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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삼분지계] 경영승계 의혹 불식했지만 '금감원 제동' 암초

Numbers_ 2025. 4. 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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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삼분지계] 경영승계 의혹 불식했지만 '금감원 제동' 암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분 증여에 나서면서 세 아들의 경영 승계가 일단락된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두고 정정신고를 요청하며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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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교동 한화 빌딩 전경 /사진 제공=한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분 증여에 나서면서 세 아들의 경영 승계가 일단락된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를 두고 정정신고를 요청하며 제동을 걸었다. 한화그룹의 지분구조 재편과 증자의 연관성,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재하라는 이유에서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이달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정정신고 요청에 대해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 중 유상증자를 선택한 이유와 증자 시점 및 자금 사용 목적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여부, 증자 전후 한화그룹이 계열사 지분구조를 개편한 배경과 증자와 연관성, 이번 재편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증권신고서에 충분히 기재해 투자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공시를 통해 "중요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거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와 경영 승계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다만 이보다 일주일 전 한화에너지, 한화에너지싱가포르,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현금을 사용하고 투자 비용을 주주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 해소를 위해 김 회장은 세 아들인 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에게 지분을 증여했다. 김 회장은 3월 31일 보유 지분 절반인 11.32%를 김동관(4.86%), 김동원(3.23%), 김동선(3.23%)에게 각각 증여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증여 후 ㈜한화의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회장 11.33%, 김동관 부회장 9.77%,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 각각 5.37%로, 세 아들의 ㈜한화에 대한 지분율은 총 42.67%로 확대됐다.

이러한 조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가 경영 승계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경영 승계에 우회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보인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해 “유럽 방산 블록화와 선진국 경쟁 방산업체들의 견제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지분 인수 역시 승계와는 무관하게 두 회사의 글로벌 육해공 방산 패키지 영업을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반박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는 상태다. 금감원이 제동을 건 부분 역시 ‘증자 전후 한화그룹이 계열사 지분구조를 개편한 배경과 증자와의 연관성’과 ‘증자가 그룹에 미치는 영향’이다. 즉, 자금 조달 시기와 목적에 대해 보다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추가적인 정정신고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금감원이 제동을 걸었다. 두산그룹은 7차 정정 끝에 결국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철회했다.

함 부원장은 “증권신고서 심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 기본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이뤄지고 있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에 대한 정보 기재가 미흡해 정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