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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CGV 유상증자] CJ올리브네트웍스 '몸값 4444억' 얼마나 고평가됐을까

Numbers 2023. 9. 27. 10:31

 

끝이 보이던 CJ CGV의 1조원 유상증자가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CJ가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을 현물출자해 CJ CGV의 신주를 인수하려는 계획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비상장사인 탓에 시장에서의 기업가치를 확실히 알 수 없다. 대강 가늠하는 방법은 피어그룹의 에비타멀티플(EV/EBITDA),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대입하거나 최대주주 CJ를 통해 본 장부가액 정도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임정엽 수석부장판사)는 이달 25일 CJ CGV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1412만주의 지분가치를 4444억원으로 평가해달라는 한영회계법인의 감정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CJ CGV가 평가한 기업가치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순자산과 격차가 크다는 게 법원 측의 판단이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기준 회사의 순자산은 각각 1395억원, 1433억원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100% 지분가치(EV)를 4444억원으로 책정한 것을 두고 유상증자 발표 당시부터 의견이 분분했다. CJ가 현물출자를 택한 것부터 보유현금을 아끼면서 동시에 CJ CGV에 대한 지배력도 유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시장에서 합의된 가격이 없는 비상장사 주식을 현물출자 대상으로 삼은 것도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었다.

 

EV/EBITDA 적용 결과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는 부풀려진 숫자일까. 올해 상반기 기준 CJ가 보유 중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의 장부가액은 809억원이다. 회사가 제시한 가격의 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다만 포괄적인 EV보다 순자산가치만 보는 장부가액은 원가 원칙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기업가치와는 거리가 있다.

흔히 기업의 적정가치를 논할 땐 △에비타멀티플(EV/EBITDA)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활용된다. 현재의 시가총액이 순이익, 순자산 등과 비교했을 때 고평가 상태인지 저평가 상태인지 가늠할 수 있다.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에겐 적용이 불가능하나 피어그룹으로 꼽히는 기업들의 EV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에서 전산화와 관련된 업무용역을 제공한다.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 계열사로는 신세계I&C, 롯데정보통신, 삼성SDS 등이 있다.

 

 

EV는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을 더해 계산한다. 신세계 I&C의 경우 시가총액이 2043억원, 순차입금은 -1118억원으로 EV는 약 925억원이다. 이를 신세계 I&C의 지난해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546억원에 대입하면 EV/EBITDA는 1.69배가 도출된다.

같은 방식으로 롯데정보통신과 삼성SDS의 EV/EBTIDA를 계산하면 각각 5.11배, 13.52배가 나온다. 따라서 3사의 평균 EV/EBITDA는 6.76배다.

지난해 CJ올리브네트웍스는 538억원의 EBITDA를 기록했다. 여기에 피어그룹 평균 EV/EBITDA(6.76배)를 적용할 경우 회사의 기업가치는 3637억원으로 계산된다. 회사가 제시한 4444억원보다 1000억원 가까이 차이나는 수치다.

 

PER·PBR로 계산해도…피어그룹과 확연한 차이

 

반대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업가치를 4444억원이라고 가정하고 계산할 경우에도 피어그룹 대비 높은 결과값이 나타난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3억원이다. 4444억원을 273억원으로 나누면 PER는 16.3배로 도출된다. 피어그룹의 PER가 신세계I&C 2.64배, 롯데정보통신 9.41배, 삼성SDS 9.66배로 평균 7.24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PBR 또한 마찬가지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자본총계 1395억원에서 발행주식총수 1412만8808주를 나눈 주당순자산은 9876원이다. 이를 4444억원에 대입하면 PBR은 3.2배로 확인된다. 피어그룹의 PBR은 0.48배, 1.29배, 0.93배로 평균 0.9배 정도로 CJ올리브네트웍스와는 3배 이상의 차이를 나타낸다.

김규식 한국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법원에서도 4444억원의 기업가치를 과도하다고 판단한 셈”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시장과 주주들을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CJ CGV 측은 법원에 항고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CJ CGV 관계자는 “법원의 불인가 사유를 보완해 최단기간에 항고 또는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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