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LG전자, 1분기 현금 유출 심화에도 걱정 없는 이유

Numbers_ 2024. 5. 2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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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1분기 현금 유출 심화에도 걱정 없는 이유

올해 1분기 LG전자의 곳간에서 1조원이 넘는 현금이 빠져나갔다. 제품을 팔고 받지 못한 매출채권과 만들어 두고 아직 팔지 않은 재고자산이 빠르게 늘면서 회계상으로 현금이 줄어드는 현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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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전자 본사 전경. /사진 제공=LG전자

 

올해 1분기 LG전자의 곳간에서 1조원이 넘는 현금이 빠져나갔다. 제품을 팔고 받지 못한 매출채권과 만들어 두고 아직 팔지 않은 재고자산이 빠르게 늘면서 회계상으로 현금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만 매출채권 확대는 기업간거래(B2B) 영역의 고부가가치 신사업 확대와 연관이 있다. 당장 외상 매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이 성장하면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장받게 된다. 늘어난 재고 대부분은 자회사가 쌓은 물량이다. 지난해 가전과 TV 시장 침체로 불어난 악성 재고는 정상화되는 추세다.

올해는 TV와 가전 수요가 점진적 회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회수되고 재고 소진이 빨라지면 LG전자의 현금흐름도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여지가 높다.

29일 LG전자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으로 회사가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조96억원이다. 직전 분기 대비 1조4780억원이 줄었다. 영업환경을 통해 손에 쥔 현금이 감소하는 가운데 회사가 차입금의 증가를 억제하면서 외부에서 끌어온 현금이 줄어든 여파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분기에 적자인 마이너스(-)8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93억원의 유입이 발생했음을 고려하면 크게 악화했다. 순이익은 5854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운전자본의 확대가 영향을 줬다.

운전자본은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으로 구성된다. 실제 현금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현금흐름에 부담을 준다. 1분기에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증가로 LG전자가 장부상에 표기한 현금 유출은 1조3328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의 세 배 이상이다.

 

LG전자의 1분기 현금흐름 추이. /자료 제공=전자공시시스템


1분기 매출채권은 11조19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했다. 매출 증가세(3.3%)보다 빠르게 매출채권을 늘렸다. 매출채권회전율은 2.05회로 전년 동기 2.3회 대비 소폭 둔화했다. 매출채권을 회수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매출채권이 늘어나는 요인은 다양하다. LG전자는 주로 개별 계약에 따라 시간차 결제가 이뤄지는 B2B 사업 확대가 매출채권 증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주로 전장(자동차 전자부품)과 냉난방공조(HVAC)로 구성되는 LG전자의 B2B 사업 매출 비중은 1분기 30% 이상으로 성장했다. B2B 사업은 계약 당 거래 금액이 크고 외상 판매나 신용 거래가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주로 현금 결제가 이뤄지는 소비자향 가전제품 판매와 차이가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B2B 사업은 계약에 따라 매출채권을 인식하고 현금화 시점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재고자산은 10조3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다만 이는 LG전자의 자회사인 LG이노텍의 재고자산이 1조 원 가량 증가한 결과로, TV와 가전제품 등 LG전자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재고는 큰 변동이 없다. 오히려 재고 수준이 특히 높았던 가전제품(H&A사업본부)과 TV(HE사업본부)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1분기보다 소폭 줄었다.

운전자본과 더불어 LG전자의 1분기 현금 유출을 확대한 요인은 차입금의 제한적인 증가다. 1분기 차입금으로 조달한 현금 유입은 1조1449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1690억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상환액은 동일한 약 1조원 규모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외부에서 조달한 현금 규모를 뜻하는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 8980억원에서 483억원으로 급감했다.

LG전자는 올해 가전제품 시장이 점진적인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TV 역시 하반기 전반적인 수요 개선이 전망된다. 시장이 반등하는 만큼 운전자본 부담은 연말 성수기로 접어들며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