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도 5000억 사채 발행…'스트레스' 직전 자본 조달 '총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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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도 5000억 사채 발행…'스트레스' 직전 자본 조달 '총동원'

 

서울 중구 하나금융그룹 본사 전경 / 사진 제공=하나금융

하나금융지주가 최대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지만 연말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을 앞두고 당국 기준에 충족하는 자본적정성 제고 수준에는 살짝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주식 발행을 통한 조달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주자본비율 상향 조정은 불가능하지만, 총자본비율 여력이라도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5년 콜옵션(조기상환)을 조건으로 3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은행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으로 잡히며 이 때문에 최근 금융권에서는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된다. 하나금융은 오는 17일 실시하는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총액 및 수익률 등을 결정하게 되는데, 주관 회사와 협의를 통해 최대 5000억원까지 발행할 수 있다.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채무 조기상환과 자본적정성 제고에 사용된다. 하나금융은 지난 2020년 5월 28일 발행한 4500억원 중 3400억원을 조기상환하게 되며, 이에 따른 효과로 총자본비율은 15.10%에서 0.12%p 상향 조정된 15.22%, 기본자본비율은 14.21%에서 0.12%p 상향 조정된 14.33%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을 포함한 금융권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올 연말 금융당국이 실행할 은행권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스트레스완충자본은 은행권이 위기 상황을 가정해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을 가리키는데, 쉽게 말해 금융당국이 향후 리스크에 대비해 자본적정성 마지노선을 상향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의 총자본비율은 15%,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3%선까지는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한금융과 농협금융, 우리금융, DGB금융 등 금융지주들이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사채 발행을 완료했다.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은 자본비율 규제 선을 지키지 못한 금융기관의 향후 배당과 상여금 지급 등에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하반기 최대 ‘허들’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아니기 때문에 CET1 비율 제고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하나금융은 이번 사채 발행 이후에도 지난 상반기 CET1 비율인 12.80%를 유지하게 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주식 발행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주자본비율은 부동이고, 자본으로 포함되긴 하니까 총자본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자본이 늘어나다 보니 ROE(자기자본이익률)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발행 규모가 그렇게 크진 않기 때문에 수익성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니 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5대 금융 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올해 상반기 기준 CET1 비율만 놓고 볼 때 KB와 신한, 농협만 13% 선을 넘고 하나와 우리는 기준선에 미치지 못한다. (KB 13.59%‧신한 13.05%‧하나 12.80%‧우리 12.04%‧농협 13.17%) 금융권은 단기에 성과를 보기 어려운 CET1보다는 신종자본증권으로 총자본비율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당국 자본 규제 강화와 관련 없다며 선을 그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에 대비했다기보다는 채무 상환 목적으로 발행한 것이고 이전부터 계획돼 있었다"며 "향후 견조한 수익 창출을 기반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강화를 통해 자본 비율을 관리해나갈 계획이며, 향후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주연 기자 prot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