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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지속됐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 분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 이 분쟁은 그동안 빠르게 정리될 것으로 보였으나 잇따라 변수가 발생하며 혼돈에 빠져 있던 상태였다. 임종윤·종훈 형제의 주총 승리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3자 연합 결성 등 굵직한 사안에 따라 경영권 갈등은 엎치락뒤치락했다.
업계에서는 분쟁의 도화선 역할을 하던 임종윤 이사의 행보에 따라 국면의 양태가 바뀌었고 최종적으로 그가 상대편인 4자 연합에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종식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분쟁 포문 연 임종윤…OCI와 통합 무산 이끌어
경영권 분쟁의 시초는 임 이사의 반발에서 시작됐다. 그는 1월 15일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고(故) 임성기 회장의 타계 이후 언론 노출을 최소화한 그는 OCI와의 통합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그는 OCI와 통합 없이 '순이익 1조원, 기업가치 50조원'을 주장하며 주주 설득에 나섰다. 100개 이상 다품종 소량 바이오 의약품 수탁 개발을 하는 '마이크로GMP(의약품제조시설)'를 확보하겠다는 게 그의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당시 업계 안팎에선 임 이사보다는 모녀 측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였다. 임성기 회장 타계 후 그룹 경영에 한발 물러서 있던 임 이사보다는 경영을 지휘해온 모녀 측의 압승을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3월 주총 결과는 정반대였다. 임 이사는 주총에서 승리하며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동생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친인척, 신동국 회장을 우군으로 확보한 결과다.
결국 임 이사를 중심으로 한 형제 측은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모녀 측을 누르고 승리했다. 주총 전날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된 서진석 OCI홀딩스 사장도 곧바로 사임하며 OCI와의 통합은 무산됐다.
이후 형제 측은 모녀 측을 밀어내고 그룹의 핵심 요직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형제 측은 6월 18일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제안 형식으로 한미약품 임시주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형제를 포함해 신동국 회장과 남병호 헤링스 대표가 이사회에 진입했다.
신동국의 심정 변화…격렬한 대치 지속
하지만 형제 측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형제의 편에 섰던 신동국 회장이 다시 모녀와 손을 잡으면서 반전이 생겼다. 7월3일 신동국 회장과 모녀 측이 3인 연합을 결성하고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 올 초부터 줄곧 형제 측을 지지했던 신동국 회장이 모녀 쪽으로 돌아서면서 한미약품 이사회 균형이 모녀 측으로 기울었다.
신 회장의 지지 철회는 분쟁의 최대 변곡점이었다. 그는 고향 선배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권유로 장기간 한미사이언스의 지분을 보유해온 인물이다. 당시 그가 보유하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12.43%였다. 개인 최대주주다. 핵심 계열사인 한미약품 지분은 7.72%였다.
신 회장이 모녀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을 체결하면서 형제 측은 오히려 지분 구도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3자 연합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34.80%로 형제 측 우호지분(25.62%)을 크게 뛰어넘게 됐다.
하지만 양측 모두 과반 이상의 지분은 확보하지 못한 만큼 지루한 분쟁은 지속됐다. 9월엔 한미약품의 주력 계열사인 북경한미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10월과 11월엔 양측 각각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 장악을 시도했지만 무승부에 그쳤다.
라데팡스 합류 기우는 무게추…결정타는 임종윤
무게추의 향방은 12월부터 강하게 모녀 측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신 회장을 품은 모녀는 12월2일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맺었다.
라데팡스파트너스까지 지분을 인수, 모녀 측 백기사로 참전하면서 3자연합이 4자연합으로 확대됐고 이들 연합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과반에 욱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형제 측은 지분이 오히려 줄었다. 임 이사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11월14일 블록딜 방식으로 105만주를 매각하며 1.54%포인트가 축소됐다. 이어 임 이사는 이달 4일부터 일주일간 45만6559주를 장내매도했다. 현재 형제 측 지분율은 25.32% 수준으로 줄었다.
형제 측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19일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신동국·박재현 이사 해임안과 박준석·장영길 이사 선임안 모두 부결됐다. 두 안건은 한미약품 주도권을 갖기 위한 형제 측의 주주제안으로 진행된 건이었다.
그리고 결국 임 이사는 26일 지분 5%를 4자 연합 측에 넘기겠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지분 매각으로 4자 연합이 확보한 지분은 49.88%다. 여기에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모두 포함하면 4자 연합은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임 이사의 5% 지분 이전은 사실상 한미약품그룹의 분쟁을 종식하는 의미를 지닌다"며 "임종훈 대표 혼자 만으로는 현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으로 봐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석 기자 khs84041@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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