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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 '잘 키운 SK디앤디' 엑시트 과제는?

Numbers 2023. 9. 23. 10:17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SK디앤디의 주가가 오랜만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디앤디의 2대주주인 한앤컴퍼니가 투자 5년만에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설 지 관심이 쏠린다.

SK디앤디의 주가는 현재 한앤컴퍼니의 투자 원금 대비 평가손실 구간에 있다. 한앤컴퍼니는 향후 SK디앤디의 실적 하락을 방어하고 신설분할회사의 재무 부담을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적분할 호재로 SK디앤디 주가 21% 상승 

 

SK디앤디의 주가는 22일 현재 인적분할 소식이 전해지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15일 SK디앤디가 신재생에너지·ESS(Energy Storage System)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키로 공시한 후 주가는 4영업일 동안 21% 가량 상승했다. 인적분할이 SK디앤디의 기업가치를 높여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한국신용평가 자료

  
순자산가액을 고려한 분할 비율은 SK디앤디 77%, 신설회사 23%다. 두 회사는 내년 2월 주주총회를 거쳐 3월 1일 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같은 달 29일에 변경상장과 재상장을 마친다. 

분할존속회사는 부동산 개발·운용·운영과 각종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사업을 한다. 분할신설회사인 에코그린(가칭)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개발·EPC·운영·전력거래 사업을 아우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성장할 계획이다. 

이번 분할은 단순인적분할이다. 기존 주주인 SK디스커버리와 한앤코개발홀딩스가 각각 34.1%, 25.1%로 SK디앤디와 에코그린의 지분을 보유한다. 인적분할 외 지배구조 개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적분할로 한앤컴퍼니의 엑시트 가능성도 커졌다. 한앤컴퍼니는 한앤코개발홀딩스를 통해 2018년 SK디앤디 최대주주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회장의 지분 23.82%를 1706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주당 매각가는 4만4000원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38.5%로 책정했다. 2020년에는 주당 2만5550원, 총 511억원 의 비상장 전환주식수를 인수했다. 한앤컴퍼니의 총 투자금액은 2786억원이며 전환 후 총 지분율은 31%다. 

 

한앤컴, SK디앤디 경영참여...유동성 개선 

 

한앤컴퍼니는 SK디앤디 지분매입 후 이사회 구성을 달리하며 기업가치 제고 의지를 드러냈다. SK디앤디와 한앤컴퍼니는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이사회를 확대하는 한편 이사진을 동수로 구성했다. 

한앤컴퍼니는 2018년 김재민 한앤컴퍼니 전무와 이동춘 한앤컴퍼니 전무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해 의사결정에 참여시켰다. 이 밖에 정부석 전 삼성전자 경영자문단 컨설턴트를 사외이사로 뽑았다. 

이후 SK디앤디는 유동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2019년 이후 매출이 주춤했지만 결기준 EBITDA(에비타·상각전 영업이익)는 2018년 975억원에서 올 상반기 2279억원으로 134%, 자산규모는 1조1423억원에서 2조4791억원으로 117% 증가했다.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3570억원에서 202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SK디앤디의 주가는 한앤컴퍼니 투자 후 2만원 대 후반에서 3만원대 초반을 기록하다 2020년 9월 5만3100원을 찍은 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3월 1만7710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하고 다시 상승하는 추세다. 

SK디앤디는 21일 주가가 2만9650원으로 장 마감했다. 시가총액에 잠재 보유 지분율을 곱하면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SK디앤디의 지분가치는 2129억원이다. 투자 원금대비 손실률은 -23.4%다. 

인수금융 이자 비용을 감안하면 손실율은 더 커진다. 한앤컴퍼니가 SK디앤디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인수금융 규모는 1470억원이다. 이자는 7%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를 근거로 연간 총 103억원의 이자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SK디앤디, 부동산 변동성 & 에코그린, 설비투자 확대 '과제'  

 

올 상반기 말 기준 SK디앤디 이사진은 총 8명이다. 김도현 SK디앤디 대표이사가 사내이사로, 기타비상무이사로는 남기준 SK디스커버리 재무실장과 김재민·이동춘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로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박제형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이길호 케이카캐피탈 감사 △김경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등이 있다. 

한앤컴퍼니가 엑시트를 고려하더라도 SK디앤디의 실적 감소와 에코그린의 투자 확대 가능성을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21일 보고서를 통해 “SK디앤디의 금번 인적분할이 기발행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분할존속회사의 경우 다각화에 기반한 사업 안정성, 이익기반 등은 일정 수준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SK디앤디의 신재생·ESS 사업부문은 2021년에서 2022년까지 매출의 20%, 영업이익의 15%를 차지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으로 부동산 개발업이 가진 변동성을 일부 완화했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는 “분할 이후 부동산 개발사업에 집중된 사업구조로 인해 영업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개발사업의 리스크 통제 수준, 이익창출력 및 재무부담 수준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할신설회사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이익창출에도 신규 사업 추진에 따른 영업 및 재무적 변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디앤디는 ESS 운영, 전력 생산과 판매, 발전설비 유지보수 용역 등 측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예상된다. 다만 풍력과 연료전지 등 발전설비 설계·조달·시공 매출은 외부 여건에 따라 수주 실적이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전력 생산과 판매 사업은 신규 발전소 건설 등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적 지출(CAPEX)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에코그린은 그린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향후 신규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금 소요와 재무구조 변화, 중장기적인 투자 성과, 사업구조 변화 추이 등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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