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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우리금융과 임종룡의 마지막 과제

Numbers_ 2025. 2.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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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우리금융과 임종룡의 마지막 과제

‘부당대출’·M&A 과정서 지배구조 문제 드러나한투·키움등 국내금융사 과점주주 제역할 못해사외이사들 바꾸고 은행장 지주 이사회 참여도“우리금융 지배구조 처음부터 다시 새로 짜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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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대출’·M&A 과정서 지배구조 문제 드러나
한투·키움등 국내금융사 과점주주 제역할 못해
사외이사들 바꾸고 은행장 지주 이사회 참여도
“우리금융 지배구조 처음부터 다시 새로 짜야”

우리금융의 전임 손태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지난해 초 임종룡 회장이 사태를 인지한 이래 금감원이 본격 검사에 나서고 이달 초 부당대출 사건과 함께 정기 검사 결과까지 발표하면서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우리금융과 임종룡 회장은 내부통제의 전형적 실패 사례로 지적받는 이번 사건에 대응해 금융권에서 가장 모범이 될 만한 내부통제 기준을 재정립하고 ‘윤리 경영’에도 힘을 쏟습니다. 조병규 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대표를 모두 교체했고,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정보 등록제, 회장과 자회사 사장 간의 임원 사전 합의제 폐지, 윤리내부통제위원회 및 윤리경영실 신설, 여신감리부 본부 격상 등을 실행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임종룡 회장과 그룹사 대표들이 ‘윤리 경영 실천 서약식’까지 했습니다. 내부통제와 윤리 경영을 위해 더 이상 할 게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금융과 임종룡 회장 입장에서 남은 과제는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를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임종룡 회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문책도 부담이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현실적으로 우리금융 내부에 파벌도 있고, 내부통제가 흐트러진 상황에서 임 회장이 그만두면 거버넌스와 관련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임 회장이 임기를 채우는 게 좋겠다”고 말함으로써 걱정을 덜게 됐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금감원이 임 회장에 대해 설령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하더라도 과거 KB금융의 임영록 전 회장처럼 ‘직무정지’가 아닌 한 임기를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책경고를 받더라도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연임까지 할 수 있습니다.

동양·ABL생명 인수는 이복현 원장이 임종룡 회장의 임기 보장 발언을 하면서도 경영평가 도출과 자회사 편입 문제는 원칙대로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정기 검사를 토대로 결정될 경영실태 평가 등급은 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경영관리 능력, 수익성, 유동성 등을 종합해 결정되고 1~5등급 가운데 3등급 이하가 나오면 자회사 인수가 어려워집니다. 특히 금감원은 최근 경영실태 종합평가 때 내부통제를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하고 평가 비중도 기존 5%에서 15%로 높였습니다.

우리금융의 경영실태 종합평가 등급은 그동안 이복현 원장이 말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2등급보다는 3등급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금융위원회가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조건으로 보험사 인수를 승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금융 부당대출 사건이 매우 후진적인 악성 금융사고인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금융의 자산 건전성에 치명적일 만큼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12.08%로 KB·신한·하나금융의 13% 초중반에 비해서는 낮지만 지난해 3분기 말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됐습니다. 게다가 M&A 시장에 보험사 매물이 쌓여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금융 같은 대형 금융그룹에 보험사를 맡기는 게 금융산업 전체로도 긍정적입니다.

그렇다면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설령 3등급의 경영평가를 내리더라도 금융위원회가 자본금 확충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조건으로 동양·ABL생명 인수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금융위나 김병환 위원장 입장에서는 조건부라 하더라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사태로 국정 상황이 정상이 아닌데다 금융위원장을 역임했고 행시 24회인 임종룡 회장과 행시 37회의 김병환 위원장의 사적 인연까지 감안하면 특혜 시비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우리금융의 생보사 인수가 마무리되고, 우리투자증권도 본인가를 받아 영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윤리 경영과 내부통제가 제대로 실행된다면 우리금융과 임종룡 회장은 이제 할 일을 다 한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된 일입니다.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 이사회와 감사의 역할과 기능, 경영자와 주주와의 관계 등을 총괄하는 지배구조 이슈는 기업경영의 핵심입니다. 지배구조가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작동하면 내부통제도, 경영성과도 걱정할 게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은 우리금융의 지배구조만 정상적으로 작동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금융 부당대출 사건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손태승 전 회장을 제외하고 우리금융 과점 주주인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푸본현대생명, 유진 PE, IMM PE와 그들이 추천한 정찬형·윤수영·윤인섭·신요환·지성배 사외이사입니다. 손태승 회장 시절 호흡을 맞추며 큰 역할을 했던 박상용·노승태 전 사외이사 등의 책임도 큽니다.

