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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콥틱'은 어떻게 안경산업을 '환경산업'으로 만들었을까

Numbers 2023. 12. 5. 11:53

(왼쪽부터) 브리즘 안경을 착용한 김경환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상무, 성우석 콥틱 공동대표. (사진=황금빛 기자)


올 6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녹색성장펀드,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서 15억원의 투자를 받은 안경 브랜드가 있는데요. ‘브리즘(breezm)’입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ESG위원회에 따르면 브리즘 운영사 콥틱은 특히 환경경영목표와 환경관리 측면에서 우수한 지표를 만들어 왔는데요.

콥틱의 안경 생산 방식에 기인합니다. 파우더를 원재료로 한 3D(3차원) 프린팅 기술(SLS 방식)로 개인 맞춤형 안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데요. 결과적으로 기존 안경산업의 재고와 폐기물 문제 등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콥틱의 누적투자유치금액은 109억원입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외 투자사론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카카오벤처스 △서울대기술지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일룸 △나이스투자파트너스 △신한캐피탈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브리즘투자조합제1호 △산업은행 등이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성우석 콥틱 공동대표와 김경환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상무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소개부탁드립니다.

성우석: 콥틱 공동대표고요. 2017년 5월 창업했습니다. 3D 프린팅으로 고객의 얼굴형에 맞는 편한 안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장사를 하다가 매장은 2018년 12월 역삼에 처음 열었어요. 곧 매장 한 곳을 오픈하면 매장 수는 10개가 됩니다.

Q. 구체적인 창업계기가 있었을까요? 3D 프린팅에 주목한 이유는요.

성우석: IB(투자은행)에서 M&A(인수합병)을 담당했는데 주로 제조업을 맡았어요. 그러다 다른 일을 고민했는데요. 꼭 해보고 싶었던 주제가 3D 프린팅이었어요. 2013~2014년 관련 산업 스터디를 많이 했죠. 막 성장하는 산업이다보니 빨리 접근하면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2015년 더메이크(현재는 자회사)를 먼저 창업했는데요. 3D 프린터로 고객들이 원하는 모델링 파일을 출력해줬어요. 여러가지를 만들다 안경이라는 아이템에 집중해보고 싶더라고요. 저도 평생 안경을 썼는데 늘 편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콥틱을 2017년 창업했어요. 현재 더메이크에선 3D 프린팅으로 안경을 생산하고 있고요. 콥틱에선 안경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Q. 기존 안경산업의 문제점들을 풀고 있다고요.

성우석: 안경은 대표적인 다품종 소량생산 제품이에요. 안경원에 가면 보통 5000~1만가지 재고가 있는데요. 각기 다른 브랜드의 다른 사이즈와 다른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표준적인 얼굴에 기반해 생산이 돼요. 생김새가 다 다르고 하루 종일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안경이야말로 개별 생산이 필요한데 말이죠. 기존 생산 방식으론 맞출 수 없기 때문인데요. 대략 5000장의 재고를 맞추기 위해 15만장의 생산이 필요해요. 그러다보니 맞춤형 안경을 한다는 안경원에 가도 재고를 팔려는 니즈가 훨씬 더 강해요. 이미 돈 주고 산 재고부터 판매해야 하니까요. 안경회사들이 연말에 기부 행사를 많이 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저희는 3D 프린팅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어요. MOQ(최소주문수량) 한 장만 있어도 된다는 것이 저희 생산 원칙이에요. 고객 얼굴 형태가 5만가지가 돼도 다 맞춰서 만들 수 있어요. 여기에 저희는 형태도 색깔도 다 다른 안경을 최대 150~200장까지 한 프린터에서 한 번에 생산할 수 있게 했어요.

Q. 비용은 어떤가요.

성우석: 지금은 전체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기존 생산 방식보다 조금 더 비싸긴 한데요.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규모의 경제가 빠르게 적용돼요. 올해 한 3만장 정도 예상하는데요. 10만장 정도 만들면 일반 안경 수준의 생산 단가는 될 거라고 봐요. 매 분기 원가율이 낮아지고 있어요. 그리고 안경산업을 보면 생산자, 도매상, 유통사가 있는데요. 저희는 도매상이 빠져서 중간 유통 마진을 제거하기도 했어요.

