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pective

카카오의 위기, 성장통인가, 불치병인가?

Numbers_ 2023. 11. 6. 08:56

허정수 전 KB금융지주 CFO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카카오톡을 만든 것은 좀 과장하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에 비견된다. 시골 집안 어르신들을 비롯한 가족들이 카카오 단톡방에서 자주 만나 안부도 묻고 집안일도 상의하며 일상의 소회도 나눈다. 지난 여름 함께한 여행사진과 감상평을 곁들인 수담은 행복했던 시간들을 연장해주는 것 같다. 해외 이민 가 있는 친구와 무료 화상통화도 수시로 한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바꾸어 놓고, 전국민들에게 일상생활에서 건강한 소통의 장을 만들 준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정보 유통속도를 엄청나게 높여주고 정보비대칭을 완화하여 사람들의 생활편의와 경제적 효익을 크게 증대시켰다.

그런데 최근 지방에 거주하는 가족 한 분이 카카오 주식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우울하다며 이유를 물어왔다. 한마디로 설명이 어려워 그냥 ‘파는 사람이 많아서 떨어진다’고 말해주었다.

2023년 6월말 현재 카카오 기업집단에 소속된 전체 계열회사는 211개사이다. 국내사가 146개(상장 10개)이고, 해외사는 65개이다. 타법인 출자 회사도 70개사이다. 타법인 출자유형은 경영참여 30개사(상장 3개), 일반투자 22개사(상장 2개), 단순투자 18개사(상장 1개)이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그룹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는 국내외 전체 기업수가 무려 271개에 달한다. 외견상 보기에 따라서는 문어발식 경영이 지적되고, 쪼개기 상장 의심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부분 카카오톡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결이 가능한 모든 비지니스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여 기존 시업자들을 대체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다양한 사업영역에 단기간에 진입하여 성공하려면 비즈니스 이해도가 높은 현장으로 분권화하고, 업무추진 자발성 부여가 아주 중요하다. 또한 각 분야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해주는 것이 창발성을 요구하는 디지털기업에 어울리는 경영관리 방식이기도 하다. IT 기술기업으로서 ‘가보지 않는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카카오의 경영 비전이 ‘카카오스럽다’라는 의미로 상징화되어 임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규율하고, 사람들 뇌리에 각인되어 상식으로 통용되길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연이어 터져 나오는 이슈들은 ‘분권과 자율’을 모토로 하는 카카오의 경영관리 방식에 뭔가 부족한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몇몇 개별 임직원의 일탈로 치부하고 디지털 플랫폼 경제로 이행과정에서 구경제와 불가피한 갈등 정도로 넘길 수 없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하이브의 SM 엔터테인먼트 M&A 방해 목적의 시세조종 혐의나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다수 경영진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의혹 등은 사실일 경우 자본시장 질서의 근본을 어지럽히는 중대 위법행위이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우월적 지위 남용과 분식회계 의혹, 거래상대 스타트업의 기술 탈취 등은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사회적 역할과 우호적 비지니스 환경조성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고 부정적 이미지를 쌓이게 한다. 최근 연일 정치권 성토가 이어지고, 국민연금 카카오 주식보유 목적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주주로서 그립을 강하게 쥐는 쪽으로 급진전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카카오 경영리스크가 아직은 재무적 충격으로 깊게 전이되고 있지 않은 점이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상황이 조기에 진화되지 않으면 조만간 재무제표 숫자로 반영되어 나타날 것이다.

2023년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9% 증가한 3조 782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184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 감소했지만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M&A 추진 등으로 비지배소유지분(4.8조원, 2021년 대비 1.3조원 증가)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카카오 주식을 내다 파는 것은 당장의 재무적 숫자보다 더 근본적인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카카오가 직면한 리스크는 기업 외부와 내부 두 영역에서 발생하는 서로 엇갈리는 가치 충돌을 원만하게 조율하지 못한 결과이다. 외부적으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만들어낸 경제적 가치를 처지가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나누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카카오가 리더십 발휘에 실패한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IT 기술기업 카카오가 성장과정에서 원초적으로 안고 있는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 측면에서 야기되는 일종의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Cognitive dissonance) 현상으로 이해된다.

플랫폼 사업 경쟁사 네이버가 특별한 경영 이슈 없이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꾸준히 증가하는 등 차별화되고 있는 모습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보유 계열사수로 보면 네이버도 카카오 못지 않다. 네이버 계열사는 50개(상장 1개)이고, 타법인 출자사는 무려 327개(경영참여 39개, 단순투자 288개)에 달한다. ‘검색’과 ‘톡’으로 사용하는 기초재료는 다르지만 두 회사 모두 동일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그럼에도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사회적 논란의 대상에서 비켜나 있는 것은 서민대중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소위 ‘골목상권’ 비즈니스에 직접 진출을 자제한 영향이 크다.

