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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리밸런싱] 두산밥캣 떠나는 외국인, 주매청 대신 '손절' 선택

Numbers_ 2024. 8. 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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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리밸런싱] 두산밥캣 떠나는 외국인, 주매청 대신 '손절' 선택

지난달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한 이후 두산밥캣의 외국인 주주들이 '팔자'로 돌아섰다. 주가를 볼 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이득이지만 내리 보유 주식을 털고 있다. 이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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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스캇 박 부회장과 박형원 ALAO지역장 등 경영진이 첸나이 공장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두산밥캣


지난달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한 이후 두산밥캣의 외국인 주주들이 '팔자'로 돌아섰다. 주가를 볼 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이득이지만 내리 보유 주식을 털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두산로보틱스를 투자 바구니에 넣는 것도 포기한 것이다. 두산밥캣이 상장폐지된다는 소식에 실망 매물이 출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가 견인한 外人 떠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분할·합병을 발표한 7월 11일부터 8월 1일까지 두산밥캣 외국인 투자자는 232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기관이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두산그룹의 개편안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지분이 포함된 투자 회사를 분할하고 투자 회사를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은 상장폐지돼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가 된다.

합병 내용이 발표된 이후 두산밥캣 주가는 20% 이상 하락했다. 외국인 주주의 매도세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주주 비율은 분할·합병안 발표 전 42%에서 37%로 떨어졌다.

그간 두산밥캣의 핵심 지지층은 외국인 주주였다. 두산밥캣은 미국 태생의 건설 장비 회사다. 전신은 멜로이 매뉴팩처링(Melroe Manufacturing Company)이다. 클락 이큅먼트(Clark Equipment Company)→잉거솔랜드(Ingersoll-Rand)→두산 순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두산 상장사 가운데 외국인 주주 비중이 가장 높은 것도 이런 역사 때문이다. 주요 사업장이 모두 해외에 있기 때문에 외국인 주주들의 접근성이 가장 좋은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례적인 주주 이탈의 원인으로 합병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유력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외국계 기관 투자가인 숀 브라운 테톤캐피탈 이사는 "분할합병 공시 직후 두산밥캣 주식을 대부분 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비합리적 합병 비율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료 제공=한국거래소

 
주매청·두산로보 모두 포기

 

분할·합병안에 찬성하는 주주들은 향후 두산밥캣 주식을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반대 주주는 회사에 주식을 매수해달라 청하면 된다. 다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9월 25일까지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도중에 팔았다 행사 기간이 임박해 되사는 경우 청구권이 상실된다. 지금 주식을 매도한 외국인 주주들은 두 가지 선택지 모두 포기한 것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5만459원이며 현 두산밥캣 주가는 4만원대다. 시장 보다 회사에 파는 것이 이득인데도 외국인 주주들은 매도를 택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 같다"며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주주로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차라리 염가에 팔아서 다른 곳에 재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