CFO를 맡은 경력이 있다. 그는 LG화학에서 금융담당 상무로 재직하다가 2009년 LG하우시스(현 LX하우시스) CFO로 부임해 ㈜LG로 이동하기 전까지 일했다. 이 때는 LG화학에서 LG하우시스가 막 분사한 시점이다.
김 부사장은 2018년 구 선대회장이 별세하고 구 회장이 취임하는 과정에서 지분 상속 과정을 관리한 인물이다. 구 회장은 선대회장으로부터 ㈜LG 지분 8.8%에 해당하는 1512만2169주를 물려받으면서 지분율을 기존 6.2%에서 15.0%로 높여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구광모 시대 대표 CFO 하범종 사장
하범종 사장은 구광모 회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다. 그는 구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2018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LG의 CFO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전무로 처음 ㈜LG의 CFO에 오른 하 사장은 초고속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지금까지 계열사로 이동하지 않고 ㈜LG의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경영지원부문장에 오르면서 기존 재무관련 업무에서 홍보와 법무 등으로 역할과 위상이 대폭 확대됐다.
1968년생인 하 사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LG상사에 입사한 이후 줄곧 재무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LG화학에서 재무관리담당 상무까지 지낸 뒤 전무로 승진하며 ㈜LG 재경임원으로 부임했다. 전임인 이 전 부사장과 김 부사장이 ㈜LG에서 재경팀장을 맡기 직전까지 계열사에서 CFO를 지낸 반면 하 사장은 ㈜LG에서 처음으로 CFO 업무를 시작했다. 하 사장이 ㈜LG CFO인 재경팀장에 오른 시점은 구 회장이 취임한 2018년 말부터다. 특히 하 사장은 2019년 말 부사장, 2021년 사장에 오르며 주로 상무나 전무급이 ㈜LG의 CFO를 맡던 공식을 깼다. 계열사 CFO 중에서도 LG화학의 차 사장과 함께 중량감이 큰 인사로 꼽힌다.
하 사장은 지난해 조직개편으로 신설된 경영지원부문을 이끌고 있다. 경영지원부문은 경영전략부문과 함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보좌하는 조직이다. 경영지원부문은 재경팀을 포함해 법무·준법지원팀, 홍보·브랜드팀 등을 산하에 두고 있다. 조직 이름처럼 경영 지원 전반을 책임진다.
CFO의 업무 영역이 커진 만큼 재무와 회계를 전담하는 재경팀은 올해부터 이남준 전무가 팀장으로 자리했다. 1974년생인 이 팀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LG생활건강에서 금융부문장을 지내다 ㈜LG에 합류했다. 그는 2019년 3월부터 상무를 달고 재경임원으로 당시 막 재경팀장에 오른 하 사장과 호흡을 맞췄다.
하 사장은 구 회장의 지분 상속 문제를 비롯한 사재 관리를 도맡아 하면서 총수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앞서 김 부사장이 ㈜LG 재경팀장으로 지분 상속을 처리하던 2018년 당시 하 사장은 ㈜LG 재경임원 전무로 일하며 총수 일가의 재산을 관리하고 상속 분할을 협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LX 계열 분리 과정에서도 하 사장의 역량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GS 사례와 마찬가지로 구 회장으로의 세대교체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불화나 잡음 없이 순조롭게 구본준 회장 주도로 LX가 출범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구본준 회장이 이끄는 LX는 지난해 6월 독자적인 기업집단으로 분리를 완료했다.
올해 하 사장은 LG 상속 소송 과정에서도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선대회장의 아내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 구연수씨가 상속 비율에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에 하 사장이 직접 참석해 상속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2017년 구 선대회장이 뇌종양 수술을 앞두고 하 사장을 따로 불러 "구 회장에게 자신의 경영 재산 전체를 승계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하 사장과 LG 총수간 신뢰관계가 두터웠음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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