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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이석희 SK온 사장에게 주어진 '세가지 과제'

Numbers_ 2024. 9. 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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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벨 탐구] 이석희 SK온 사장에게 주어진 '세가지 과제'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이석희 SK온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해 말 전기자동차·배터리 성장세 둔화와 글로벌 경쟁 격화에 SK가 꺼내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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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이석희 SK온 사장이 지난 3월 '인터배터리 2024' 개막식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


이석희 SK온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해 말 전기자동차·배터리 성장세 둔화와 글로벌 경쟁 격화에 SK가 꺼내든 '대표이사(CEO) 교체' 카드는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 판을 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사장은 회사를 안정적으로 꾸리면서 수익성·효율성을 개선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게 됐다. 여기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초석까지 부지런히 다져야 한다. 


최대 과제는 '연내 흑자전환' 


연내 흑자전환도 늦춰서는 안 되는 숙제다. SK온은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2분기 영업손실만 4601억원에 달한다. SK온은 2022년 1조727억원이던 연간 영업손실 규모를 2023년 5818억원까지 줄였다. 최근 1년 사이 빠르게 적자 폭을 개선했지만, 전방사업 부진의 여파로 다시 주춤하는 모양새다.

SK온의 이 같은 실적 흐름은 과거의 SK하이닉스와 닮아 있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의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SK하이닉스 사업총괄(COO)이었던 2017년과 2018년은 회사가 가장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던 시기다. 연간 실적은 2016년 매출 17조1980억원, 영업이익 3조2767억원에 그쳤지만 2017년 매출 30조1094억원, 영업이익 13조7213억원으로 급등했다. 2018년에는 연간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하지만 이 사장이 CEO에 취임한 2018년 말 SK하이닉스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었다. 당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심화로 2019년 연간 매출은 전년 대비 33% 감소한 27조원, 영업이익은 87% 줄어든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사장에게는 호황의 달콤함을 누릴 새도 없이 회사를 다시 안정궤도에 올려놓으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 사장은 10나노급 3세대 D램과 128단 낸드 등 주력제품을 안정적으로 양산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2021년 연매출 43조원, 영업이익 12조원을 내며 실적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시장에서는 이 사장이 현재 생산라인 효율화 등 전사 차원의 원가절감에 주력하는 만큼 향후 SK온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부터 사업확장보다는 내실 추구에 주력할 수 있는 경영환경까지 조성되며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반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유일 3대 폼팩터 제조사…기술력 관건


이 사장은 배터리 산업이 '기술 기반의 제조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라는 우려와 달리 SK온은 차근차근 우수 기술력을 확보하며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가 유일한 배터리 공급사로 SK온을 선택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개선 방안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제시했다. SK온은 3대 폼팩터(파우치형·각형·원통형)를 개발하고 있다. 그간 SK온은 파우치형 프리미엄 배터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 단일 폼팩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줄곧 약점으로 지목되자 지난해부터는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도 돌입했다. 이로써 SK온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파우치형·각형·원통형 3대 배터리 폼팩터를 모두 만들게 됐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삼성SDI는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 등 두 가지 폼팩터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는 SK온만의 독보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완성차 기업들이 자사 전략에 맞는 폼팩터를 각각 채택하는 만큼 SK온으로서는 보다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회사는 주로 고객사와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해 공급 안정에 대한 보장을 받는다.

이석희 SK온 사장이 지난 7월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CEO 특강을 마친 뒤 석박사 과정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SK온


3대 폼팩터를 모두 생산하려면 탄탄한 기술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고급 인력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3년간 카이스트 교수를 지냈던 만큼 이 사장은 인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CEO다. 이 사장은 모교인 서울대 강연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사장을 중심으로 SK온 역시 카이스트, UNIST, 성균관대, 한양대 등 배터리계약학과에서 석박사를 양성하고 연세대·한양대 공동연구센터를 운영하는 등 인재 확보에 적극나서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기업가치 증진' 디딤돌 마련 


이 사장의 중장기 목표는 IPO 성공이다. SK온은 오는 2026년 말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이 증권시장에 무사히 입성하려면 약해진 재무체력을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띄우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사장은 '합병'의 묘수도 마련해뒀다. SK온은 11월1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내년 2월1일 SK엔텀과의 기업 합병을 앞두고 있다. 합병비율은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1대16.8, SK온과 SK엔텀이 1대2.6이다. 모두 SK온을 존속법인으로 하는 흡수합병 형태지만, 각 사의 독립성을 최대한 인정하는 사내독립기업(CIC) 체제로 갈음했다.

합병 결정에서는 SK온의 근본적인 펀더멘털 개선에 방점이 찍혔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은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로 안정적인 현금창출 능력을 갖추고 있어 SK온은 이번 합병으로 연간 5000억원 규모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