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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한국VC협회장 선거가 알려준 우리 벤처시장의 현재
최근 벤처캐피탈(VC)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16대 한국VC협회장 선거였다. 협회 설립 이후 처음으로 4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선을 치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관측과 결과를 예상하는 논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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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벤처캐피탈(VC)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16대 한국VC협회장 선거였다. 협회 설립 이후 처음으로 4명의 후보가 출마해 경선을 치르면서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관측과 결과를 예상하는 논의도 뒤따랐다. 여기에 다크호스로 꼽혔던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가 최종후보로 선출되는 이변을 연출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VC협회의 첫 선거에는 다양한 함의가 담겼다. 우선 후보 가운데 가장 젊은 김 대표 선출이 상징하는 세대교체 바람이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공감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소외됐던 중소형 VC에서 협회장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시장이 이제는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양한 업체가 신설되며 산업군도 규모가 커졌고 그만큼 책임과 의무도 강화됐다.
다만 훈훈한 변화의 근간에는 업계의 위기 의식을 엿볼 수 있다. 협회장 후보 대부분이 ‘회수시장 활성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VC 업계는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자 엑시트(투자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 뻥튀기 상장 등의 여파로 IPO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었다.
위기감은 VC협회장 경선 과정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각 출마 후보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회수시장 활성화 공약에서도 이런 심리가 드러난다. 회수시장의 경색은 VC 업계의 오랜 난제다. 지금처럼 IPO 시장 침체로 민간 출자자(LP)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시장을 살리고자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 힘을 받았다.
현재 수장인 윤건수 협회장은 신년사에서 회수시장 활성화를 주요 과제로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이미 퇴직연금을 활용하자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존재감을 키웠다. 윤 회장은 퇴직연금의 일부라도 벤처펀드 출자를 허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4대 벤처투자 강국’이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2027년까지 16조원 투자, 해외투자 1조원 유치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퇴직연금 활용법은 위험자산 투자에서 오는 심리적 우려 등 저항감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 유동성을 IPO 시장에 끌어오는 구상을 놓고 VC 업계가 성장을 고민하기보다 쉬운 길로 돌아가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정부 등 외부 돈 돌려 막기’가 아니냐는 금융투자 업계의 자조적 목소리도 들린다.
엑시트 전략이 IPO 가부에 흔들리는 상황은 개선이 필요하다. 회수시장은 IPO 외에도 기존 펀드가 보유한 기업에 투자하는 세컨더리 펀드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경로가 있다. 그럼에도 국내 VC 시장은 IPO 비중이 현저히 높다. 그간 다른 M&A나 세컨더리 펀드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업계 내에서도 세컨더리 펀드 등 글로벌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결국 업계도 스스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롭게 수장을 맞이하는 VC협회의 책임이 막중한 상황이다. 시스템을 보완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VC 산업의 근간에 깔린 도전의식을 일으키는 작업이 요구된다. 벤처 캐피탈은 직역하면 모험 자본이다. 19세 말부터 20세기에 걸쳐 미국에서 수익 보장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리스크를 감내하고 도전에 나서면서 지금의 형태로 발전했다. 위험을 무릅쓴 투자 모험가들이 지금의 시장을 조성한 것이다.
국내도 1970년대 신기술 사업의 투자를 담당하는 금융회사들이 나타나면서 VC 시장이 형성됐다. 이후 시장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에 걸쳐 정보기술(IT) 중심의 벤처붐 신화를 계기로 본격 확장됐다. 당시 수많은 1세대 벤처기업들과 VC가 혁신을 찾기 위해 리스크를 안고 뛰어들었고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처럼 초창기 모험을 이끌었던 강렬한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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