Q. 25평대 안경원 가운데 처음으로 월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현재 공개할 수 있는 성과는요.

성우석: 통계청에서 안경원 도소매원 매출을 보면 월 평균 매출이 3000만원이에요. 월 1억원 정도를 찍을 수 있는 곳들은 70평대 이상 규모를 가진 곳들이죠. 2018년 오픈 이래 지금까지 누적 4만5000개 정도 판매했고요. 판매액은 150억원 정도입니다. 내년에는 한 해 이 정도를 판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환경이랑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요.

성우석: 일반적으로 뿔테를 만들 때 아세테이트시트(플라스틱)에다가 안경 모양을 만들어내고 나머지는 다 버려요. 90%를 버리는 거예요. 저희는 파우더(폴리아미드12)를 재료로 하는 3D 프린팅 방식이에요. 제품을 만들고 나머지 재료들은 전부 다 재생해요. 계속 리사이클하면서 제품화를 할 수 있는 거죠.

3D 스캐닝. (사진=콥틱)


Q.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성우석: 처음 회사를 창업했을 땐 팝업스토어를 열어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데이터를 모았죠. 얼굴을 스캔하다보니 얼굴 관련 데이터가 많고요. 4만명 정도의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결국 눈 사이즈, 얼굴 옆 너비, 광대 모양 등에 따라 설계하는 방법을 다르게 해야 하는데요. 점점 디테일해지고 있어요.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얼굴형에 맞는 안경을 더 잘 추천해줄 수 있겠죠. 이 데이터를 넣어 AI(인공지능)로 자동 설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어요. 지금은 스캔한 결과물을 보고 안경사들이 사이즈를 직접 프로그램에 입력해서 설계를 하고 있거든요.

Q. 타깃 고객과 시장 성장 요인이 있다면요.

성우석: 70%가 3040 직장인 남성이에요. 하루 종일 안경을 쓰는 분들이 찾으시고요.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상 판매도 하고 있어요.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 같아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전 세계적으로 많이 쓰다보니 눈이 혹사당하는 환경이죠.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0%는 안경 착용 인구라고 보는데요. 40%도 저희가 만족시켜야 하는 고객이에요.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안경을 쓸 거라 생각해요.

Q. 이제 상무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경환: 2015년 말부터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에서 일했습니다. 환경산업, 뷰티산업, 베트남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을 운용하고 있어요. 특히 환경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3호째 운용하고 있습니다.

Q. 특별히 환경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김경환: 상황이 그렇게 만든다고 한 번 환경산업에 투자를 하게 되니 사람이 계속 착해지더라고요. 쓰레기 버릴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일 속에서 의미를 찾게 되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게 되면서 환경산업에 투자하는 게 좋아졌는데요. 최근엔 누가 시킨 게 아닌데 적극적으로 많이 하게 됐습니다.

Q. 이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김경환: 환경산업의 정의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데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던 투자가 인프라 산업에 대한 투자예요. 그때 인프라 산업 쪽 투자 검토를 많이 했는데요. 인프라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게 도로, 항만, 터널이죠. 당시 우리나라에 민자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많이 생겼습니다. 딱 10년 정도요. 인프라가 계속 새로 생길 순 없잖아요. 투자할 곳이 점점 없어지는 거죠. 그러다 관심은 발전소로 옮겨갔죠. 그런데 역시 계속 만들 수 없잖아요. 그렇게 신재생에너지, 매립장과 소각장 등 인프라 산업에 대한 투자는 자연스레 환경산업에 투자하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 갔어요. 저도 그렇게 좇아갔던 거고요. 그러다보니 2017년 환경부가 환경산업에 투자하는 VC(벤처캐피탈) 펀드를 만들고 싶어 했을 때 저희가 운용사로 선정됐어요. 당시 환경산업에 대한 VC업계의 관심은 적었거든요. 이후에도 저희가 두 번 더 선정됐습니다.

맞춤 모델링과 사이즈 통계. (사진=콥틱)


Q. VC업계에서 환경산업 투자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김경환: 잘 모르니까요. 그런데 지금 세상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죠.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ESG라는 테마가 갑자기 나오면서 세계 각국 정책이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환경 관련 회사를 만드는 사람도 많아졌죠.

