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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사에 포획된 사모펀드

Numbers_ 2025. 2. 2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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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보험사에 포획된 사모펀드

MBK의 ING생명 투자성공은 예외적 신화보험사 인수한 바이아웃 펀드 모두 고전보험사 M&A시장 매수자우위 지속될 듯국내 M&A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는 대부분 경영을 목적으로 사모펀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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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의 ING생명 투자성공은 예외적 신화
보험사 인수한 바이아웃 펀드 모두 고전
보험사 M&A시장 매수자우위 지속될 듯

국내 M&A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는 대부분 경영을 목적으로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저렴하게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여서 좋은 가격으로 다시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바이아웃(Buyout) 투자로 이해된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는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이아웃 투자뿐 아니라 단순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보험사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의 성과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모펀드가 국내 보험사 투자에 성공한 사례는 MBK가 ING생명을 인수해 신한금융에 재매각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MBK는 바이아웃 투자에 강점이 있는 국내 대표 사모펀드다. MBK가 추진했던 금융사 바이아웃 투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사례는 단연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M&A 거래다. 2013년 MBK는 네델란드 ING그룹으로부터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400억원에 인수했다. 2017년 구주매출(IPO)을 통해 투자금 일부(1조1000억원)를 회수하고 잔여지분(59.15%)은 2018년 2조3000억원에 신한금융으로 매각했다. MBK는 6년만에 배당(6283억원)을 포함해 2조1400억원 이상의 매각차익을 남겼다. MBK의 보험사 투자성공 신화는 바이아웃 투자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로 국내 보험사에 대한 사모펀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는 보험사 M&A시장에서 나름 상품성이 높은 매물로 평가돼 왔다.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023년부터 새주인을 찾고 있지만 아직 적임자를 만나지 못했다. 이번 달 5일 자본비율(K-ICS) 관리를 위해 추진하던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이 돌연 중단됐다. 지난해 말 금감원 정기검사 후 한달만에 수시검사가 진행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감독당국의 계리적 가정 강화 조치 등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91% 감소하는 등 규제 리스크와 재무 리스크가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경영성과를 둘러싼 여러 부정적 기류가 롯데손보의 매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지난해 3분기 롯데손보 K-ICS비율이 128.7%(경과조치전)로 2023년말 174.83% 대비 46.11%포인트 하락했다. 금리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금감원이 무저해지상품 해지율의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보수적으로 강화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말 롯데손보의 K-ICS비율은 더 낮아졌을 것이다. 차입금 상환 압박으로 매각을 서둘러야 하는 JKL의 마음이 더욱 조급해질 것 같다. JKL은 국내 사모펀드 10위권을 오르내리는 롯데손보의 대주주다. 2019년 2회에 걸쳐 7300억원(주당 평균 3040원)에 지분 77%(2억3958만주)를 인수했다. 2025년 2월 19일 롯데손보 종가는 1842원(시총 5716억원)으로 JKL의 평균취득단가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보험사 M&A시장이 매수자 우위로 바뀐 상황에서 JKL이 롯데손보의 새주인을 찾으려면 상당한 양보가 필요해 보인다.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으로 지정돼 MG손보의 매각권을 넘겨받은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3년간 3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지난해 다행히 메리츠화재가 인수자로 나섰지만 P&A방식의 인수를 노조와 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반대해 실사도 못하고 있다. P&A나 청산 등 MG손보의 처리방식에 상관없이 JC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잔여재산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지난해 3분기 MG손보의 K-ICS비율은 35.9%(경과조치전)로 전체 40개 생손보사 중 최하위다. K-ICS 규제비율 100%를 맞추려면 적어도 7000억원이 필요하고 가이드라인 150%를 넘기려면 1조2000억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MG손보는 2020년 JC가 2000억원으로 자베스파트너스(2013년 인수) 지분 95.23%를 인수했었다.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조성한 사모펀드(KDB칸서스밸류)가 6500억원을 투입해 금호생명(현 KDB생명) 지분 95.7%를 인수했다. 지난 10년 동안 산업은행은 1조5000억원을 투입하며 6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를 지난해 해체하고 올 해 1월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해 정상화시켜 제값을 받고 팔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분기 KDB생명의 K-ICS비율이 66.3%(경과조치전)로 규제비율 100%를 밑돈다. 규제비율을 충족하려면 당장 5000억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하고 가이드라인 150%를 맞추려면 1조2000억원의 추가투입이 필요해 보인다. 밑 빠진 독이다.

바이아웃 투자는 아니지만 외국계 주도로 교보생명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 역시 투자성과가 신통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달 9일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사모펀드 ‘어팔마 캐피탈’이 보유한 지분 5.3%를 2162억원(주당 19만8000원)에 되찾아 왔다. 2007년 10월 어팔마는 교보생명 지분 5.3%를 2020억원(주당 18만5000원)에 인수했었다. 무려 18년을 기다려 얻은 142억원의 자본이득은 그동안의 배당수익을 감안해도 사모펀드 투자성과로는 너무 초라하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신창재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한 2018년 어팔마 역시 39만7893원에 풋옵션을 행사했었다. 신 회장의 거절로 국제상사중재소(ICC)를 통해 지루하게 이어온 다툼을 이번에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신 회장과 여전히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는 어피니티는 1조2000억원(주당 24만5000원)의 투자원금도 돌려받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높은 게 현실이다. 교보생명의 비즈니스 전망과 신창재 회장의 경영능력을 믿고 재무적 투자를 결정한 사모펀드는 모두 실패했다.

사모펀드 투자가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국내 보험사 투자성과가 저조한 원인도 경우에 따라 제 각각으로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 M&A 시장에 나온 모든 보험사가 사모펀드를 붙잡고 있는 모양은 좀 특이하다. 보험사 경영은 국가 인프라투자에 버금가는 장기적인 사업모델이다. 10~20년 이상의 장기 보험계약을 유지하며 고객이 납부한 보험료를 오랫동안 운용해 불려서 수십년에 걸쳐 일어나는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야 한다. 사모펀드 존속기간이 보통 5~7년인 점을 감안하면 레버리지를 활용한 바이아웃 투자대상으로 보험사가 적합한 지 의문이다.

ING생명처럼 괜찮은 보험사를 좋은 가격에 인수해 적기에 매수자를 찾은 MBK의 역량과 사업 운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행운이 아니다. 니즈가 확실한 인수 후보군이 다수 존재하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항상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고객보호와 시스템 리스크 차단이 최우선 과제인 금융당국은 자본구조 약화를 막기 위해 수시로 자본보강을 요구한다. 돈을 잘 벌어 자본력이 자연스럽게 좋아지지 않으면 자본확충 요구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배당은 고사하고 추가자금 투입요구가 없는 것이 다행인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크게 활용하는 사모펀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물 들어올 때 배 띄우고 바람 불 때 돛을 올리라는 말이 있다. 때를 잘 못 판단해 배는 띄웠는데 바람이 불지 않으면 힘들게 노를 젓는 수밖에 없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