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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삼성화재 자사주 소각의 나비효과
삼성화재 밸류업 기대, 보험사 시총 1위 넘봐자회사승인 계기로 보험업법 개정논의 재부각자사주 소각이 그룹지배구조 전환 계기 될 수도지난달 31일 삼성화재가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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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밸류업 기대, 보험사 시총 1위 넘봐
자회사승인 계기로 보험업법 개정논의 재부각
자사주 소각이 그룹지배구조 전환 계기 될 수도
지난달 31일 삼성화재가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물론 상장 보험사 가운데 가장 먼저 기업 밸류업 계획을 시장과 소통한 것이다. 2024년말 13.1% 수준인 ROE의 지속가능 목표를 11~13%로 설정했다.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 15.93%는 매년 일정 주식수를 소각해 2028년까지 5%로 낮추고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2024년말 265%에 달하는 K-ICS비율도 중장기 관리목표를 220% 수준으로 설정해 지나친 자본잉여 상태를 해소하는 등 주주 친화적인 경영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밸류업 계획이 발표된 당일 삼성화재 종가는 11.71% 급등하며 시총 18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삼성화재가 삼성생명 상장(2010년10월) 이후 처음으로 7000억원을 앞서며 시총 18조원을 넘긴 바 있다.
삼성화재의 보험권 시총 1위 두번째 등극은 지난해 6월보다 더 짧은 1일천하로 끝났다. 규제 리스크에 따른 오버행(overhang) 이슈와 그룹의 지배구조 리스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법(제109조)에서 보험사가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출자지분 포함) 15% 이상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은 규제수준에 육박하는 14.98%다. 삼성화재는 그동안 돈도 잘 벌고 자본비율과 배당여력이 충분하지만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약점이 항상 부담이었다. 삼성화재의 밸류업 추진계획에서 자사주 소각을 통한 자본효율화 계획이 가장 주목을 받은 이유다.
삼성화재의 자사주 소각은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보유지분 상한선(15%)을 위반하는 규제 리스크를 촉발시킨다. 규제를 피하려면 자사주 소각이 있을 때마다 삼성화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오버행(overhang) 이슈가 발생한다. 2028년까지 자사주 비중을 5%로 줄이려면 매년 136만주 이상 소각해야 한다. 10만주 내외의 일평균 거래량을 감안하면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사주 소각으로 15%를 초과하는 삼성화재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그룹(특수관계인과 자사주 포함)의 삼성화재 지배력이 34.43%에서 25.91%로 8.52%포인트 하락한다. 특수관계인 지분과 자사주를 포함한 삼성그룹 오너의 지분은 ‘삼성물산(43.52%) – 삼성생명(54.35%) – 삼성화재(34.43%) - 삼성전자(20.0%)’로 이어진다.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분구조는 삼성생명 8.51%, 삼성물산 5.01%, 이재용 1.63%, 삼성화재 1.49%, 기타 특수관계인 3.36% 등 20% 남짓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약화시키는 조치는 어떤 경우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13일 삼성생명은 15% 규제의 예외적용(보험업법 제115조)을 받기 위해 금융위에 삼성화재의 자회사편입 승인을 신청했다. 14일 자회사 편입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주가는 각각 7.33% 9.34% 동반 상승하며 오버행 이슈 등 부정적 전망을 잠재웠다. 삼성화재의 자사주 매각은 4년간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연결회계 적용조건이 되면 삼성생명 연결이익이 삼성화재 지분율만큼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금융위는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등 관련 이슈를 검토해 2개월 이내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삼성그룹 차원의 다각적인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다. 삼성의 모든 금융사가 삼성생명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이다. 향후 금융당국이 삼성의 금융계열사를 계열금융그룹으로 간주하고 강하게 관리할 경우 삼성은 금융업을 별도로 떼어내 금융중간지주체제로 전환 등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추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삼성화재의 자사주 소각결정의 나비효과는 그동안 잠잠하던 보험업법 개정 이슈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 이슈는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된 바 있다. 보험업법(제106조)에서 보험사가 동일 차주의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할 경우 총자산의 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장기자산을 운용하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편중 리스크를 강제규정(hard limit)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비율을 산출하는 총자산과 보유주식의 평가방법은 법에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보험업법 감독규정(별표11)에 총자산과 자기자본은 직전 분기 재무상태표를 기준으로 하고 보유 유가증권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 재무상태표에서 부채와 총자산에 포함된 유가증권은 대부분 시가로 평가해 회계에 반영하고 있다. 총자산은 시가평가 기준이고 보유 유가증권은 취득원가를 사용해 규제비율을 산출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앞으로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되면 보험업법 개정 논란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삼성화재의 밸류업 일환인 자사주 소각이 삼성 계열 금융사뿐 아니라 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금산분리법에서 허용한 한도(양사 합쳐 10% 이내) 이내에서 각각 8.51% 1.49% 보유하고 있다. 총자산 3% 규제관련 보험업법 개정 논란이 다시 제기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지분(22조원, 2025년2월기준) 매각이 또다시 쟁점화될 것이다. 삼성 계열 두 보험사의 총자산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 주주환원 등 경영전략추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시장은 크게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2025년 2월 현재 삼성전자 시총 6.5%에 달하는 큰 규모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안정화에 크게 부담되는 수준이다.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재벌그룹은 소유구조와 지배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재벌의 복잡한 소유지배구조가 계열사의 효과적인 자본관리와 주주환원정책에 걸림돌이 된다. 개별기업의 사업가치 증대 가능성 못지 않게 자본효율성 제고 등 독자적 경영전략 추진 여부가 투자의 중요한 판단기준의 하나다. 재무적 실질가치 뿐 아니라 배당정책 자본관리 지배구조 등 효과적인 경영전략 추진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근본적으로 해소돼야 삼성그룹 금융사의 밸류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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