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

또 '조카의 난' 휩싸인 금호석화…박철완의 노림수는

Numbers_ 2024. 2. 21. 15:17

▼기사원문 바로가기

 

또 '조카의 난' 휩싸인 금호석화…박철완의 노림수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행동주주를 표방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과

www.numbers.co.kr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그룹이 또다시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가 행동주주를 표방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과 손잡고 주주제안에 나서면서다. 이는 실질적인 지배권을 가진 박 회장을 상대로 분쟁을 일으킨 것으로 지난 2022년 일단락된 것으로 보였던 ‘조카의 난’이 재발한 것이다.

 

'3차 조카의 난' 쟁점은?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오는 3월 개최되는 금호석유화학 정기주주총회에 주주제안 안건으로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 △자사주 소각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등을 올렸다. 박 전 상무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 경영 투명성 강화, 소액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가치 극대화”라는 명문을 내세웠다.

이번 ‘조카의 난’의 쟁점은 3가지다. △박 전 상무는 왜 차파트너스를 택했나 △과연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주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가 △이번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패배할 경우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등이다.

박 전 상무가 차파트너스의 힘을 빌려 경영권 분쟁에 나선 것을 두고 업계는 주주행동주의 명분을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바라본다. 박 전 상무는 지난 2021년과 2022년에도 주주제안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그는 시가총액 20조 달성 등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회사의 개인주주로서의 정당한 주주제안이라고 거듭 강조했지만, 표대결에서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차파트너스는 경영권 분쟁과 지배구조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행동주의 펀드로 꼽힌다. 조현식 전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 고문의 처남인 차종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2019년 설립 초기에는 버스회사 등 운송 인프라 투자에 주력했으나, 2022년부터 사조오양과 상상인, 남양유업 등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서며 행동주의 방향성을 드러냈다. 최근 경영권 분쟁에 PEF 운용사가 개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박 전 상무 입장에서는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박철완 전 상무, 이번 '행동주의'는 다를까


관건은 박 전 상무가 이번에는 주주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느냐다. 현재 박 전 상무는 금호석유화학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공동보유계약을 맺은 차파트너스의 지분 0.03%에 모친인 김형일 전 고문(0.1%), 누나 박은형씨(0.53%), 박은경씨(0.53%), 박은혜씨(0.53%), 장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0.06%)의 지분을 합하면 10.87%로 올라간다.

박 회장 측은 본인 지분 7.14%과 장남 박준경 사장(7.65%), 장녀 박준경 부사장(1.04%) 등 15.89%을 보유하고 있다. 박 전 상무 진영과는 5.02%p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의 주주별로 최대 3%까지 제한하는 3%룰을 적용하면 박 전 상무 측은 4.77%, 박 회장 측은 7.1%로 변화해, 양측간 지분율 격차가 2.33%p 수준으로 좁혀진다. 20% 수준의 소액주주와 국민연금(9.27% 지분,  감사 선입의 경우 의결권 제한 감안시 3%)은 논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전 상무 측이 과연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제기된다. 주주행동주의를 강조하는 것과 비교해 실제적인 지분매입 등의 활동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전 상무는 2002년 12월 금호그룹의 창업주 고(故) 박정구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기 전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취득한 지분은 1% 안팎에 불과했다. 상속 이후 7.69%(우선주 포함)로 뛰었으며, 이후 2007년 6월까지는 꾸준히 상속받은 우선주를 처분했다.

2002년 12월 박철완 전 상무가 박정구 전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상속받으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박 전 상무는 2009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지분을 매입했는데, 이때 지분율이 현재와 비슷한 10%로 올랐다. 이후 1차 조카의 난이 있었던 2021년까지 8년 동안 추가적인 지분매입은 없었다. 상속받은 주식이 박 전 상무 지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행동주의를 내세우지만, 총수일가 내 지분다툼으로만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는 박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가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에 실패할 경우 그 다음 계획에도 주목하고 있다. 2021년 1차 조카의 난이 끝난 이후 그대로 포기할 줄 알았던 박 전 상무가 2022년 다시 분쟁을 시도한 만큼 이번에도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