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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vs2조…보험사 인수 대결, '우리'가 '하나'를 앞선 이유

Numbers_ 2024. 7. 1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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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vs2조…보험사 인수 대결, '우리'가 '하나'를 앞선 이유

금융권 이목이 쏠린 보험사 인수합병(M&A)을 놓고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간 경쟁 구도에서 '우리' 측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자회사 출자 여력을 놓고 8조원대 우리금융과 2조원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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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하나금융지주


금융권 이목이 쏠린 보험사 인수합병(M&A)을 놓고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간 경쟁 구도에서 '우리' 측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자회사 출자 여력을 놓고 8조원대 우리금융과 2조원대 하나금융 간 격차는 극명했다. 특히 하나금융은 회사를 사들일 때 손실흡수 한도 부족으로 자본적정성 지표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15일 현재 하나금융은 동양·ABL생명 패키지, 롯데손해보험 인수 의향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최근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접었던 동양·ABL생명 인수 계획의 부활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전향적 의지에 그쳤다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하나금융 측은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에 관한 구체적 결정은 없다"며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수준의 가격 등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매물이 있으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 인수 절실하나…자회사 출자 곳간 2조여원뿐


우리금융 못지 않게 하나금융 역시 보험 계열사 정비가 시급하다. 하나손해보험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25억원 마이너스로 지난해 4분기(83억원 적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하나생명보험은 직전분기 적자(20억원 적자)에서 간신히 흑자 전환(45억원)했다.     

비은행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에도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가격 요인이 크다. 얼마 안 남은 자회사 출자 여력과 자본적정성 훼손 가능성 두 가지가 함 회장을 가로막는 두 가지 난제다.    

우선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 여력=자회사 출자금액/자기자본총액)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지출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당국 권고치는 130%인데 하나금융은 지난 1분기 기준 119%에 달했다. 25조8656억원이 한도지만 지금까지 23조6205억원을 자회사 출자에 썼다. 2조2451억원만큼만 남았다. 8조가 넘는 우리금융 출자 여력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난다.

출자 상황은 1년 전과 비교해 그나마 나아졌다. 지난해 2분기 하나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에 달했다. 당시 하나금융은 자회사 출자에 9000만원밖에 쓸 수 없었고 KDB생명을 인수하려다가 끝내 발을 뺐다. 

더욱이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은 함 회장의 보험사 인수 셈법에 큰 변수다. CET1은 금융사의 손실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자본 지표로 M&A 성패를 가늠하는 수치로 활용된다. 보통주자본이 클수록 CET1이 높아지며, 이때 M&A 여력이 많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하나금융의 CET1이 목표치인 13% 선에서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CET1도 12.88%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13.22%)보다 0.34%포인트(p)나 하락했다.  

/그래픽=최주연 기자


CET1은 '보통주자본/위험가중자산(RWA)'으로 구한다. '바젤 III(국제결제은행의 은행 재무건전성 기준)' 가이드에 따라 보험사 M&A 시 기업이 보유한 보통주자본의 10% 한도에서 250%를 위험가중치로 간주해 RWA로 적용한다. 나머지는 보통주자본에서 삭감한다.

분모 값인 RWA 증가보다 분자 값인 보통주자본의 감소가 이 수치를 급감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융지주가 금융회사를 사들일 때 RWA 한도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만일 하나금융이 A 보험사를 사들일 때 자회사 출자 한도인 2조2451억원으로 인수 가능하고, 보통주자본 10%(3조5178억원) 한도에서 전부 흡수(위험가중자산으로 적용) 가능하다고 가정한다면 1분기 CET1인 12.88%에서 0.26%p만 감소, 12.62%로 하향조정 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투자 대상 자산이 모두 위험자산이고 염가매수차익 등 자본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보통자본비율은 26bp(1bp=0.01%p) 정도 훼손될 것"이라며 "그러나 가정일 뿐"이라고 제언했다.

 

/그래픽=최주연 기자


이미 자회사 출자를 많이 해 2조원대 밖에 남지 않은 하나금융의 위험가중자산 적용 한도는, 자회사 출자를 거의 하지 않아 출자 여력이 8조 남은 우리금융(1조8000억원)보다 훨씬 적게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한도가 초과해 보통주자본을 직접 삭감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나금융은 위험가중자산 한도와 관련해 어떤 것도 밝히지 않았다.

하나금융 측은 "특정 액수를 이야기하면 지불 한도가 못이 박혀버리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며 "투자가 정말로 필요한 상황이라면 비율을 넘기더라도 진행시킬 수 있고 경우의 수는 많다"고 설명했다.

최주연 기자 prot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