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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양생명 M&A] 자본력부터 육류대출 손배까지 '숙제'

Numbers_ 2025. 2. 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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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동양생명 M&A] 자본력부터 육류대출 손배까지 '숙제'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합병(M&A) 의사결정 과정에서 리스크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당국의 문제 제기에 그동안 가려져 왔던 여러 숙제들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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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진동 동양생명 본사 전경. 사진=동양생명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합병(M&A) 의사결정 과정에서 리스크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당국의 문제 제기에 그동안 가려져 왔던 여러 숙제들도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자본력 확충이 우리금융에게 새로운 짐을 안길 것으로 보이고, 동양생명을 뒤흔들었던 육류담보대출 부실 사태는 벌써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손해배상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실정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발표한 검사 결과를 통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M&A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 준수가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주식 매매 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하면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내규에 따르면 M&A 등 중요 경영 사항을 추진할 때는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생보사 인수 부담스러운 이유

최근 생보사 M&A에서 가장 중요한 리스크 검증 거리는 재무 건전성 평가다. 2023년부터 보험업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돼 생보사들이 받는 압박이 커진 상황이라서다.

IFRS17 시행으로 보험사의 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면서,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은 크게 확대됐다. 생보사들이 주로 팔아 온 저축성보험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본력은 근래로 올수록 악화해 왔다.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 평가 항목인 신 지급여력비율(K-ICS)을 보면, 동양생명은 IFRS17이 실시된 2023년 말 기준 193,36%에서 이듬해 3분기 말 160.29%까지 떨어졌다. ABL생명의 K-ICS 역시 같은 기간 185.96%에서 152.46%까지 낮아졌다. K-ICS는 IFRS17에 맞춰 새로 마련된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 평가 지표다.

결국 동양·ABL생명을 품게 되면 우리금융으로서는 이들의 자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게 될 공산이 크다. 이를 의식한 듯 동양생명은 조만간 미화 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현재 동양생명의 최대 메리트인 우리금융으로의 M&A에 혹시라도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면, 이를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신 지급여력비율 추이. 그래픽=부광우 기자


해묵은 사법 리스크 왜

동양생명은 해묵은 사법 리스크도 떠안고 있다. 4000억원에 육박했던 육류담보대출 손실을 두고 과거와 현재 주주 간 비용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동양생명은 2016년 말 불거진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으로 3800억원의 손실을 냈고, 이로 인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징계를 받았다. 검찰 수사에서 육류 유통업자 등 40여명이 약 2년 간 고깃값을 부풀려 담보로 맡기거나 담보를 이중으로 잡는 수법으로 14개 금융사에서 5800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육류담보대출은 유통업자가 쇠고기 등 육류를 창고업자에게 맡기고, 그 담보확인증을 토대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는 구조다.

문제는 이를 둘러싼 손해배상 갈등이 지금도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동양생명을 소유한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이전 주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법적 분쟁이 시작된 탓이다.

국제중재재판소는 안방보험이 2017년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 등을 상대로 동양생명 주식매매계약과 관련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안방보험에 1666억원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앞서 안방보험은 2015년 동양생명 지분을 팔았던 VIG파트너스의 투자목적회사와 유안타증권 등을 상대로 689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인수 과정에서 매각 측이 육류담보대출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우리나라 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안방보험 측이 제기한 중재판정승인 및 집행결정신청에서 유안타증권 등의 재항고를 최종 기각했다. 1심과 2심에서 일부 인용된 안방보험의 주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안방보험에 대한 금전 배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안방보험 이전의 동양생명 주주들 중 누가 얼마나 부담을 져야 할지 재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는 해외 자본과의 글로벌 딜인 데다, 생보업계의 회계 처리 특수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보다 면밀한 리스크 검증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