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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재무통’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 ‘IPO 성사’ 특명 완수할까

Numbers_ 2024. 9. 2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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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재무통’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 ‘IPO 성사’ 특명 완수할까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사장)는 '기업공개(IPO) 성사' 특명을 안고 올해 7월 선임된 인물이다. 지주사에서 재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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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 /사진 제공=SK에코플랜트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사장)는 '기업공개(IPO) 성사' 특명을 안고 올해 7월 선임된 인물이다. 지주사에서 재무감각과 포트폴리오 재편 역량을 키웠고 SK E&S에서 재무부문장(CFO)으로 재직할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위한 재무기반을 닦아 주목받았다. 김 대표는 앞서 1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장동현 부회장과 공동대표를 맡아 IPO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재편에 힘을 쏟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IPO에 힘을 쏟는 이유는 2022년 1조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 당시 재무적투자자(FI)와 2026년 7월까지 IPO를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더는 IPO를 미룰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친환경·에너지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10조원대로 불어난 차입금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IPO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여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있다.

 

SK E&S서 ‘파이낸셜 스토리’ 재무기반 닦아


김 대표는 1970년생으로 만 54세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했고 2016년 지주사인 SK㈜ 재무1실장으로 발탁되며 재무역량을 키웠다. 능력을 인정받아 2020년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옛 SK에어가스) 대표로 선임되며 C레벨에 올랐고 2021년에는 SK㈜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부문장을 맡아 전략 수립 역량을 키웠다.

SK그룹의 핵심 축에서 재무·전략 역량을 키운 김 대표는 2023년 SK E&S에서 CFO로 재직한 시절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을 위한 안정적 재무기반을 마련하며 재무역량을 선보였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 등 재무 성과를 넘어선 매력적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기업의 비전을 말한다.

최태원 회장은 탄소중립 조기 달성을 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로 삼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자 했다. 김 대표는 당시 위축된 금융시장과 비우호적인 상황 속에서 차입 구조 개선, 해외신용등급 전망 상향, 세금 절감 등의 성과를 이뤘다.

SK에코플랜트로 오게 된 배경은 IPO를 앞두고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인수합병을 통해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했지만 이 과정에서 차입금 부담이 커졌다. 6월 말 기준 부채총계는 11조31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증가했으며 금융비용은 3318억원으로 39% 급증했다. 현재 SK에코플랜트의 시장 가치는 약 2조원대 수준으로 2022년 IPO 추진 당시 목표했던 10조원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단순 건설사보다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란 기대에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키웠지만 재무 부담이 커졌다. 

SK에코플랜트의 현주소를 보면 재무·전략 전문가인 김 대표가 SK에코플랜트로 오게 된 게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SK그룹 내에서 전략 및 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역량과 재무 전문성을 두루 겸비해 환경·에너지 중심으로 비즈니스모델을 전환한 SK에코플랜트의 안정적 도약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알짜 계열 편입·지분 매각 속도


김 대표는 7월 임시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다. 대표 선임과 동시에 최우선으로 집중한 것은 장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알짜 계열사 편입 준비와 유동성 확보다. 편입 대상 계열사 중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경우 김 대표가 CEO로 재직한 적이 있어 SK에코플랜트와의 시너지 전략도 기대된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등 2개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한다. 편입될 두 회사가 각각 연간 600~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만큼 편입되면 차입 부담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편입은 주식 교환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를 위해 1조4827억원에 해당하는 신주 2020만7257주를 찍는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이사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현물출자)과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계약을 체결하는 등 주요 안건을 다뤘다.

에센코어 편입은 SK로부터 에스이아시아 지분을 넘겨받아 진행되며 주식 전량(2340만주, 출자금액 6700억원)을 받는 대가로 신주(913만1092주, 1주당 7만3377원)를 내놓는다. SK케이머리티얼즈에어플러스 편입은 주식 교환으로 진행되며 SK케이머리티얼즈에어플러스 주식 전량(680만주)을 신주(1107만6167주, 1주당 7만3377원)와 교환한다. 내년부터 계열사 실적이 연결실적으로 반영되면 2026년 IPO까지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사주 처분 안건을 다루기도 했다. 이를 통해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 주식 922만3555주를 SKS 프라이빗에쿼티(SKS PE)에 매각하며 9823만달러(약 1316억원)를 확보했다. 어센드 엘리먼츠는 SK에코플랜트가 총 6084만달러를 투자한 미국의 미국 폐베터리 리사리클링 기업이다.

SK에코플랜트는 IPO 몸값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했지만 사업의 부침이 있는 상황이라 기대치만큼 외형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알짜 계열사를 들이고 있지만 이종산업이 섞이는 것이 IPO 가치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느냐는 의문도 존재한다.

김 대표는 IPO에 앞서 재무구조 개선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벌이는 SK에코플랜트를 이끌어야 한다. 친환경·에너지 등 신사업의 성과를 끌어올려야 하는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2개 계열사 편입 후 시너지를 낼 전략을 구상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는 대표이사 취임에서 차별적 경쟁력 제고를 강조하며 “SK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시대 대응과 환경 분야 투자 드라이브에 맞춘 인프라를 조성하고 반도체 유관 사업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IPO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재무·전략 역량을 갖춘 김 대표가 이끌 SK에코플랜트의 변화에 관심이 모인다.

나영찬 기자 n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