그리고 예전 환경산업은 만들어진 폐기물을 치우기만 해도 충분했어요. 쓰레기가 나오는 양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양 간 균형이 있기도 했고요. 처리 시설 CAPA(수용력)가 오히려 더 많기도 했죠. 그냥 땅에 묻고 태우고 바다에 버리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예전 환경산업은 안정적인 산업이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처리 시설의 CAPA를 늘릴 수 있는 속도에 제한이 걸리기 시작했어요. 쓰레기 처리 관련 규제가 전 세계적으로 엄격해지면서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거죠. 쓰레기 양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는데 말이죠. 또 고도화된 산업에서 쓰이는 산업 물질들은 지독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요.

결국 과거 폐기물을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폐기물이 안 나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량으로 나오는 폐기물은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관리가 돼요. 하지만 산업 곳곳에 숨어 있는 폐기물은 잘 모르죠. 의식하지 않으니 마구 발생하고 어디론가 버려지는데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니까 폐기물이 왜 안 줄어드냐는 말이 나오죠. 그 중 하나가 안경산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아까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안경을 만드는 플레이트에서 90%는 폐기되고 10%가 시장에 나오잖아요. 그리고 또 10% 가운데 5%는 폐기돼요. 결국 안경을 만드는 데 들어간 소재의 5%만 나오고 95%는 폐기되는 거예요. 안경 폐기물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에요.

콥틱이 만든 안경은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안경산업에서 마구 버리던 폐기물을 콥틱은 버리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해요. 만들어 놓고 파는 게 아니라 재고가 없잖아요. 만든 게 폐기될 일이 없어요. 학생용 안경은 또 가지고 오면 할인해주고요. 정리하면 기존 안경산업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폐기물을 없앨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과 기술, 소재를 낭비하지 않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생산 방식, 안경이 다시 수거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다 환경산업에 있어 굉장히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고 제가 생각하는 환경산업은 바로 그런 거예요. 2세대 환경산업은 쓰레기나 폐기물 등을 내보내지 않게 하는 비즈니스모델이나 기술에 집중하는 거죠.

Q. 앞으로 콥틱에 거는 기대감이 있다면요.

김경환: 시작은 환경적으로 했지만 이제 회사의 성장이죠. 안경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라는 가정을 충족해야 성장할 수 있어요. 그 가정이 맞아야 하는데 여기서 더 제가 기대하는 건 미국 시장 진출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불편함이 크진 않아요. 입체적이고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미국 시장은 다르죠. 내년에 미국 뉴욕에 매장을 오픈하는데 미국에서 테스트를 한 건 벌써 1년이 넘었어요. 크라우드펀딩도 했는데 반응이 괜찮았고요. 미국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데다 안경 단가가 우리나라의 거의 2배예요. 메이드인코리아에 대한 인식도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고요. 물론 우리나라에서의 성장 가능성도 아직 검증돼야 할 부분들이 있지만 미국 시장에서 페인포인트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대표님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성우석: 일단 목표는 SKU(재고관리를 위한 최소 단위)를 늘리는 거고요. 그동안 티타늄 라인은 실버 위주로 했는데 다양한 색상이 나오면서 라인업이 많이 질 거예요. 국내 안경 시장이 3조원 정도면 미국은 50조원이거든요. 거기서 저희가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켜야 하는데요. 저희가 꽤 많은 성장을 해서 소재 회사들하고 최적의 소재들을 더 찾아서 더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흰 기존 생산 방식에서처럼 새로운 걸 시도했을 때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아서 좀 더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고요.

사실 안경산업 혁신에 도전하는 업체들은 있었어요. 하지만 안경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한 두가지를 혁신해서 시장을 바꿔보겠다는 곳들뿐이었죠. 저희처럼 제품도 만들고 유통업도 하고 고객 데이터까지 전부 다 접근이 가능한 곳은 아직 없어요. 이게 시장 진입장벽이 될 것 같아요. 대형 업체가 와서 투자를 해서 이 시장을 한꺼번에 바꾼다고 해도 따라잡기 어려워요. 고객을 직접 만나서 고객의 소리를 그대로 다 데이터화하고 그걸 통해 다시 발전할 수 있다는 점, 저희의 가장 큰 경쟁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황금빛 기자 gold@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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