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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적극적 입장 표명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주총 안건에도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선제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전문가 집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다른 결론을 내면서 엇박자를 냈다.
이례적 현상으로, 앞으로 이런 사례가 더 늘어날 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27일 <블로터>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이사장은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 등을 통해 KT와 포스코그룹 등의 주총 안건에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KT와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로 각각 지분 8.08%, 6.38%를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KT&G는 IBK기업은행에 이어 2대주주(지분율 6.64%)를 지키고 있다.
소유분산 기업 입장에서 국민연금 이사장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는 영향력과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은 포스코그룹의 이사회 선임과 관련해 호화 출장 논란이 나온 유영숙 전 환경부 장관, 권태균 전 조달청장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후에도 사외이사 활동의 독립성과 이행충돌 등에 의구심을 내비치며 또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올해 초에는 포스코홀딩스의 이사 선출 과정에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탁위는 장인화 회장 인선 안건을 비롯해 이사 선임안 등에 찬성 결정을 내렸다. 유영숙 전 장관은 사외이사에 더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반대 목소리를 냈던 김 이사장은 체면을 구겼다.
김 이사장이 국민연금의 영향력에 놓여있는 이른바 소유분산 기업에 목소리를 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앞서 2022년 KT 대표이사 인선 과정에서도 간접적으로 의견을 내놓으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당시 KT는 구현모 대표가 연임에 도전했으며 이듬해 적격 후보로 올랐다. 하지만 구 대표는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 연임에 반대 의견을 내놓으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당시 김 이사장은 “소유분산 기업의 회장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고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는다거나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다”며 “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자본시장의 시선은 주총을 앞둔 KT&G로 향하고 있다. 주요 안건인 방경만 사장 후보 선임 안건에서 최대주주 IBK기업은행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우호적 입장을 밝혔다. 김 이사장은 특별한 의견을 내놓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의 관심은 김 이사장과 수탁위의 엇박자가 포스코 사례에서 끝날지 아니면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도 더 나올지 여부에 쏠린다.
물론 포스코 만의 특수 사례라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 이사회의 의사결정구조나 이사회 멤버들의 성향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 이사장과 수탁위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벌어진 '엇박자'라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재계 관계자들은 일단 김 이사장의 이런 발언들이 공적연기금으로서 지켜야 하는 수탁자책임 원칙과 충돌할 수 있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국민연금의 전문가 집단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가 결과를 내놓기도 전에 입장을 표명하는 일이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국민연금은 수탁위를 독립성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해 원칙과 절차에 따라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국민연금의 이사장이라는 자리는 무엇보다 의견 표명에 신중해야 하는 곳인데 수탁위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어떤 입장을 내놓는 것은 자본시장과 기업 거버넌스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 스스로 거버넌스를 돌아봐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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