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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양생명 M&A] 금융당국 문제 제기에 커지는 '잡음'

Numbers_ 2025. 2. 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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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양생명 M&A] 금융당국 문제 제기에 커지는 '잡음'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합병(M&A) 의사결정 절차에 대해 금융당국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손해만 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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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 제공=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합병(M&A) 의사결정 절차에 대해 금융당국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 손해만 떠안게 될 수 있는 딜이란 점에서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롯데손보서 급선회 배경은

우리금융이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ABL생명을 패키지 인수를 추진하는 빅딜을 공식화한 시점은 지난해 6월 말이다. 우리금융 측은 당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M&A를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M&A 과정에서 MOU는 실사와 가격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 통상적으로 공개매각의 경우 예비입찰을 통해 구속력 없는 가격(논바인딩 오퍼)를 낸 후 6주가량의 실사 과정을 거치고 본입찰을 실시, 구속력 있는 가격(바인딩 오퍼)를 받는다. 6주는 원매자가 매물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받고 경영진을 인터뷰를 하고 상세하게 실사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이다. 딜에 따라서는 실사 기간이 더 늘어나기도 한다. 이후 양측의 가격 협상까지 감안하면 수개월간 딜이 지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IB 업계에서는 같은 해 7월 말부터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유력하며, 8월 말이면 본계약을 맺을 거라는 구체적 일정이 거론됐다. 실제로 디데이(D-day)인 8월 28일 오전 인수와 매각 대상회사의 이사회 의결이 빠르게 진행돼 양측은 최종적으로 딜을 확정지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이 공식화된 6월 26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상당히 빠르게 인수 계약 체결이 확정된 셈이다. 이는 통상적인 기업의 M&A 딜 과정과는 사뭇 다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 보통 M&A 딜을 진행할 경우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 실사작업을 통해 인수대상 기업을 상세히 들여다본 후 이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쳐 최종 인수 여부와 가격 등을 의결한다.

계약금 몰취 조항 '도마 위'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는 숙원 사업이었던 비은행 부문 수익을 강화와 함께 보험업에 재진출하는 등의 M&A로 상당히 의미가 있던 딜이다. 인수가격은 동양생명 1조2840억원, ABL생명 2654억원으로 총 1조5493억원에 달하는 등 규모 자체도 큰 딜이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지난 4일 발표한 조사 결과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관련 의사결정에는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자회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동양·ABL생명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는 점에서다.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이 SPA 체결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20분 간격으로 개최, 리스크관리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도 않았다고 봤다. 내규에 따르면 M&A 등 중요 경영 사항 추진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며 그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우리금융과 중국 다자보험 간 계약금 조항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계약에는 금융당국이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상대방(중국 대주주)이 1500억 규모의 계약금을 몰취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결국 우리금융으로서는 당국의 인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손해를 입게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 이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정기 감사를 받는 금융기관과 상장사로서는 이례적인 의사결정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과거 우리금융은 타 자회사를 인수할 때 당국 인허가 실패 시 계약금을 반환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진행해 왔다.

M&A 업계에서는 계약금 몰취 조항 등이 담긴 SPA를 두고 이례적인 계약이란 평이 나온다. M&A 거래에 정통한 IB 업계 관계자는 “M&A 진행 시 금융당국 또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인가·승인을 받아야 할 경우, 인가·승인을 받지 못하면 각 당사자의 귀책 사유가 아닌 것으로 본다”며 “이에 따라 계약금 몰취 또는 배액 상환하지 않고 해제하는 경우가 경험상 더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계약금 몰취 조항은) 예외적 케이스”라며 “급하게 딜을 마무리하려고 하다가 (우리금융이) 계약금 리스크를 떠안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