우리금융 사외이사 중 일부는 부당대출 사건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여러 사람들의 증언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손 전 회장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묵살하고 무시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이런 손 전 회장의 약점을 악용해 인사청탁까지 했다고 합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배임입니다. 그럼에도 누구 한 사람 책임지지 않습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를 포함 우리금융 주주들에게 돌아갑니다.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3조원 수준으로 기업은행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수준입니다. KB금융(33조원) 신한금융(24조원) 하나금융(18조원)은 물론 메리츠금융(24조원) 삼성화재와 삼성생명(각 18조원)에 한창 뒤집니다. 물론 가장 크게 피해를 본 당사자는 우리금융 지분 3~4%를 갖는 과점 주주인 한투증권 키움증권 푸본현대생명 유진 PE입니다.

과점 주주 추천의 사외이사들이 주도하는 우리금융 이사회는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만이 아니라 지난해 보험사 인수 과정에서도 제 역할을 못 한 것으로 금감원 검사에서 드러났습니다. 단적으로 아무리 사전에 충분히 논의했더라도 중국의 다자보험그룹과 체결한 계약금 몰취 조항에 대해서는 최소 한 번 더 짚어보고 이사회 의사록에 남겨둬야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8월 동양·ABL생명 M&A를 하던 당시는 전임 회장 부당대출 사건이 공론화됐던 때였음을 감안하면 이사회에서의 이런 행동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사외이사들 스스로 금융당국이 M&A에 제동을 걸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금융은 이번에 6년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정찬형 이사회 의장과 지분 매각으로 떠나는 IMM PE 추천 지성배 이사를 제외하고도 윤수영 신요환 윤인섭 사외이사 중에서도 2명은 새 인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너무도 당연합니다. 손태승 회장 시절 CEO의 부당대출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합니다. 임종룡 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겠지만 과점 주주들과 협의해 새 인물을 추천받아야 합니다. 

임종룡 회장은 2016년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 주인 없는 은행에서 제기되는 ‘대리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금융사들을 우리금융 과점 주주로 영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집단지성으로 합리적 경영을 추구하고, 선진적 지배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10년에 걸친 실험은 실패로 막을 내리는 듯합니다. 이미 미래에셋 한화생명 동양생명 IMM PE 등이 떠났고, 다른 주주들도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지 미지수입니다. 기존 과점 주주 가운데 주도적 역할을 해온 한투증권은 한때 우리금융 지분 확대에 관심이 많았지만 은행계 금융지주가 받아야 할 여러 규제를 생각하면 실익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임종룡 회장이 내년 3월까지 단임으로 끝날지 아니면 3년 더 할지 알 수 없지만 우리금융 회장으로 자리를 지키는 한 증권사나 보험사를 인수해 키우는 일 못지않게 꼭 해야 할 일이 바로 우리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입니다. 이 일은 사외이사나 과점 주주를 바꾼다고 되는 일도 아니어서 자회사 편입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지배구조를 효율화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고 실제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금융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또 한 가지 해야 할 일은 우리은행장을 우리금융지주 비상임 이사로 선임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임종룡 회장만 단독으로 지주 이사회에 참여합니다. 이에 비해 경쟁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은행장을 지주 이사회 멤버로 참여시킵니다. 하나금융은 차기 회장 후보군에 오른 2명을 지주 이사회 멤버로 올렸습니다. 

전임 손태승 회장은 은행장을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해 이사회 멤버에서 배제했지만 은행장이 지주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은 갑자기 회장 유고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영의 연속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더욱이 정진완 행장은 임종룡 회장과는 20년 전부터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왔고, 우리금융 내에서 임 회장이 가장 신뢰하는 최측근임을 감안할 때 배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임종룡 회장의 결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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