네이버도 2013년 부동산매물정보 제공을 비롯한 여러 골목상권에 직접 진입을 시도하다가 호된 곤욕을 치루고 전략을 선회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고 싶은 비즈니스를 그 영역에서 가장 잘하는 회사 지분을 사 들이고 협업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반면 카카오는 회사를 직접 설립하여 비즈니스를 추진하면서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과 부정적 인식을 키워온 측면이 강하다. 카카오도 꽃집, 배달업, 미장원 등 몇몇 소상공인 비즈니스에서 발을 빼고 상생기금을 내놓기도 했지만 부정적 인식을 돌려놓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 같다. 더디지만 사회적 파장을 줄이면서 가자는 것이 네이버 전략이다. 단기에 회사설립과 수익모델을 만들어 조기 IPO 추진으로 성과를 내려는 카카오와 전략적 차이가 분명해 보인다.

‘톡’ 플랫폼의 독점력을 이용하여 진입한 전통 비즈니스 영역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가치를 빼앗아 돈을 버는 약탈적 회사로 인식되는 것은 카카오가 당초 꿈꾸던 모습이 아닐 것이다. 세상에 없던 신기술을 이용하여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새로운 일과 가치를 창출하고 그 대가로 돈도 벌고 존경 받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다.

 


우리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은 공동체 안에 언제나 이미 존재한다. 혁신은 ‘신기술과 신질서’가 ‘구기술과 구질서’를 대체하면서 일어난다.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핵심 비즈니스 영역인 금융, 모빌리티, 의료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강력한 구경제 시스템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돌아가는 영역들이다. 첨예한 이해관계 부딪힘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가장 큰 특징이 양면시장(Two Side Market)이라는 것이다.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참여해서 플랫폼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플랫폼이 창출한 가치를 플랫폼 운영 사업자가 독식하거나 공급자와 소비자 어느 일방이 더 많이 가져가면 소란이 일고 양면시장이 성립하기 어렵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가진 재산의 절반을 대물림 하지 않고 공동체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를 약속하고 설립한 재단(‘브라이언임팩트’) 운영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 공허한 말 잔치로 끝나기 일쑤인 오늘날 우리사회 리더들에게 귀감으로 길이 남을 선행이다. 그러나 기부 혜택을 받지 못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직접 참여자들은 더 근본적인 것을 요구한다. 새로 창출된 가치를 가치사슬 참여자들과 서로 나누는 과정과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카카오가 어떤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골목상권’으로 일컬어지는 소상공인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지속가능한 상생모델을 더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카카오의 계열사 ‘자율경영’ 원칙은 아주 중요한 경영관리 철학이다. IT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회사의 태생적 배경이 깔려 있는 조직문화이기도 하다. 250여개 카카오 관계회사 상당수가 조직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스타트업에 가깝다. 그러나 지금 카카오 그룹의 몸집이 스타트업은 아니다. ‘원칙과 문화’를 유지하면서 그룹의 몸에 어울리는 맞춤옷으로 갈아입어야 할 시점이다. ‘자율’에 정확히 매칭되는 엄정한 ‘규율’이 필요하다. 카카오 내부적으로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를 두고 독립성과 컨트롤타워(Control Tower) 기능을 강화하고 있지만 위기탈출 전략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환경보호, 넷제로, 상생금융 등 ESG 경영활동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일반기업과 큰 차별성 없는 다소 소극적인 낮은 단계의 이해와 활동들로 보인다. 카카오그룹 내부 계열사들의 자체적인 ESG 활동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카카오 플랫폼 생태계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을 ESG 경영의 프레임으로 묶어 연결시키고 일관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서 리더십을 카카오가 발휘해야 한다. ESG는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사회와 기업이 추구할 방향과 과제를 설정한 일종의 ‘구조조정 프레임’이다. 만일 카카오 그룹이 ESG 경영을 플랫폼 참여자 모두와 함께 제대로 실천했다면 지금 문제되고 있는 많은 이슈들이 사전적으로 걸려졌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카카오 플랫폼의 위력이 플랫폼 비즈니스 참여기업의 ESG 경영을 리딩(Leading)하는 ‘선한 영향력’ 행사의 도구로 쓰일 수도 있다.

내년부터 정부가 준비하여 2026년 공시의무 예정인 ESG 경영을 카카오가 앞당겨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 플랫폼이 건강한 ‘카카오 생태공동체’로 더 강화되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조정 프레임’으로 ESG 경영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카카오가 불치병이 아닌 성장통을 잘 치유하고 예전의 기업가치를 회복하여 우리 가족 카카오 단톡방이 더 활기차고 따뜻해지길 소망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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