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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론 잠재울 M&A '큰 그림' 어떻게 그리나

Numbers 2025. 2. 2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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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위기론 잠재울 M&A '큰 그림' 어떻게 그리나

삼성전자가 2016년 미국 전자장치업체 하만 인수 이후 8년 동안 멈췄던 조 단위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간 대형 M&A 기회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유지해 온 삼성이 위기론을 잠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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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016년 미국 전자장치업체 하만 인수 이후 8년 동안 멈췄던 조 단위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간 대형 M&A 기회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유지해 온 삼성이 위기론을 잠재울 ‘포스트 하만’을 발굴할 수 있을지 눈길이 모인다.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 산업의 규모와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의 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 M&A 적극 검토…IB ‘촉각’

삼성전자는 최근 3년간 260여개 회사에 투자하는 등 소규모 M&A와 지분 투자를 성사시켰다. 지난해 말 로봇 전문 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35%로 늘려 최대주주가된 건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지난해 온디바이스 기반 AI 기술을 가진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자회사 하만을 통해서는 스트리밍 플랫폼 룬을, 삼성메디슨을 통해 초음파 AI 의료기기 스타트업 소니오를 사들였다.

반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4조원에 달하는 현금에도 ‘빅딜(큰 거래)’에는 다소 신중한 접근을 유지한 편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근 2년간 대형 M&A를 추진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하면서 자본시장은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을 예의주시 하는 모습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참석해 “인공지능(AI)과 로봇, 메디텍, 공조 쪽은 꾸준히 M&A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많은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CES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당시 “기존 사업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발굴 차원에서 M&A 대상 회사를 봐왔고 검토하고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말에는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신사업 발굴과 함께 유망 기업에 대한 M&A를 담당하는 부서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삼성전자 내부 M&A 담당 부서는 대형 M&A를 위해 투자은행(IB) 자문사와 접촉하면서 딜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활발히 IB 자문사를 접촉하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M&A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예년 대비 기회를 더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딜클로징(거래종결) 건수는 많지 않은 편인 만큼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트 하만’ 찾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 주요 M&A /그래픽=박진화 기자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M&A를 주목하는 데는 과거 성공 사례에 있다. 삼성전자는 M&A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큰 성과를 거뒀다.

특히 하만 인수 건은 삼성전자의 M&A 성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딜이다. 1956년 설립된 하만은 오디오뿐 아니라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등 전장 부품 제조에 있어서 선두권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국내 최대 빅딜이었던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단숨에 자동차 전장사업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현재 하만은 삼성전자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잡아 삼성의 안목을 입증하고 있다. 하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2017년 삼성 체제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21년 5591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2년 8800억원, 2023년 1조1737억원으로 매년 실적을 경신 중에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반도체 사업의 부진으로 예상을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기대 이하 실적)를 기록해 ‘삼성 위기론’이 불거진 상황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위기론을 타개할 포스트 하만을 발굴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의 M&A가 늘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삼성전자는 1995년 미국 컴퓨터 업체 AST리서치를 인수했지만 무리한 경영전략으로 실패했다. 삼성전자가 AST 인수 당시 현지경영체제 지속을 약속했지만 1년 반 만에 현지 경영인들을 본사에서 파견된 경영진으로 물갈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에 AST 내부에선 경영진 물갈이에 불만을 품고 핵심 인력들이 대거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매출 감소 등 경영 상태도 악화됐고 결국 삼성전자는 1999년 AST리서치 경영권을 포기했다.

빅딜로 돌파구 찾는다

삼성전자는 주로 △AI △로보틱스 △전장 △공조 등 신사업 생태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측면에서 대형 M&A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5년 2월 미국 모바일 결제 서비스 루프페이를 인수해 삼성페이 서비스를 도입한 건이 대표적이다. 비브랩스란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도 인수해, 빅스비란 서비스로 진일보시키기도 했다.

공조 사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미국 공조회사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하며 냉난방 공조(HVAC) 사업에 본격 진출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공조 사업을 여전히 눈독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가 존슨콘트롤즈의 냉난방공조(HVAC) 사업부 인수전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업종으로는 주로 AI, 로보틱스, 전장, 공조 쪽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삼성전자는) 해외 고객이 주를 이루는 데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많아 크로스보더딜(국경간거래)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PC, 모바일, 영상·생활가전의 사업영역 내에서 최정상급 밸류체인(공급망) 회사인 만큼 거래하는 업체를 인수하거나 테크니컬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