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

'서린상사' 이사회 승기 잡은 고려아연, 영풍 오너일가 운명은

Numbers_ 2024. 5. 23. 11:03

▼기사원문 바로가기

 

'서린상사' 이사회 승기 잡은 고려아연, 영풍 오너일가 운명은

법원의 허가로 다음달 서린상사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당초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사진 개편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존 영풍 측

www.numbers.co.kr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법원의 허가로 다음달 서린상사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당초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사진 개편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기존 영풍 측 등기임원을 모두 품고 간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면서 경영 무게 중심을 가져오는 밑작업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장형진 고문을 비롯한 장세환 대표 등의 임기가 내년 끝나는 만큼 영풍은 입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려아연으로 기운 이사회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고려아연의 서린상사 주주총회 소집 신청을 인용하고 영풍 측이 요청한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을 기각했다.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면서 서린상사 임시 주주총회가 다음 달 말 열린다. 고려아연은 측근 4인을 등기임원으로 올리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지분 66% 쥔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영풍의 의사와 상관없이 안건 통과가 가능하다. 

서린상사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호주 자회사 썬메탈, 영풍 석포제련소가 생산하는 각종 비철금속을 해외에 판매하는 유통사다. 고려아연-영풍 양사와 사업적으로 얽힌 유일한 기업이다. 이로 인해 서린상사는 양사 화합의 상징으로 불렸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연달아 고려아연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이에 영풍 측이 불만을 품기 시작하면서 양사간 균열이 생겼다. '서린상사 경영은 영풍의 몫'이라는 불문율이 깨진 시점도 이때부터다.

기존 서린상사 이사회는 고려아연 측 2명(최창걸·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영풍 측 2명(장형진 고문·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등으로 이뤄졌다. 오너일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핵심 임원 2명도 동등하게 배치됐다. 이런 가운데 장 회장의 차남인 장세환 대표가 회사를 이끌면서 힘의 균형이 영풍으로 기울었다. 

이런 가운데 2023년 노진수 부회장, 이승호 부사장 등 고려아연 측 임원이 각각 서린상사 기타비상무이사와 사내이사로 등기되면서 구성에 변화가 찾아왔다. 앞으로 임원 4명이 추가 등기되면 고려아연 측 이사회 구성원이 8명으로 불어난다.

 

내년 영풍 오너家 서린상사 등기 만료 

 

고려아연 측은 대표이사 교체 등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기존 영풍 측 임원들과 한 지붕 동거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법원 결정 직후 고려아연은 "추가 이사진 선임을 통해 고려아연과 서린상사간 시너지를 높이겠다"면서도 "양사간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이사진 교체 보다 서린상사의 내밀한 경영 현안을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 측은 정작 중요한 안건이 대표이사 전결로 처리돼 그동안 경영에 깜깜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영풍이 조업 중단과 감산을 추진하는 탓에 납품 차질도 빚어졌다. 실제 서린상사는 고려아연으로부터 매년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제품을 매입했다. 반면 영풍과는 1000억대 매입 거래를 하다가 규모가 특정 시기에는 200억원대로 감소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비등한 조건으로 해외에 공동 유통 판매하는 형태가 아닌 별도로 자사 제품을 판매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불만키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의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아 그간 공동 판매에 차질이 컸다"며 "향후 고려아연 제품의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조직 정비 등 영업적으로 손해 봤던 부분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서린상사 경영 개입으로 영풍 측의 입지는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장 대표, 장 고문 등 영풍 오너일가의 서린상사 등기임원 임기가 2025년 3월 10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주주총회 2주 전 이사회를 열어 소집 통보와 함께 표결에 부칠 안건을 확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비상장사인 서린상사의 경우 이사회 소집 통보 절차를 따르면서도 어떤 안건을 다룰지 미리 정하지 않았다. 주주총회 당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정안을 가결했다. 연임을 위해선 반드시 이사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영풍 측은 서린상사 임시 주주총회에 대해 별다른 입장이 없다면서도 "서린상사의 최대주주는 고려아연이지만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영풍이 있다"고 맞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존 이사진들을 교체하기는 명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양측이 전쟁을 하자는 셈"이라며 "서린상사의 경영 파악이 우선이고 이사진 교체는 차후의 일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